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 배출조작…여수산단 추가업체 무더기 벌금형

지구환경공사 관련, 롯데케미칼 ·삼남석유

남해석유· 비를라본코리아· 여천NCC 등

추가 적발 기업들, 장기간 배출 조작 드러나

2019년 4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입주 대기업들의 배출 조작 사건이 터지자 산단 곳곳에 내걸린 규탄 현수막/장봉현 기자
2019년 4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입주 대기업들의 배출 조작 사건이 터지자 산단 곳곳에 내걸린 규탄 현수막/장봉현 기자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혐의가 추가로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대기업과 측정대행업체 주요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징역형과 벌금형 등을 각각 선고 받았다.

특히 선고에서 이들은 1급 발암물질이자 맹독성 물질인 ‘시안화수소’와 ‘염화수소’, ‘벤젠’ 등의 대기오염물질이 법적 기준치를 초과해 배출됐음에도 측정값보다 낮게 기록해 지역민과 전남도, 환경청 등 관계당국을 장기간 조직적으로 속여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단독 허정룡 판사는 환경시험검사법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배임수재,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측정대행업체인 (유)지구환경공사 대표 정모(66)씨와 천모(52)이사, 송모(50) 부장에 대해 각각 징역 6월, 징역 1년3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지구환경공사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지구환경공사에 측정기록부를 거짓으로 만들어 달라고 청탁한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열병합발전소·고무공장·여수정밀화학공장, 삼남석유화학, 남해화학, 비를라카본코리아 등의 업체에 대해서도 선고했다.

같이 기소된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환경팀장 기모(44)씨, 업무담당 정모(34)씨 등에 대해서는 벌금 7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배출시설에서 물에 녹으면 염산이 되는 강산성 물질인 ‘염화수소’ 결과 값이 기허용 기준을 초과했음에도 실제 측정 값보다 낮게 기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호석유화학 열병합발전소의 변모(59) 공장장과 장모(53) 팀장에 대해서는 각 벌금 1천만원이 선고됐고, 고무공장 장모(58)공장장, 최모(53)씨는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염화수소 결과 값 조작과 측정 수수료를 부풀려 되돌려 받는 등의 혐의로 기소된 남해화학 환경담당 곽모(55)씨는 징역 1년 3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 3천600만원을 추징했고, 또 다른 담당 김모(48)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비를라본코리아 업무 팀장 김모(50)씨와 최모(44)씨는 각각 벌금 1천만원, 800만원이, 벤젠과 염화수소 측정값이 초과했는데도 낮춰 기록한 삼남석유화학 환경팀장인 김모(49)씨와 담당 김모(50)씨는 벌금 700만원, 500만원이 선고됐다.

여천NCC 환경담당 최모(52)씨는 벌금 700만원이, 금호폴리켐 환경팀장 이모(51)씨와 담당인 신모(35)씨, 이모(34)씨에 대해서는 각각 벌금 700만원과 300만원이 선고됐다.

이밖에도 LG화학 용성공장과 MMA공장, 금호피앤비화학, 금호석유 정밀화학 등의 환경 관리자들에 대해서도 200만원에서부터 700만원의 벌금이 각각 선고됐다.

이번 판결에서 이들 대기업 관계자들은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는 항목이 있는 경우 법정 장부인 대기측정기록부에는 배출허용기준 이내로 조작한 결과 값을 기재했고, 별도로 실측값이 기재된 포스트잇을 기록부에 붙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사업장은 시료채취를 하지 않거나, 임의로 채취 후 공정시험기준에 따른 시험분석을 한 것처럼 1만여건에 달하는 대기측정기록부를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측정업체인 지구환경 관계자들에 대해 “거짓 측정으로 국민들이 오랫동안 피해를 입은 점, 자가 측정, 측정기록부 등 오염물질 배출에 관한 측정제도 전반의 신뢰도 저하 등을 고려했을 때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기업과 공모해 허위로 기재한 대기측정기록 횟수나 기간이 상당한 점, 일부 피고인은 사기 범행도 인정되는 점 등을 볼 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며 “다만 동종 사건 측정대행업체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롯데케미칼 등 여수산단 배출조작 주요 기업 관계자들의 벌금형에 대해서도 “환경담당 업무를 수행하면서 측정대행업체와 공모해 측정분석 결과를 거짓으로 기재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해당 회사에서의 지위와 역할, 측정분석 결과를 허위로 기재한 기간과 횟수 및 정도에 따라 양형자료로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동종 사건들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회사 환경담당 직원들에 대하여는 대체로 벌금형이 선고되는 점,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앞서 피고인들은 대부분 범행 사실을 인정했지만, 금호석유화학 변모, 강모 공장장 등은 측정업체와 공모해 조작하지 않았다며 공동정범을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장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공장장으로 있으면서 담당 직원들이 측정대행업체와 공모해 결과를 허위로 기재한다는 것을 추정하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지구환경공사로부터 실측값이 포스트잇으로 붙여진 허위의 측정분석 결과를 제공받아 계속해 결과값을 SEMS에 입력했다”며 “이를 종합하면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19년 4월 영산강환경청의 조사를 바탕으로 수사에 들어갔다. 같은해 8월까지 1차 수사를 벌여 LG화학과 GS칼텍스 등 업체 7곳의 관련자를 먼저 기소했다. 1심에서 LG화학 임원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GS칼텍스 임원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고 항소했다.

한편 남도일보는 재발방지와 사회적 경종을 울리기 위한 차원에서 배출조작 기업들의 개별 범죄행위 등을 연속 보도할 계획이다. /동부권취재본부 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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