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표의 복지국가 선언
최형천(㈜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정당대표 연설에서 신복지국가 구상으로 보편적 사회보호를 위한 ‘국민생활기준 2030’을 제안하였다. “소득, 주거, 교육, 의료, 돌봄, 환경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국민생활의 최저기준을 보장하고, 적정기준을 지향하는 것이 ‘국민생활기준 2030’”이며, 최저기준이란 최저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기준이고, 적정기준은 중산층에 걸 맞는 삶의 기준이라고 역설하였다. 이어서 18세까지 확대된 아동수당과 같은 생애주기별 소득지원, 상병수당 등 포괄적인 돌봄과 의료보장, 차별 없이 교육을 받을 기회, 일상의 건강과 행복 보장 등 구체적인 복지구상을 밝히면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통해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를 설계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지금 절망에 빠져 불안에 떨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라 할 수 있다. 디지털기술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뺏길까봐 잔뜩 불안해진 인류에게 코로나 팬데믹은 새로운 위기로 다가와 공포감은 극도에 달하고 있다. 한국사회도 코로나 이전부터 시민들의 불안감은 일상화되어 가고 있었다. 경제지표 상으로는 한껏 풍요로워졌는데 개인의 삶은 위태롭기만 하였다. 또한 국민의 80% 이상이 스스로 중산층 이하라고 여길 만큼 비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로 위기에 내몰린 국민들은 국가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우리사회의 안전망이 취약함을 절감하고, 적정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국가적 과제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시점에서 이 대표의 복지국가 선언은 시의적절한 비전제시로 보인다.

이 대표는 복지의 최저기준이란 최저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기준으로 국가의 의무라고 규정한다.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공정한 사회라면 타고난 능력, 가치관, 사회경제적 지위와는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불가피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한도 내에서 허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렇듯 이 대표는 사회경제적 약자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평등주의 관점에서 분배적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한 적정기준이란 2030년까지 달성할 국가의 복지목표이며, 그 기준으로 중산층의 삶을 제시하였다. 최저기준에서 기회의 평등기준을 제시했다면, 적정기준에서는 결과의 평등기준으로 국민 누구에게나 중산층 정도의 삶을 보장하는 보편적 복지국가의 구상을 천명한 것이다. 보편적 복지국가에서는 중산층도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어 국민적 지지도가 높으며 조세저항도 크지 않다. 이런 연유로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보편적 복지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복지국가란 국가가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책임지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여 공동선을 추구하는 모델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경제발전 정도가 유사한 국가 간에도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사회일수록 불평등 정도가 낮고 사회적으로 더 안정되어 있다. 자유시장 원리에 충실한 미국과 복지사회를 지향하는 북유럽 국가들을 비교해보면 복지국가들이 범죄율이 낮고, 평균수명은 길며, 국민의 행복감도 높다.

지난 날 우리사회는 복지제도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과 반대에 부딪쳐 지지부진하게 추진되어온 사실을 부인하지 못한다. 우리는 파이를 만드는 데는 뛰어났지만 그걸 나누는 데는 현명하지 못했다. 그 결과 남들이 부러워 할 만큼의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개인의 삶은 팍팍하며 미래는 불안하고 무엇보다도 행복하지 못하다. 우리가 지향하는 자유, 평등, 정의, 연대 등의 사회적 가치는 복지라는 틀을 통해서 구현되어야만 가능한 영역이다. 사회적 가치의 진정한 실현은 결국 복지로 귀결된다.

이낙연 대표의 복지국가 선언을 기회로 삼아 복지담론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요청된다. 사회안전망으로서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출, 정책 우선순위의 조정, 재원마련을 위한 세제의 개편 논의 등이 필요하다. 성장과 복지가 조화를 이루면서 민주주의를 완성시켜가는 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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