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의회 의장 불신임…반장과 의장 사이

박지훈(남도일보 중·서부취재본부 차장)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때 일이다. 당시 1학기 반장선거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던 것으로 기억된다. 인생 처음으로 선거를 경험했고, 친구들에게 인정받아 더욱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시간이 흐를수록 반장이라는 자리가 무겁게만 느껴졌다. 담임교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친구들이 큰 목소리로 떠드는 광경을 놓고 “반장도 책임이 있다”라고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어린 나이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는데, 부모님께서는 “반장은 친구들을 위해 봉사하고 책임감이 막중한 자리”라며 위로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져 온 김한종 전남도의회 의장에 대한 불신임을 결의하는 초유의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의장 불신임 결의안’에 대한 속내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들은 의장이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과 제왕적 구조 탓에 의정활동에 가장 중요한 ‘발언권’을 막고 있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여전히 서로의 잘잘못을 거론하면서, 의회가 제대로 운영될지는 의문이다.

김한종 의장은 현재 사태 수습을 위해 결의안에 동의한 의원들에게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이들 의원은 공개석상에서 ‘대도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막장 싸움’까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 전남도의회 의장이라는 자리가 초등학교 반장과 견줄 수는 없겠지만, 당초 58명에서 56명으로 줄어든 대표 수장으로서 서로의 잘잘못을 따질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의장 불신임 결의안’을 결의한 15명을 설득해 순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함이 아닌 도민을 위해서다.

무엇보다 의장 개인적으로는 의회 역사의 오점을 남길 만한 치명적인 사태를 남겼고, 이제는 도정과 의회를 위해서도 화합과 상생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전남발전을 위해서 사태수습은 신축년 새해 김한종 의장의 우선적인 과제다. 오는 26일 전남도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일 제349회 임시회가 갈등 봉합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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