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80) 목민관(牧民官)
<제4화>기생 소백주 (80) 목민관(牧民官)
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학과 졸업)

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학과 졸업)

고창녕 대감이 옹기장수를 보니 행색이 초라했다. 옹기 값을 변상 받지 못한다면 가족들이 모두 굶주릴 것이고 필시 비렁뱅이가 될 것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고창녕 대감이 입을 열었다.

“여봐라! 인근 바닷가의 어장 주인들에게 이 옹기장수에게 깨진 옹기 값을 변상하도록 해라! 어장 주인들이 배가 잘 다닐 수 있도록 유익한 바람을 기원했을 터이니 그 바람은 그들이 불러일으킨 것이다.”

“예! 사또나리, 분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이방이 대답하고 그것을 기록했다.

“사또나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깨진 옹기 값을 변상 받게 된 옹기장수가 관가의 마당에 넙죽 엎드려 절을 했다.

고창녕 대감은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백성이 곧 하늘이라는 이민위천(以民爲天)을 실천하는 목민관이었다. 가난한 옹기장수가 바람이 불어와 옹기가 깨진 것을 부자 어장주인들 여럿이 분담하여 주도록 했으니 어찌 명판결이 아니겠는가! 세상은 함께 나누며 잘 살아가야 하는 것이지, 나만 혼자 잘 먹고 잘 살아가야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러고 보니 서방님은 고창녕 대감 같은 훌륭한 목민관(牧民官)이 되고 싶으신가 보군요?”

소백주가 김선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민위천(以民爲天) 선우후락(先憂後樂) 하고 싶었소만 이제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나요?”

김선비가 술잔을 들며 말했다. 벼슬자리를 돈을 주고 사러 왔다가 그것도 실패하고 늙은 어머니에 가족이 굶주려 죽게 생겼다는데도 귀향을 하려다말고 기생 소백주를 만나 저 천하절색(天下絶色) 미모에 붙들려 이렇게 삼년을 훌쩍 지내 버렸으니 어찌 난봉꾼 홍수개보다 자신이 더 낫다고 할 수 있겠는가?

과거시험에 수없이 낙방하고, 불효하고, 좋은 남편도 아니었고, 자신도 못한 공부를 잘해 과거시험에 급제해 출세하라고 자식들을 달달 볶아댔으니 좋은 아버지도 아니었다. 늙은 어머니는 살았을까? 죽었을까? 가족들은 무사할까? 아름다운 여인에게 빠져 자신의 실체를 망각하고 삼년이나 소식 한 점 없이 살아왔으니 생각할수록 정말 홍수개보다 더 못한 인간이었다. 이민위천, 선우후락보다도 우선 자신을 추스르고 당장 가족의 안위부터 알아보아야 했다.

“서방님! 천하에 도가 있으면 나아가 능력을 발휘하고(天下有道則見), 천하에 도가 없으면 조용히 물러나 수신에 힘써야 한다(無道則隱)고 공자께서 말씀 하셨다지요. 천하의 도가 땅에 떨어진 시대라고는 하나 알 수 없는 것이 인생길입니다. 서방님! 혹여 좋은 기회가 올수도 있겠지요.”

소백주가 빈 잔에 술을 부어주며 김선비를 위로하며 말했다.

“좋은 말씀 고맙구려! 그러나 무사심(無邪心)이라오. 이제 떠나야겠지요.”

김선비가 소백주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술잔을 들며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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