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65) 유령(幽靈)
<제4화>기생 소백주 (65) 유령(幽靈)
그림/정경도(한국화가)

그림/정경도(한국화가)

홍수개는 숙달된 동작으로 재빠르게 속치마 속으로 슬그머니 손을 넣고는 그 가운데를 손으로 쓱 쓸어보는 것이었다. 아니 그런데 그 손끝에 여인의 부드러운 곡선이 느껴져야 하는데 아뿔싸! 이게 무엇인가! 볼록 솟은 사내의 큰 물건이 물큰 잡혀지는 것이었다. 홍수개가 실망도 하기 전인 그 순간, 홍수개의 손이 그곳을 닿고 스친 찰나 덮인 이불깃을 사납게 열어젖히며 웬 시커먼 사내가 벌떡 일어서는 것이었다. 홍수개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 앉으며 칠흑 어둠 속 방안에서 그 사내를 기겁(氣怯)을 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허! 허억! 저저 저 저자는 누구인가? 피피피 필시 아 아아! 아버지! 아아 아! 아버지가 아닌가!’

홍수개의 눈 속에 들어온 어둠 속 그 사내의 얼굴은 바로 다름 아닌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아버지 홍진사였던 것이다.

“귀귀귀귀귀 귀! 귀신이다! 아! 아악!”

순간 홍수개의 날선 비명이 한밤 어둠을 뚫고 송곳처럼 길게 솟아올랐다. 흉악한 흉계를 꾸미고 그것도 아버지 홍진사의 제삿날 그런 악행을 저지르려 하다니, 정말로 홍진사의 혼령이 저승에 있다가 자신의 제삿날 제삿밥을 얻어먹으려고 이승에 살던 집 구경을 왔다가 홍수개의 악행에 대노(大怒)하여 아들 홍수개의 못된 짓을 응징한 것일까? 홍수개는 너무도 놀라 그 자리에서 혼절해 쓰러져 버렸던 것이다.

방안에 있던 사내는 벌써 스르륵 문을 열고나가 어디론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고, 홍수개의 비명소리에 놀란 홍수개의 아내 정씨부인과 아이들이 잠을 깨고 달려 나와 홍수개의 온몸을 주무르고 찬물을 가져와 입에 넣어 주어 간신히 기력을 회복했다. 정신을 차린 홍수개는 아직도 눈에 초점을 잃고 아버지를 연거푸 웅얼거리고 있었다.

“아아아! 아버지! 자자자........... 자 잘 잘못했습니다! 제제제....... 제제 제가 주주 죽, 죽일 놈입니다! 아아아........아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홍수개는 분명 자신의 아버지 홍진사의 귀신을 보았다고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넋이 나가 웅얼거리는 홍수개를 아들들이 떠 매고 나가 안방으로 가서 아랫목에 이불을 깔고 눕혔다.

그런데 도대체 홍수개가 그 방안에서 본 것은 과연 누구였을까? 제삿날 집을 찾아온 아버지 홍진사의 유령(幽靈)이었을까?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홍수개의 아버지 홍진사를 쏙 빼닮은 홍수개의 큰아들이었다. 그런데 왜 그날 밤 열여섯 살의 홍수개의 큰아들이 그 방에 누워있었던 것일까?

언제나 악한의 간악한 흉계(凶計)에는 현자(賢者)의 지략(智略)이 명약(名藥)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날의 현자는 누구였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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