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옥 송원대 교수의 남도일보 독자권익위원 칼럼
벚꽃엔딩,그 의미에 대하여
백현옥(송원대 교수)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 UhUh )둘이 걸어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중-

‘벚꽃연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느 해부터인가 봄이 되면 어디서든 흘러나오는 노래다. 늘 따스한 사랑노래처럼 들리던 노래가 올해, 유독 아련하게 들리는 건 무엇 때문인지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 생겼다. 곧 벚꽃이 만개한 학교 캠퍼스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고민은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간다.

학생 모집과 선발로 정신없는 1, 2월을 보내고 꽃샘 추위와 함께 새로운 곳에 대한 긴장감에 살짝 뻣뻣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서는 신입생들을 맞이하며 3월 새학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3월의 두근거림이 가득해야 할 이 시기에 또다른 걱정이 마음을 짓눌렀다. 비록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업을 촬영하고, 학생들의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카카오톡을 활용해 상담하고, 안내를 한 지난 1년의 시간이 익숙하면서도 아직도 어렵기 때문이다.

유독 학생 모집이 힘들었던 것도 코로나19로 인해 1년여간의 공백과 연관이 돼 있을까 고민이 됐다. 그간 어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올해의 학생 모집은 몸 고생, 마음 고생이 심했다. 우리 지역의 국립대도 미달이 됐다는 기사가 유령처럼 떠돌며, 인근 학교들의 장학금 지급과 다양한 혜택들이 속속 들려 오는 와중에 등록을 고민하던 학생들도 쉽게 혜택으로 등을 돌렸다. 다양한 자격증과 졸업생들의 취업 현황을 공고해도, 눈앞에 있는 떡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었으리라.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좋은 학교, 좋은 학과, 그것도 아니라면 혜택을 먼저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기회와 졸업 이후를 위한 기회들을 가지고 있는 학교들도 고려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타교의 상담학과와 비교해서 최대한 많은 자격증을 확보하고, 현장의 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교수들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던 시간들이 허공에 흩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우리학교를 선택해달라는 하소연을 하고자하는 것은 아니다. 과연 우리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메리트가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 됐다. 현장의 목소리를 전해 줄 실력 있는 교수도,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자격증도, 이제 막 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들의 눈길을 끌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가고 있다. 그 학생들의 눈길을, 그리고 발길을 사로잡을 만한 메리트. 이제 지방대학에서는 본교의 메리트가 무엇일지, 무엇으로 만들어가야할지를 선택해야할 시간이 온 것 같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대학가의 자조가 현실이 된 2021년이 시작됐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됐던 그 자조는 어느새 우리 발등에 불씨가 돼 떨어졌다. 벚꽃이 찬란한 슬픔이 돼버린 현실 속에서 떨어지는 꽃잎을 얼마나 움켜쥘 수 있을까. 대비책을 미리 마련했다면 좋겠지만, 다시 학생모집이 시작되기까지 1년을 더 많은 고민과 함께 다시금 살아보고자 한다.

하얗게 날리는 벚꽃이 다시금 마음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그 벚꽃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언제쯤 생길 수 있을까. 벚꽃엔딩의 가삿말처럼, 봄바람이 날리는 거리를 함께 걷고 싶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을 선택한 신입생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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