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사설-근로자도 달갑지 않은 주 52시간 근무제

주 52시간 근무제는 일자리 나누기로 고용을 늘리고, 근로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인 Work-life balance의 준말)을 지켜주겠다는 취지로 2018년 7월 1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다. 그러나 산업계의 현실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하면서 많은 혼란과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시행 이후 대기업과 공기업 일부 근로자들은 다소 안정된 생활을 누리게 됐다고 한다. 반면에 장시간 집중근로가 불가피한 정보기술(IT) 업종과 시간싸움을 벌여야 하는 연구개발(R&D) 직종을 비롯해 저임금·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야근과 특근 등 초과근무 축소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로 소득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런 주 52시간제가 올해 1월부터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으로 확대 적용됐다. 광주 하남산단과 평동산단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초과·연장근무 수당 감소로 월급이 20%가량 줄어드는 사태를 걱정한다. 퇴근 후 줄어든 급여를 보충하기 위해 대리운전, 택배 등 야간 아르바이트 ‘투잡’ 생활에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특히 목포 대불산단 조선업계는 조립, 족장 등 일부 직종에선 연봉이 최대 40%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여차하면 야근·특근 감소로 임금이 줄어든 조선업 숙련 인력의 대규모 이직사태도 우려된다.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과 근로자 휴식권 보장을 통해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 주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주 52시간제가 근로자에게 되레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탄력·선택근로제, 독일의 ‘근로시간 계좌제’ 등 다양한 유연근로제의 입법 보완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근무시간을 획일적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노사 자율에 맡기는 게 옳다. 근로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더 일할 권리를 국가가 뺏는 꼴이 돼서는 안 된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저녁이 있는 삶을 반기는 근로자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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