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특별기획-18살 청소년의 힘겨운 홀로서기
⑭보호종료아동 지원 및 관심
‘보호종료아동’ 손잡아 줄 실질·적극 지원책 절실
보호종료아동·싱글맘 주인공
영화 ‘아이’ 복지사각 현실 담아
정치권도 “자립 돕기 나서야”목소리
“경제 지원 만큼 정서 지원 중요”

영화 ‘아이’ 스틸컷
영화 ‘아이’ 스틸컷

지난해 12월 28일 광주의 양육시설에서 생활하던 청소년이 건물 옥상에서 투신,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청소년은 ‘홀로서기’를 준비하던 보호종료대상 아동이었다.

부모의 보호아래 생활하는 청소년들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후 독립하기가 쉽지 않은게 현실인데, ‘보호 종료’라는 명목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강제적으로 사회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청소년들은 오죽할까.

이같은 청소년의 극단적인 선택은 우리사회에 또다시 ‘보호종료대상 아동 및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최근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보호종료아동과 싱글맘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개봉해 눈길을 끈다. 이달 10일 개봉한 영화 ‘아이’이다.

영화 ‘아이’는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보호종료아동’ 아영(김향기)이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류현경)의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시작되는 따스한 위로와 치유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보호종료아동과 싱글맘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보호종료아동’이란 부모가 없거나 부모에게 양육능력이 없어 아동양육시설 또는 위탁가정에서 자란 아이를 말한다. 이들은 아동복지법상 만 18세가 되면 보육시설을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갑작스레 사회에 나와 적응해야하는 이들의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영화 속 주인공인 아영만 봐도 보호종료아동의 어려움을 일부 엿볼 수 있다.

보호종료아동인 아영은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다가 수급비가 끊겨 돈이 필요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대학 졸업반이어서 학교도 마쳐야 하고 먹고 살아가기 위한 생계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에 아영은 생후 6개월 된 혁이를 홀로 키우는 워킹맘 영채(류현경 분)의 보모가 된다. 겉은 어른이지만 아영보다 육아에 서툴른 싱글맘 영채. 영채는 10대부터 유흥업소 생활을 시작, 남편과 사별 후 젖도 떼지 못한 아이를 두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터로 나가야만 한다. 비록 초보 엄마이지만 아들을 향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굳건한 책임감으로 아영과 함께 서로 힘을 합쳐 아이를 돌보지만 현실의 벽을 마주한 영채에게 아이 ‘혁이’의 존재는 삶의 무게만큼 버겁다. 베이비시터 아영없이, 홀로 혁이를 키우던 영채는 결국 아이를 보내기로 결심하고, 아영은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과 아이를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영채는 아영에게 “손가락질 받으면 뭐가 좋겠냐고!”라며 그동안 숨겨왔던 마음을 쏟아내고, 이에 아영은 “좀 그렇게 크면 어때서요”라며 반문한다.

영화 아이는 일찍부터 철이 들어버려 애어른이 될 수 밖에 없는 보호종료아동 ‘아영’과 싱글맘으로서 마주해야 하는 현실 등 알고는 있지만 불편해 눈감아버렸던 일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세하게 다룬다.

이 영화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연결된 마음을 확장하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같은 의미를 확고하게 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영화 ‘아이’의 투자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보호종료아동 실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부응하고, 영화의 진정성이 관객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을 통해 수익금의 일부를 후원하키로 결정한 것.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도 이들의 자립을 돕고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국회의원(광주 서구을)은 보호종료아동 지원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향자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17개 시·도별 보호종료아동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2587명) 서울(410명)과 경기(405명) 지역 보호종료아동이 가장 많았다. 100명 이상인 곳은 전남(226명), 부산(213명), 경남(193명), 경북(180명), 강원(178명), 전북(132명), 인천(116명), 충남(115), 충북(101명) 순으로 집계됐다.

양 의원은 “매년 2천500여 명의 아이들이 보호시설을 나오지만 만 18세라는 퇴소기준이 너무 어리기 때문에 자립을 위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도, 경제적 여력도 없다”며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도 생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취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5년간 보호종료아동 대학진학률을 살펴보면 지난 2015년(38.5%)부터 30%대에 머물던 대학진학률이 2019년(43.6%)에 처음으로 40%대로 진입했다.

2019년 기준 대학진학률이 절반을 넘은 지자체는 세종(66.7%·2명)을 제외하면 경남(59.1%), 대전(56.5%), 대구(56.2%), 경북(53.3%), 광주(51.8%), 전남(50.4%) 순이었다.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보호종료아동들이 생계와 의료, 주거 등 기초적 지원을 받으면서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기초생활보장 기준을 완화해 시행 중이다.

또 현재 보호종료 3년 이내 아동의 경우 매월 30만 원의 자립수당을 지급하고 자립수당은 기초생활보장 소득 산정에서 제외해 동시에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턱없어 부족하다는 것이다.

양향자 의원은 “실제 보호종료를 앞둔 아동들은 사회 진출에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광주지역 보호아동들은 ‘자립에 대한 두려움’(31.8%)과 ‘경제적 부담’(26.1%), ‘자립 정보 부족’(16.5%) 등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부담을 함께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진학시 시설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이 일부 연장되긴 하지만,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돈을 모아야만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면서 “반면 대학 진학이나 교육기관 연수 등의 기회를 얻지 못한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빈곤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 “지자체가 지급하는 500만 원의 자립지원금과 정부가 주는 월 30만 원의 자립수당으로는 보호종료아동의 안정적인 사회진출을 도울 수 없다”며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결국 삶의 끈을 놓아버리는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지원만큼 중요한 것이 정서적 지원인 만큼 아이들을 위한 심리 안정과 함께 사회 적응을 위한 전반적인 교육과 상담이 동시에 진행될 필요가 있다”면서 “우선 국회에서 법적·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당·정·청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지원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희윤 jh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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