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장흥고씨(長興高氏) 양진재파 양진재종가<43>
한류콘텐츠 보물창고 광주전남 종가 재발견

양진재종가 전경 / 11대 종손 고훈국 사진제공

음식문화의 전통, 세계인 매료시켰다
대대로 충의·학문·예술의 가문
고운 호랑이화풍, 남종화에 영향
고경명 3부자 절의정신, 의향의 뿌리
보존 가치 입증한 종가의 자부심

전남 담양 창평의 너른 들을 바라보고 무수한 옹기항아리가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있는 종가가 있다. 고매하고 격조 높은 한류문화의 진수를 증명하며, 세계무대에 한국전통문화를 알리는 선구적인 가문이 장흥고씨 양진재파 종가다. 충의 정신을 계승하며 370여년을 이어온 양진재종가를 찾아 가문의 전통과 내력을 살펴본다.

◇금산전투 순절한 부자 의병장
장흥고씨는 탐라국 왕자 고말로의 10세손 고중연을 중시조로 모신다. 고중연은 고려말 홍건적의 침입(1362년) 때 공민왕을 호종한 공으로 장흥백에 책봉된 고려공신이다. 그로부터 장흥을 본관으로 장흥고씨 세대를 이어오고 있다. 중시조 8세 고운(1479~1530)은 문과급제하고 형조좌랑을 역임한 문신이다. 그는 기묘사화에 연루돼 파직됐으나 복권돼 예조참판에 추증됐다. 그가 그린 호랑이 그림 ‘백액대호도’ 등 2점은 남종화풍에 영향을 준 조선전기 작품으로 평가되며 간송미술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10세 고경명(1533~1592)은 대사간·이조참의 등을 역임한 고맹영(1502~1565)의 아들로 문과에 장원급제해 서장관으로 명나라에 다녀오고, 한성부서윤·성균관사예·승문원판교를 역임했다. 지방관으로는 영암·순창 군수, 동래부사 등에 부임했으며 서인 실각으로 낙향해 학문에 전념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김천일·박광옥 등과 의병 창의해 전라좌도 의병대장에 추대돼 의병군을 규합하고 병기·군량·군마 등을 수집, 전주에 배치하고, 호서·경기·해서 지방에 격문을 발송했으며, 왜적의 호남 침범 계획을 입수하고, 충청도 의병장 조헌과 금산에서 합세해 방어사 곽영의 관군과 진을 편성하고 전투를 벌이던 중 관군의 패주에 따른 전세 악화에 분전하다 유팽로 등과 함께 순절했다. 무등산 기행문 ‘유서석록’, 각지에 보낸 격문을 모은 ‘정기록’, ‘제봉집’ 등을 남겼으며 광주 포충사, 금산 성곡서원 등에 배향됐다.

11세 고인후(1561~1592)는 승문원정자를 역임하고 부친 고경명 의병장 휘하에서 활약하다 금산전투에서 함께 순절한 충신이다. 전라도관찰사 이광이 관군을 이끌고 북상하던 중 임금의 몽진 소식을 듣고 공주 인근에서 군대를 해산, 귀향시켰다. 고인후는 부친의 명으로 흩어진 군대를 모아 수원 유진에 인계하고 의병 본진에 합류해 금산전투에서 부친과 함께 전사했다. 그는 임진왜란 3부자 의병장으로 알려졌다. 광주 포충사와 금산 종용사에 배향됐다.

◇고세태 창평에 양진재파 종가 열어
고인후의 부인은 함평이씨로 황해감사를 지낸 이경의 딸인데 자식들과 함께 친정인 창평에 돌아와 고씨 후손의 창평 세거에 동기를 제공했다. 12세 고부천(1578~1636)은 고매한 학문과 겸손하며 의리에 강직한 천품으로 가통을 이어, 문과 급제하고 교서관정자·지제교·사헌부장령 등을 역임하고 서장관으로 북경에 다녀왔다. 그는 이괄의 난에 의병을 규합했고, 정묘호란에는 세자의 피난을 호가했다. 월봉집 9권을 남겼다.

고부천의 손자 고세태(1645~1713, 호는 양진재)는 학문과 덕행이 뛰어나 통덕랑에 오르고 장흥고씨 양진재파를 열었다. 그가 7남매에게 재산을 분배하기 위해 작성한 분재기는 창평관아에서 공증한 것으로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20년 12월 26일 ‘전라남도유형문화재 제342호’로 지정됐다. 종가 5세 고시신(1771~1845)은 홍문관 교리를 거쳐 승정원승지를 역임했으며 백성들의 고통 근원인 군정과 환곡의 폐단을 상소했고, 5세 고시홍(1803~?)도 문과 급제하고 벼슬은 대사간에 이르렀다.

◇전통식품 명인으로 국위 선양
종가는 가훈 ‘가화만사성’을 지키며 가통을 계승하고, 고세태분재기·인장을 비롯한 고문서·고문집 등 78점의 유산을 보존하고 있다. 특히 370여년 종가 종부를 통해 대대로 전수된 씨간장과 된장·간장 제조법을 토대로 죽염장 등을 개발하고 1만평 종가터에서 장류사업을 시작했다. 10대 종부 기순도씨가 2008년 한국전통식품 명인 제35호(장류)로 지정됐다. 11대 종손 고훈국씨는 방탄소년단의 프랑스 파리 공연 때 열린 VIP시식회에 기순도 명인의 간장 소스를 선보여 한류음식문화로 세계인들의 관심과 시선을 집중시켰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의 봉마르쉐백화점 한국식품코너에서도 김치양념 블럭 등을 판매하게 돼 전통문화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안채 앞에 선 10대 종부 기순도씨
고세태분재기 일부. 2020년 12월 26일 전라남도유형문화재 제342호로 지정됐다.
‘고세태분재기’ 전체사진
종가 2세 고응직(1698~1762)의 호패
장독대 설경
한국 전통식품명인 제35호(장류) 기순도 씨가 장독대에서 일하고 있다. 장맛은 정성이라며 옹기의 특성까지 세심히 살펴 담그는 전통장류의 깊은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전라도 장독이 타지역 장독에 비해 볼록한 이유는 기후 풍토가 발효에 적합해 된장 속까지 잘 발효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4대가 함께 하는 종가 사람들 . 10대 종부 기순도씨와 시어머니 이귀례씨, 딸 고민견씨, 11대 종부 이윤영씨와 아들 고경모군이 종가의 장류 앞에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프랑스 파리 봉마르쉐백화점 한국식품코너에는 종가가 운영하는 고려전통식품의 기순도간장·고추장·죽염·김치양념블럭·초고추장·딸기고추장 등이 진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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