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누군가의 가슴에서 빛나는 작은 별들
주재환(광주사랑나눔공동체 대표)

우리나라는 이미 사회복지의 길로 들어섰다.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을 복지의 시각지대에 점점 더 서광이 비추고 있는 것은 참으로 희망적이고 고무적이다.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다. 2008년부터 가까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나눔활동을 하다가 알게 된 청년이 있다. 청년은 두 눈이 모두 보이지 않는 전맹 이었다. 중도 실명자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두 가지의 꿈이 있었다. 첫째는 시인이 되는 것과 두 번째는 공무원이 되는 꿈이었다. 나는 평소에 하던 대로 그가 읽기를 원하는 시집이나 책을 워드작업을 하여 그에게 보내주면 그는 그것을 음성을 듣고 시를 썼고 공부를 해나갔다.(시각장애인들은 글씨는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장치인 ‘한손애’라고 하는 것을 사용하여 공부를 한다.)

나는 단체에서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여 이들과 협업으로 그를 돕는 일을 했다.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고 그가 찾아왔다. 국회에서 실시하는 공모에 시를 작성해서 제출 후 결과를 받았는데 국회의장 상을 탔다는 것이다. 국회에까지 가서 상을 받고 그 기쁜 소식을 저에게 알려 줄려고 직접 찾아 온 것 이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는 이번엔 두 번째 꿈에 도전했다. 요즘 들어가기가 쉽지 않는 공무원 시험에의 도전, 상식으로는 말리고 싶었지만 그의 꿈만은 꺾을 수 없었다. 그 무렵 토요일마다 실시하는 자원봉사 교육에 자원봉사 지원 학생의 아버지가 따라와서 뒤에 앉아 있다가 그의 꿈에 대하여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 분은 나에게 자기도 돕고 싶다고 했다. 그 후로 학생의 아버지는 일대 일로 만나 열심히 가르쳤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국립대학교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교수였다.

꽤 긴 시간이 흘렀다. 낙엽도 지고 겨울이 깊어 갈 무렵 갑자기 한 밤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공무원 시험에 최종합격통지 소식이었다. 맨 먼저 알려드리고 싶어 전화를 드렸다는 것이다. 모 광역시에서 첫 번째로 탄생한 시각장애인 1호 공무원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금은 모 구청 홍보과에 근무 중이다.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좌절하지 않고 용기있게 도전하여 꿈을 이룬 청년의 밝은 얼굴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그 후 청년을 지도한 교수님은 이 일로 인하여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하여 종종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은 생애를 더 보람있는 일을 위하여 사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었다는 말도 했다.

작은 사례이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로 도움을 줌으로써 누군가의 삶에 희망을 주는 것은 보람찬 삶일 것이다. 그것은 서로간의 행복을 증진시켜 준다. 그리고 이러한 작은 일들이 모여 사회를 더 행복하게 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그것은 사회복지의 이념과도 같을 것이다. 작은 나눔 소박한 섬김, 그것은 아직 그늘진 곳에서 내밀고 있는 싹이 꽃으로 피어나고 열매를 맺게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일상의 복지라 할 수 있다.

작은 시내들이 모여 강을 이루고 강들이 흘러 바다를 이루듯, 오늘 여기 나의 삶의 자리에서 아직 어두운 곳을 비추는 작은 촛불 하나, 그것은 어둠이 짙을수록 더욱 빛날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가 엄습하여 모든 사회적 기능이 마비되다시피한 암울한 시대에는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누군가의 가슴에서 빛나는 희망의 작은 별이 되어 빛날 것이다. 그리고 그 별을 간직한 사람은 다시 아직 가슴 속이 아직 어두운 누군가의 가슴을 비춰주는 별이 될 것이다. 광주사랑나눔공동체는 힘든 시기 사랑과 나눔을 더해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을 보듬고 따뜻한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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