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목포대도서문화연구원 공동기획 = 전남 희망 아이콘 ‘섬·바다’이야기
<5> 섬사람, 공간을 기획하다
정부·지자체 주도 ‘어촌 뉴딜사업’진행
기후변화·고령화·인구감소 여파 ‘떠나는 섬’고착
위기 타개 위해 섬 마을 공동체 중심 노둣돌 쌓기 분주
섬 역사·문화 등 콘텐츠 개발 열기 ‘돌아오는 섬으로’

기후변화, 고령화, 인구감소 등의 요인이 가속되면서 섬은 떠나는 곳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나 지자체 주도의 어촌 뉴딜사업이 진행되면서 다시 돌아오는 섬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은 하늘에서 본 눈 덮힌 신안 안좌도 부근 모습. 신안/위직량 기자

최근 우리 사회는 ‘함께’보다 ‘홀로’를 지향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한 지 불과 1년 만에 우리들은 ‘집콕’, ‘혼밥’, ‘온라인교육’, ‘화상회의’, ‘배달음식’ 등에 벌써 익숙해 보인다.

섬도 그러했을까? 뭍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 섬은 그저 바다에 떠 있는 육지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도해를 바라보면서 눈앞에 떠 있는 공간을 ‘작은 - 섬’이라 단정 지어 부르곤 한다. 그 섬이 그렇게 다양한 공간을 품고 있으리라곤 가히 상상한 바 없기 때문이다. 이제 그 섬 안으로 들어가 보자.

섬은 보는 사람의 시선을 그대로 담아낸 듯하다. 그래서일까? 전근대 지배자들은 섬을 백성보다 국가 재원을 마련하는 공간으로 인식하였다. 물론 겉으로는 우리나라의 해역을 넘나드는 왜구 때문이라고 하였지만, 안으로는 사람이 섬에서 사는 것보다 소나무나 말을 기르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 클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예컨대 섬에서 사람이 살지 않으면 그 곳에 소나무를 심을 수 있고, 벌목한 목재는 관아나 선박을 건조하기에 더없이 좋은 재목이었다. 또 섬에서 기른 말은 전쟁이나 물건을 운반할 때 제격이었다. 그래서 중앙정부는 섬의 7부 능선을 따라 위에는 소나무를 심고, 산허리 아래에는 소나 말을 방목하였다.

그러나 바닷가 연안의 사람들은 섬과 바다가 제공해주는 여러 가지 혜택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륙지역 사람들은 지방관의 눈을 피해 몰래 섬을 오가며 경제생활을 영위하였다. 급기야 조선 숙종 때 도서지역의 인구가 날로 증가하였다. 중앙정부는 섬에서의 주민 거주를 허용하였다.

대신 섬에서 사는 사람들도 백성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요구하였다. 그것은 섬과 바다에서 채취한 이익을 국가에 세금으로 납부하는 조건이었다. 이로부터 섬사람들은 토지, 바다, 갯벌, 어장, 포구, 선박, 고기잡이, 소금, 해산물, 심지어 종이를 만들어 정부에 세금으로 납부하였다. 섬과 바다가 인간의 경제생활을 위해 다양한 용도로 구획된 것이다.

#‘살고 싶은 섬’변신 몸부림

그런데 21세기의 섬은 기후변화, 인구감소, 노령화로 인해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살고 싶은 섬’이 될 수 있을까? 그 섬에 탯자리를 묻은 사람이 익숙한 환경, 친숙한 얼굴들을 보면서 살수있도록 장기지속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어떤 여백이 그 섬사람들에게 삶의 원천으로 작동될 수 있을까?

최근 우리나라의 섬은 ‘가고 싶은 섬’, ‘가보고 싶은 섬’, ‘살고 싶은 섬’, ‘애인 섬 프로젝트’, ‘명품 - 섬’ 등 어촌 뉴딜사업이 실행 중에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정부 부처 주도로,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으로, 그리고 섬마을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갯벌위에 노둣돌을 하나씩 올려놓고 있다. 갯벌의 특성상 여차하면 바닷물에 발을 적실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노련한 발재간으로 다른 노둣돌을 밟고 균형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가 어촌 뉴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지역 거점 대학의 연구자가 세부그림을 들여다보고, 그 섬사람들이 해당 섬에 맞춤형 시스템을 장착한다면 그 섬이 장기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섬마다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부산하다. 그 섬의 역사와 문화를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를 발굴하고 응용하는 작업이 아름답게 수놓아지고 있다.

#‘신안 임자도’ 사례 주목

일례로 신안군 임자도의 경우 19세기 여항문인이자 서화가였던 조희룡(1789~1866)의 유배지였다. 그는 그 섬에서 매화를 잘 그렸다고 한다. 훗날 임자도 사람들은 그가 잠시 머물렀던 배소를 가꾸고, 그 섬을 찾는 사람들에게 유배인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런가하면 제주도 구도심 사람들은 그 섬의 신화와 전설을 마을 골목에 그려놓았다. 구도심을 방문한 이방인은 저 홀로 길을 따라 동네를 걸으면서 벽화가 전해주는 섬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21세기에도 존재하는 그 동네 골목대장은 어린 날의 풍경을 도화지에 그렸다. 그 섬의 NGO들이 그 골목대장의 그림을 타일에 새겨 마을 한 귀퉁이를 장식해놓았다. 시간이 흘러 뭍으로 유학 떠난 섬 청년이 집으로 돌아오는 날에 동네 골목길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과 마주한다면 참 귀한 경험이 될 것 같다.

이렇듯 ‘살고 싶은 섬’은 그 섬사람들에 의한, 그 섬사람들을 위한, 그 섬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때 장기 지속되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그 섬사람들의 목소리가 가장 잘 들려야 할 것 같다.

글/김경옥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정리/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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