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추적 = 완도군 ‘특정 백신’ 꼬리무는 의혹
<속보> “독점업체 백신 구매하라”… 완도군 수상한 입찰
의약품 도매업체간 ‘물고 물린’ 피라미드 구조
완도군 “제품 지정 후 입찰 문제없다” 변명 일관

스카이 조스터 백신.
조스타박스 백신.

전남 완도군보건의료원(이하 완도군)을 둘러싼 대상포진 백신 입찰 논란 <본보 2021년 1월 28일자 24면 보도>이 업체 배불리기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특정 백신만을 콕 집어 입찰을 진행하고, 입찰에 선정된 업체에겐 해당 백신을 납품토록 강요하는가 하면 이를 거절한 업체에겐 전국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중징계를 내린 완도군의 고압적 행태를 비난하는 시선들이 더해진 결과다.

◇특정 백신만 요구하는 완도군

완도군은 2019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진행된 대상포진 백신 관련 1~ 5차 입찰을 진행했다. 당시 대상포진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사가 제조한 스카이조스터 백신과 녹십자가 유통했던 조스타박스(미국 MSD사 제조)백신 2가지가 유통중이었다.

완도군은 입찰을 진행하면서 두가지 백신 중 유독 조스타박스만을 고집스럽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1차부터 5차 입찰에 선정된 업체 모두에게 조스타박스를 납품토록 했다.

특히 2차 입찰에 선정된 (피해)업체와는 ‘스카이조스터 백신을 완도군에 납품한다’는 계약까지 맺고도 조스타박스 백신으로의 교체를 강요했다. 이를 거부하자 계약파기 및 부정당업자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후 진행된 입찰에서 완도군은 아예 입찰 품목 자체를 조스타박스 백신으로 지정·공시했다.

사실 1·3·4·5 입찰 선정 업체들 중 일부는 본래 스카이조스터 백신으로 입찰에 참여 하려고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완도군의 압박에 조스타 박스 백신으로 품목을 변경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인해 유통가격 상승에 따른 영업손실까지 본 업체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차 입찰 선정업체의 피해사례를 목격한 만큼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탓이다.

◇논란의 불씨 키운 완도군

이번 입찰이 유독 세간의 입살에 오르내린데는 백신 입찰 전후 나타난 수상한 정황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다.

입찰 당시 조스타박스 백신은 광주에 있는 특정 의약품도매업체에서만 독점 유통중이었다. 더욱이 해당 광주 업체 대표는 녹십자 출신 간부로 알려졌고 이는 입찰 공정성 훼손 논란의 직접 배경이 됐다. 완도군이 누가 입찰에 선정됐건 상관없이 광주업체를 통해서만 백신을 확보해야 구조를 만들어준 꼴이 됐기 때문. 특히 입찰에 선정됐거나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 상당수가 평소 백신을 취급하지도 않은 업체들로 밝혀지면서 논란의 불씨는 더욱 커졌다.

전남에서 진행되는 의약품 입찰에는 광주업체가 참여할 수 없도록 한 현행 규정을 교묘히 피하기 위한 술수아니냐 하는 일각의 부정적 시선이 확산된 배경이 됐다. 자의든 타의든 완도군은 이번 입찰을 주도하고 특정 백신을 납품토록 강요하면서 순수 경쟁 입찰을‘도떼기시장’으로 만들어 버린 장본인이 됐다.

◇제도적 한계와 후유증

지역의약품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상황들이 꽤 오래전부터 지속됐다는 설명이다.

지역 의약품 도매업계에 따르면 현재 광주 지역은 대략 200여개 업체가, 전남에선 최소 100여개 이상 업체들이 성업중이다. 이들 업체들은 다시 국내 대형 의약품유통업체 출신들이 세운 업체와 지역에서 처음부터 성장해 온 토착업체들로 세분화된다.

대형의약품유통사 출신들이 설립한 업체의 경우 과거부터 쌓아온 병원, 보건소 등 의료 기관 및 인맥 등 인프라를 밑거름 삼아 비교적 신생업체임에도 성장이 빠르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전 회사와 연결된 끈도 단단하다. 본사와 직영점 같은 관계가 형성되는 셈이다.

인맥이 재산이라 불리는 의약품유통업계 특성을 고려하면 상당한 메리트를 안고 출발한 것이다. 자연스레 이들과 경쟁관계에 놓인 지역 영세 토착 업체들은 직·간접적으로 열세를 보인다.

이러한 구조는 백신을 취급하지 않아도 의약품도매업 허가만 있으면 백신 입찰 참여가 가능하도록 한 현행 허술한 제도와 만나 더 큰 시너지(?)효과를 낸다는 것이 관계자들 설명이다.

인맥이나 힘 있는 업체 및 의료기관들의 입김이 작용할 시 입찰결과도 손바닥 뒤집듯 바뀔 수 있다는 것. 백신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백신 보유 공간 구축’, ‘백신 운반 차량 운영’ 등 콜드체인은 무시되기 십상이다.

이번 완도군 대상포진 백신 입찰 논란도 이같은 의약품 유통 생태계 질서·구조가 만들어낸 일종의 후유증이란 의견이 많다. 이로인해 쌓인 불신은 향후 진행될 코로나 백신 접종 등 타 백신접종에 대한 군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키우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전망도 나왔다.

광주 지역 한 의약품도매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완도군이 진행한 입찰 과정과 이후 행태를 보면 지자체가 직접나서 의약품 유통 질서를 훼손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문제가 시정되지 않는다면 업체는 물론이고 약을 복용하거나 접종하는 지역들에게 그 피해가 전가될 것이다. 입찰에서의 공정성 시비도 매번 반복될 것이다”고 꼬집었다.

완도군측은 여전히 이번 입찰 과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완도군 관계자는 “콜드체인의 경우 지자체가 이를 반드시 관리 감독하고, 기록해야 하는 의무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의약품 공급 업체가 어느 회사에서 약을 가지고 오는지 꼭 알아야 하는 것인가. 그런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백신을 입찰에서 지정한 것은 지역 여론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린 결론이었다”며 “더 좋은 약을 지역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것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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