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무차별 살처분…전남 닭·오리 농가는 ‘아우성’
합당한 보상금 마련 위한 제도개선 절실
3→1㎞ 이내 축소됐지만…뒷북 정책 울분
전남도의회 등 곳곳서 현실적 대책 촉구

AI 검출된 오리농장
지난 8일 오후 전남 나주시 세지면의 한 육용오리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H5형 검출로 관계자들이 3만 2천마리의 오리를 살처분 작업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전남지역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내 고병원성 AI는 지난해 12월 4일 영암군 시종면 육용오리 농장 첫 발생 이후 2개월 만에 도내 17곳에서 퍼졌다. 살처분도 350만마리가 넘어서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금류 수급과 가격에 비상이 걸린 상태지만, 정부에서는 여전히 비과학적이고, 비효율적인 AI 예방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가금농장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AI 발생 시 정부는 발생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가들이 합당한 보상금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있어 살처분 후 실질적인 보상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확산세 여전

전남에서는 고병원성 AI가 주일에 2건꼴로 발생한 셈으로, 전국 발생 농장 101건 중 경기도 다음이다. 육용오리 농장이 11건으로 가장 많고 종오리 농장 3건, 산란계 농장 2건이며 지역별로 살펴보면 영암 5곳, 무안 3곳, 나주·구례 각 2곳, 곡성·보성·함평·장성 등 각 1곳이다.

검출 경위는 의심 신고 5건, 출하 전 검사 4건, 상시 검사 3건, 역학조사 2건, 계열사 일제 검사·도축장 검사 1건 등이다. 최근 2개월간 도내에서 살처분된 닭·오리는 발생농장과 반경 3㎞ 이내 농가를 합쳐 무려 350만마리에 달한다. 2017년 12월∼2018년 1월 사이 고병원성 AI가 도내 11 농가에서 발생해 81만 마리가 살처분됐을 때보다 4배 더 많다.

방역당국은 소독과 검문을 강화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천 주변 야생조류 분변 등에서 고병원성 AI가 전국적으로 지속해서 검출되고 있고 분포지역도 도내에만 11곳에 달하는 등 기존 방역만으로는 쉽게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분석도 있다. 추가 발생위험도는 더 커지고 있다.
 

고병원성 AI 방역. /남도일보 DB

◇뒤늦은 살처분 범위 재설정

정부는 AI의 확산 방지를 한 방역 조치로 발생농장 3→1㎞이내로 조치시켰다. 이 부분을 놓고 농가에서는 뒤늦은 정부의 정책에 곱지않은 시선이다.

가금농장에서는 지난 2018년 강화된 AI SOP에 따라 예방적 살처분의 범위가 기존 발생농장 반경 500m에서 무려 여섯 배나 넓어진 3㎞로 개정된 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번 겨울 AI 발생의 양상은 가금 농가들의 방역 수준이 월등히 향상돼 수평전파를 통해 발생했던 과거와 달리 불특정지역에서 단독적으로 발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방역대 내 축종, 역학, 방역·소독실태 등 구분 없이 단순히 직선거리만을 기준으로 무분별한 살처분이 이뤄져 불필요한 피해를 야기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서삼석 국회의원(영암·무안·신안)도 제기했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현재 이뤄지고 있는 가축의 살처분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서삼석 의원은 “살처분된 가축 중 고병원성 AI의 경우 75%,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우 94%가 예방적 살처분에 의해 살처분 됐다”며 “예방적 살처분이 과학적, 법적 근거가 불분명함에도 무분별하게 이뤄져 축산업계에 심각성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5일 부터 2주간 3㎞이내의 모든 가금류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1㎞로 축종했다. 정부는 AI 발생 상황을 재평가해 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실적 보상 마련 절실

살처분에 따른 보상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농장 쪽의 과실이 없을 경우 시가의 80%를 보상하지만, 농가 피해 복구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살처분과 매몰, 소독 등 방역 작업을 마치고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최소 3~6개월간 새끼 닭·오리를 들이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농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살란계 농가의 경우 달걀은 매일 생산되는 것이기 때문에 6개월 정도 지나면 거래처가 없어진다. 자체적 판매능력이 없는 등 판로확보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다시 일어서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계업은 완전 자동화 설비를 갖춰야 하는 고비용 장치산업이다. 본인 인건비와 농장 유지비를 생각하면 보상받는 비용은 최소 생계유지에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고병원성 AI 발생농가에게 가축전염병예방법 에 의거, 보상금을 지급하게 돼있다. 또한 살처분 보상금을 경감 또는 감액할 수 있게했다. 하지만 AI 발생 시 정부는 발생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해 방역 및 소독시설의 취약상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살처분 보상금을 감액하고 있어 농가들이 합당한 보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축종별로 보상금 산정기준, 보상 범위 등이 현실과 거리가 있어 이에 대한 개선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역대 해제가 늦어지며 발생하는 사육제한 연장에 따른 보상은 전무해 생계안정비용 지원 대신 재입식하지 못한 기간을 산정해서 소득안정자금으로 지원하는 등 살처분 후 실질적인 보상책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양계협회·한국오리협회·한국육계협회는 최근 현행 살처분 보상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각 축종별 특성을 감안한 살처분 보상금 산정 기준 개선을 공식 건의했다.

전남도의회에서도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체계와 피해보상금 제도개선 대책의 마련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채택했다. 도의회는 이 건의안을 대통령비서실, 국무조정실, 농림축산식품부에 보냈다.

중·서부취재본부/박지훈 기자 jhp9900@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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