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76) 풍수(風水)

<제4화>기생 소백주 (76) 풍수(風水)

그림/정경도(한국화가)
그림/정경도(한국화가)
그리고 정씨부인은 그날 밤 아들 홍안기를 투입하면서 두 귓구멍을 솜으로 단단히 틀어막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버지 홍수개가 몰래 들어와 온갖 달콤하고 야한 소리로 옹기장수 아내를 홀리려 유혹하고 때론 윽박질러 협박하면서 어를 것을 미루어 짐작하고 듣지 말아야할 추저분한 소리들을 아들 홍안기로부터 차단시키기 위함이었다. 절대로 들어서는 아니 될 괴이한 소리를 아직은 어린 아들 홍안기가 듣고 받을 마음의 상처를 정씨부인은 고려했던 것이다. 또한 한편으로 아버지의 못된 소리를 들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나이의 홍안기가 의분(義憤)에 받쳐 감정을 주저하지 못하고 자칫 일을 그르치지나 않을까하고 미리 예방을 했던 것이다, 성공과 실패 사이에는 한 치의 오차도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정씨부인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행일까? 다행일까? 정말로 저승에 있던 홍진사의 혼령이 제삿날 집에 왔다가 손자 홍안기의 몸에 씌워 못된 아들 홍수개를 야단쳤던 것일까? 홍수개는 그날 밤 아버지 홍진사의 제삿날임을 알고는 정말로 아버지 홍진사의 혼령을 그 방에서 보았다고 철석같이 믿었고 혼절해 쓰러졌던 것이다. 그리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며 그 방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씨부인이 재빨리 달려 들어와 홍수개를 주무르고 긴급 처방을 해 제 정신을 차리도록 했던 것이다. 그 시각 옹기장수 아내는 정씨부인의 조치로 할머니와 함께 음식을 가지고 나가 마을 할머니들과 나누어 먹고는 그 방에서 곤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며느리 정씨부인에게 손자 이름을 써준 그날 홍진사는 수캐골에 대대로 전해오는 풍수지리(風水地理)에 관한이야기도 잊지 않고 했다.

“아가! 이 수캐골의 형상이 커다란 수캐가 오줌을 누는 형상이라 그 땅의 기운을 받고 발정한 수캐가 나온다고 어느 도사가 예언을 했다고 하더구나! 내가 보기에 그 수캐의 못된 버릇을 잡을 비책을 내가 생각해 냈단다.”

“예! 아버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병석에 누워 홍진사는 풍수에 얽힌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아들 홍수개의 못된 버릇을 잡을 것을 고민했던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말에 정씨부인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귀를 기울였다.

“사람은 모두 땅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다. 이 수캐골의 기운을 받고 우리도 태어난 거지! 생각해 보거라! 밖으로만 돌아다니며 암캐 냄새를 찾아 목숨을 걸고 쫓아다니는 그놈을 무슨 수로 막을 방법이 있겠느냐? 다리를 분질러버리면 병신이 될 테고, 덜렁거리는 그것을 없애 버리면 자손이 끊어질 것이고, 그놈의 수캐는 질긴 줄로 모가지를 잘 묶어 놓아야 주인 말을 잘 듣고 집을 잘 지키지 않겠느냐! 어서 나를 좀 일으켜 다오!”

홍진사가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고 며느리 정씨부인에게 자신을 일으켜 세워 달라는 것이었다.

“아버님! 괜찮으시겠어요?”

정씨부인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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