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74) 군왕지심(君王之心)
<제4화>기생 소백주 (74) 군왕지심(君王之心)
그림/정경도(한국화가)

그림/정경도(한국화가)

그러나 아들 홍안기는 이미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어머니, 주저하지 마시고 말씀해 주세요. 비록 아버지가 아무리 나쁜 사람일지라도 결코 자식으로서 천륜(天倫)을 저버리는 못된 아들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머니께 어려서부터 제가 그리 배워왔지 않습니까!”

“어허! 그래, 우리 아들 장하고도 장하구나! 그새 어른이 되었구나!”

아들 홍안기의 그 말을 들은 정씨부인은 가슴 가득 자신감이 차오르는 것이었다.

“아들아! 사실은 우리 집에 온 옹기장수 아내를 아버지가 넘보고 있는 것 같구나! 사내가 여인네를 탐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나 아내가 있는 자가 더구나 남편이 버젓이 있는 남의 부인네를 함부로 건드리는 것은 아니 되지 않겠느냐! 그 부부를 지켜주고 또 이차지에 너의 아버지의 그 나쁜 마음도 고쳐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예! 어머니,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소자 어떻게 해야 하지요?”

아들 홍안기가 차분하게 말했다.

“너의 아버지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자칫 잘못 사람을 써서 방해했다가는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어미는 아들인 너를 쓰려 한단다. 천하의 폭군도 자기 자식은 함부로 하지 못하고 호랑이도 자기 새끼는 해치지 않는다지 않느냐!”

정씨부인은 자신이 세운 계획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아들 홍안기에게 할아버지 홍진사의 제사가 끝나면 여인네의 향기가 나도록 여인네의 분을 옷에 잔뜩 바르고 얼굴에 검댕이 칠을 하고 턱에는 긴 수염을 달고 집 뒤 할머니가 자는 오두막집 방에 들어가 이불을 깊이 뒤집어쓰고 누워있으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분명 아버지 홍수개가 도둑고양이처럼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와 끌어안을 것이니 아무런 반응도 하지 말고 꼼짝없이 누워 있다가 아버지의 손이 가슴을 쓸고 아래로 내려온 순간 이불을 사정없이 걷어 젖히고 벌떡 일어나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무 말 없이 방문을 열고 조용히 밖으로 나오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예! 어머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들아! 그 시각 이 어미는 그 방문 밖을 지키고 있을 터이니 아무 걱정 말거라.”

정씨부인이 아들 홍안기에게 말했다. 정씨부인의 마음은 마치 일국의 명운과 백성의 안위가 달린 전장에 장군을 발탁해 갑옷을 입혀주고 칼을 들려 내보내는 바로 그 군왕지심(君王之心)이었던 것이다.

정씨부인에게는 자신이 지키고 안정시켜야할 한 가정의 운명이 걸렸는데 그러한 일이 어찌 작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정씨부인은 그 계획 속에서 두 가지 극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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