[핫이슈] ‘목포 남항을 가다’
오물 가득찬 목포 남항 …쓰레기 냄새로 ‘뒤범벅’
지난해 8월 영산강 하굿둑 개방 후 수거된 폐기물로 확인
목포해수청, 지역현실 외면 입찰로 처리업체 선정 ‘화’초래
독성 강한 해양폐기물 오염 수 개월째 방치 지역여론 ‘들끓어’

국가항인 목포시 남항 한켠에 지난해 8월 홍수 등으로 인해 영산강하굿둑에서 바다로 유입된 해양폐기물이 잔뜩 쌓여 썩어가고 있다.

전남 목포 남항이 각종 쓰레기가 내 뿜는 역한 냄새와 오물로 뒤 범벅이 됐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청정 목포 바다가 오염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관할 기관인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이하 목포 해수청)은 입찰 지연 등으로 인한 어쩔 수없는 상황이었다는 변명만 늘어놔 빈축을 사고 있다.

◇냄새 나는 남항 어쩌나

20일 오후 1시 목포 남항 한켠에 있는 물양장(소형선박이 접안해 계류하는 안벽 구조물). 한눈에 봐도 수 십 ~ 수 백톤은 돼 보이는 정체가 불분명한 쓰레기들이 커다란 비닐봉투에 담겨 산처럼 쌓여 있었다. 영상 1~2도에 머무를 만큼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코 끝을 찡그리게 할 만큼 쓰레기가 내 뿜는 냄새로 남항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었다.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투에선 악취와 함께 쓰레기가 썩으면서 나온 오염수가 흘러 나와 온 남항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누군가가 일부러 버린듯한 변기통, 화장지 등 일반 생활쓰레기까지 뒤섞이면서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오염수는 최근 내린 눈이 녹아 내린 물과 합쳐져 목포 앞바다와 목포시가 도시미관 차원에서 지난해 남항에 조성한 꽃정원으로 각각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겨울 추운 날씨탓에 파리나 쥐 등은 유해곤충 및 동물들이 목격되진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쓰레기 언제 어디서 왔나

남항의 관리 주체인 목포해수청에 문의한 결과 해당 쓰레기는 지난해 8월께 태풍과 집중호우 등으로 영산강 하굿둑을 개방하면서 바다로 유입된 해양 쓰레기 중 일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목포해수청은 목포시 등 유관기관들과 2천여톤 규모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

목포해수청 설명대로라면 최소 5~6개월 이상은 남항에 쓰레기가 방치된 채 썩어가고 있었다는 의미다. 초목류·폐스티로폼류·폐합성수지류 등 종류도 다양했다.

일반적으로 해양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경우 해양폐기물로 분류되는데 해양폐기물은 일반 생활 쓰레기에 비해 처리 방법이나 속도에서 보다 엄격한 적용을 받는다. 해양오염 등 문제가 미치는 사회적 파급력이 훨씬 크고 무거워서다.

남항에 적재된 쓰레기가 유독 주목을 받는 점 역시 수개월이란 오랜 기간 방치되는 상황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기 때문.

이와관련 목포해수청은 폐기물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이 지연되면서 어쩔 수 없이 늦어졌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시민이 남항에 쌓여있는 해양 폐기물을 보고 환경 오염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입찰 과정 논란 불거져

목포해수청은 남항 쓰레기 처리를 위해 두차례(2020년11월 19일~11월 26일, 2020년11월 27일~12월 2일)에 걸쳐 전자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선 이 입찰 조건들이 애당초 지역 폐기물 처리 업체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항목들로 구성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목포해수청이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진행한 입찰공고 내용을 보면 이번 쓰레기(폐기물) 처리 예상 물량은 약 780톤으로 추정됐다. 기초금액 즉 1톤당 처리비용은 29만 1천740원(운반비 등 제반비용 및 부가가치세 포함)으로 산정됐다. 이를 액수로 환산하면 대략 2억 2천여만원 규모다. 그러면서 낙찰자 결정 조건을 사업수행능력평가(30점)와 가격입찰평가(70점)를 더한 종합평점이 85점 이상인 업체로 한정했다. 최저가를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하는 정량적 평가가 아닌 업무 능력 및 실적까지 포괄적으로 심사하는 정성적 평가를 진행한 것이다.

폐기물 처리의 경우 특별한 기술 실적이 요구되는 사업이 아닐 뿐더러 ‘추정 가격 5억 미만’ 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규모나 실적이 모자라는 지역 영세 폐기물 업체들은 처음부터 이 입찰에 들어올 수 없는 구조였던 꼴이다.

이는 애초 남항에 적재된 쓰레기를 빠르게 처리 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었던 것 아니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오는 배경이 되고 있다. 결국 수 개월이 흐린 뒤에야 목포해수청은 최근 수의계약을 통해 여수 한 폐기물 처리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밝혀졌다.

쓰레기 적재로 인한 오염 등 피해는 목포가 떠 안고 소위 돈 되는 일은 타 지역에 빼앗긴 꼴이 됐다는 비아냥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목포해수청은 이 같은 의혹들과 관련,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목포해수청 관계자는 “당초엔 지역(무안)업체 2곳과 접촉을 통해 폐기물 처리를 논의했는데 지난해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해 배출된 폐기물이 워낙 많아 남항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난색을 표명했다”며 “어쩔 수 없이 입찰을 진행하게 됐는데 1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하는 등 조건이 맞지 않아 2차례 유찰됐다가 절차에 따라 여수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을 뿐이다”고 밝혔다.

이어 “정확한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달말께 폐기물 처리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며 “무단투기된 생활 쓰레기 등도 잘 관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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