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79) 고창녕
<제4화>기생 소백주 (79) 고창녕
그림/정경도(한국화가)

그림/정경도(한국화가)

“서방님, 그리 술잔을 드시고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다소곳이 김선비 앞에 앉아 있던 소백주가 말없이 앉아있는 김선비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으음!....... 내 잠시 먼 과거의 생각에 잠기었습니다.”

김선비는 몰려오는 상념을 고개를 저어 털어버리며 무겁게 입을 열며 들었던 술잔을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과거의 생각이라뇨?”

“아아! 그 그 옹기장수 이야기요!”

김선비는 그만 자신도 모르게 불쑥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아하! 서방님께서 그 명판관으로 유명한 고창녕 대감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셨나 보군요?”

소백주가 옹기장수 하니 김선비가 떠올렸던 홍수개 이야기가 아니라 고창녕 대감의 옹기 값 변상 소송 판결을 생각한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으 으음!....... 그 그랬다오! 참으로 그 옹기장수 판결은 명판결이지요!”

김선비가 얼버무렸다. 소백주가 말한 고창녕 대감의 옹기장수의 ‘옹기 값 변상 소송’ 판결에 대한 이야기는 김선비도 잘 알고 있었다.

전 재산을 들여 옹기를 사서 옹기장수로 나선 사내가 옹기지게를 짊어지고 이 마을 저 마을로 돌아다니며 팔러 다니기로 했다. 첫 장삿길을 나서서 산 고개를 넘다가 지쳐 길가에 옹기지게를 작대기로 받쳐두고 잠시 쉬었다. 그러다가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아뿔싸! 거센 바람이 불어오더니 옹기지게를 휘감고 갔다. 순간 옹기지게가 균형을 잃고 ‘쿵!’ 하고 넘어져 옹기가 전부 깨지고 말았다. 깜짝 놀라 깨어난 옹기장수가 보니 옹기가 전부 박살이 나서 하나도 성한 것이 없었다. 살길이 막막해진 옹기장수가 울상이 되어 고을 원님을 찾아갔다. 그 고을 원님이 고창녕 대감이었다. 관가의 단 위에 높이 앉은 고창녕 대감 앞에 고개를 조아리고 옹기장수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또 나리! 전 재산을 들여 산 옹기를 지게에 짊어지고 장사를 나섰는데 산 고개 마루에서 작대기를 받쳐두고 쉬다 깜박 잠이 들었습지요. 그런데 그만 거센 바람이 불어와 지게가 넘어져 옹기가 다 박살이 나서 쫄딱 망했습니다요. 제 옹기 값을 좀 변상 받아 주십시오!”

허허! 세상에 살다 살다 바람이 깨버린 옹기 값을 변상해 주라니? 어떻게 바람을 붙잡아와 옹기 값을 변상 받을 수 있겠는가?

“으음! 그래!......”

옹기장수의 그 말을 들은 고창녕 대감이 고개를 끄덕이며 옹기장수를 쓰윽 바라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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