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점검-1월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 주52시간 근무제
(중)근로자도 불만

근로자 “워라밸, 언감생심 당장 먹고 사는 문제 걱정”
잔업·특근수당 없어 ‘투잡’ 불가피
코로나로 회사 매출 떨어져 퇴출 우려
외국인 입국제한으로 일부선 일손부족
대기업-중기 근로자 빈부 격차 커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인 Work-life balance의 준말)’ 개념 하에 도입된 주52시간 근무제가 오히려 노동자에게 되레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잔업과 주말 특근을 할 수 없어 수입이 줄게 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지난 20일 광주 광산구 평동산업단지 내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S씨는 “잔업을 포함해 받는 연봉은 3천500만원쯤이다. 하지만 이제 잔업을 못하게 되면 한달에 20~30만원이 줄게된다. 적금 통장 하나는 해약해야 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S씨는 이어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여파로 회사 매출도 감소하고 있는 데 이러다 퇴출되지나 않을 지 걱정이 더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 K씨는 “들리는 말에 따르면 대기업 종사자, 특히 광주지역의 경우 기아자동차 직원들은 퇴근 후 개인취미생활, 동호회 모임, 운동 등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취지에 맞게 워라밸을 하고 있는 데 저와 같은 중소기업 종사자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다. 줄어든 급여 만큼 다른 곳에서 더 벌어야 기본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푸념했다.

올해 1월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도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야근과 특근 수당이 사라져 기존보다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줄어든 급여를 보충하기 위해 ‘투잡’에 나서는 근로자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정찬호 광주비정규직센터장은 “예를 들어 200만원을 받았던 중소기업 근로자가 어느 날 갑자기 급여가 100만원대로 줄어들면 생활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럴 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투잡’ 밖에 없다. 저녁 대리운전 기사, 택배 등이 그나마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인데 노동의 강도가 세다 보니 다음날 피로도가 높아 근무하는 데 지장을 줄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2교대를 3교대로 바꾸고 인력을 늘려야 하지만 채용도 쉽지 않다. 한국인 근로자는 힘든 일은 기피하고 규모가 큰 기업으로 취업을 원하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채우고 있지만 그것 마저도 예전 만큼 쉽지 않다.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한데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입국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전남 목포 대불산업단지내 선박 블록 제작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를 신규 채용하기로 하고 4명을 선발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입국이 제한됐다. 내국인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원하고 있어 채용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최근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간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지면서 ‘노노갈등’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하남산단 내 자동차 부품업체 근로자 C씨는 “대기업 종사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는 주52시간 근무제의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다”며 “저와 같은 중소기업 근로자와의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고 이에 따른 삶의 질 역시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중소·영세 업체 근로자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정훈 기자 hun7334@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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