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화학, 배출조작에 직원은 뒷돈도 챙기고

“배출 기준치 초과한 결과 값 다시 만들어 와라”

1997년부터 특정 유해 물질 결과값 조작 요구

환경담당은 14차례 3천400만원 뒷돈 챙겨

대기환경기본부과금도 조작 통해 면제 받아
 

4일 전남 여수 남해화학/장봉현 기자
4일 전남 여수 남해화학/장봉현 기자

법원 판결로 본 여수산단 배출조작 비리백태(1)

2019년 4월. 여수산단에 입주해 있는 대기업들이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장기간, 조직적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 측정결과를 조작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1급 발암물질이자 맹독성 물질들이 법적 기준치를 초과했음에도 측정값보다 낮게 기록해 관계 당국을 속여 왔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들은 당연시하게 그리고 거리낌 없이 측정 조작을 일삼았다. 환경오염물질 배출량의 30%를 초과한 사업장에 부과하는 ‘대기기본부과금’도 조작을 통해 면제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대기환경을 담담한 일부 기업 관계자들은 측정 수수료를 부풀리는가 하면 이권에 개입해 뒷돈을 챙긴 정황도 나왔다.

법원은 최근 배출조작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업체 관계자에 대해 징역형에서부터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에 법원 판결문으로 본 비리 백태를 고발한다.

환경시험검사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사기,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28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 1단독에서 남해화학 대기환경 업무 담당 A(55)씨는 징역 징역 1년 3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 추징금 3천600만원이, 또 다른 담당 B(48)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1심 법원의 판결문에는 오염물질 배출조작 과정과 측정 수수료 부풀리기, 폐기물 처리 위탁업체를 선정하면서 뒷돈을 받는 등의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배출허용 기준 초과한 염화수소 결과 값이 기재된 대기측정기록부는 수령하지 않겠다. 다시 만들어 와라”

농협이 경영하는 우리나라 대표 농자재회사인 남해화학 대기환경 업무 담당자 A차장이 2018년 12월 31일께 측정대행업체인 유한회사 지구환경공사에 요구한 내용이다.

이 때문에 지구환경공사는 남해화학에서 배출하는 염화수소 측정값을 법률상 배출 허용기준인 2ppm 이하로 낮춰 기재해 거짓으로 측정한 대기측정기록부를 발행했다. 2018년 12월 31일부터 조작사건이 터진 직후인 2019년 5월 31일까지 이런 방식으로 수십건의 거짓기록부를 발행했다.

A차장은 남해화학 환경안전팀에 근무하면서 1997년부터 측정업체에 지속적으로 먼지, 불소화합물, 포름알데히드 등 특정대기유해 물질에 대한 결과값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2015년 1월에는 공장의 한 배출구에서 불소화물이 0.263ppm 배출됐음에도 0.137ppm으로 조작했다. 이 배출구에서만 2016년 10월까지 111번에 걸쳐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황산화물 먼지 검출 결과값을 배출허용기준의 30% 미만으로 조작한 측정기록부를 이용해 허위의 확정배출량명세서를 작성한 후 전남도가 반기로 부과하는 ‘기본부과금’을 면제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배출조작 사건이 터진 직후 자가측정이 중단되면서 2019년 상반기에 남해화학에 부과된 기본부과금은 2천867만원에 달한다. 사건 이전의 경우 전남도가 남해화학에 부과한 기본부과금은 전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더라도 그동안 십수억원의 혈세를 축냈다고 볼 수 있다.

2018년에는 보일러 배출구에서 실제로는 측정도 하지 않았으면서 황산화물(SOX) 분석결과 거짓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그해 7개월간 4번에 걸쳐 거짓으로 기록했다.

측정분석 결과 조작은 다반사였다. 1997년부터 결과값 조작을 요구한 남해화학은 2016년 배출구에서 독성물질인 페놀이 0.86ppm 검출되자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조작했다. 2018년 11월까지 총 153회에 걸쳐 조작했다.

이들의 사기 행각도 드러났다.

전임 환경 담당인 B차장은 2015년 2월께 지구환경공사에 대한 측정수수료가 1천851만원인데 대행업체 측에 1천981만원으로 부풀려 정산한 수수료 청구서를 보낼 것을 지시했다. 이로 인해 지구환경은 236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었으며 총 14번에 걸쳐 같은 방법으로 3천426만원의 돈을 챙기게 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후임인 A차장도 마찬가지로 2016년 10월분 측정수수료가 859만원인데 1천96만원으로 부풀려 청구하게 하는 등 25번에 걸쳐 지구환경공사가 9천509만원의 돈을 챙기게 했다.

이들이 이런 식으로 지구환경공사에 부당 이득을 준 금액은 1억 3천여만원에 달한다. 판결문에는 이 돈이 누구에게 어떻게 쓰였는지는 적시되지 않았지만 여러 의혹을 낳고 있다.

사업권을 딸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 정황도 나타났다.

A차장은 2015년 1월께 폐기물처리 위탁관리업체 선정업무를 하면서 특정 업체에 경쟁업체의 입찰가를 가르쳐주고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와 50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2019년 2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3천606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민들은 수십년간 공해로 고통 받는 사이에 굴지의 대기업은 배출 조작에 임직원은 사기, 배임수재 등 윤리의식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남해화학 관계자는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공식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더욱이 이들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남해화학은 이들의 사기,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형사 합의를 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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