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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89) 돈의 정체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89) 돈의 정체

<제4화>기생 소백주 (89) 돈의 정체

그림/김리라 (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89
그림/김리라 (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이토록 이 집에 많은 돈을 보내 새로 큰 집을 짓게 하고 그동안 별 고통 없이 잘 먹고 잘살게 해준 이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김선비가 생각하기에는 그것은 아마도 벼슬을 사러가서 돈 삼천 냥을 바쳤으나 벼슬을 내려주지는 못했으니 그간 가져간 돈이나마 도로 돌려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그렇다면 그는 필시 이 나라 조종의 우의정 이정승일 것이었다.

그 욕심 많은 간악한 위인이 그 삼천 냥을 그냥 날로 꿀꺽 삼키지는 못하고 이처럼 뒤늦게라도 사람을 시켜 돌려주었으니 인간의 탈을 쓴 사람으로서 겨우 병아리 눈곱만큼이라도 양심은 있었구나 싶었다. 김선비가 그 집을 돌아 나오던 3년 전 그해 봄, 먼 길 떠나는 사람에게 노자 돈 한 푼 인심 쓰지 않았던 이정승의 괘씸한 처사를 생각하면 당장에라도 쫓아가서 ‘네 놈이 인간이냐? 괴물이냐?’고 호통을 치며 귀뺨이라도 서너 대 올려붙여 버려야 속이 시원할 것이었다. 그것을 못내 참고 탈탈 굶고 빈손으로 떠나오던 그날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속에서 부아가 끓어오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뒤늦게라도 사람을 시켜 이처럼 벼슬자리를 좀 봐 달라고 바쳤던 돈을 고스란히 돌려주었다고 생각하니 김선비의 굳었던 마음이 한결 누그러지는 것이었다. 그 돈이 없었다면 늙은 어머니며 처자식은 한기(寒氣)에 내몰려 굶어 죽었을 지도 모를 것이었으니 그것을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했다. 김선비는 이정승에게 벼슬자리 사려고 바친 돈 삼천 냥이 그대로 집으로 돌아온 줄로만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딱 그렇게 믿고는 부엌에서 먼 길을 달려온 서방님에게 드린다고 술 거르고 씨암탉 잡고 전 지져 음식 걸게 장만하는 아내를 불렀다. 아무래도 아내는 6년 만에 돌아온 서방님을 위하여 일가친척들을 모두 불러 뜨거운 고기국물에 안주를 가득 마련해 놓고 쓰디쓴 술이라도 배불리 먹일 생각이었다.

“여보! 부인!”

김선비가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를 듣고 부엌에서 일하는 아낙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있던 아내가 방으로 들어왔다.

“무엇이 그리 급하신가요?”

“어 어흠! 무엇이 그리 급한 것이 아니라……” 김선비가 머뭇거리며 아내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6년 전보다 주름이 많이 늘어 그 곱고 화사하던 꽃 같던 얼굴도 세월 속에 시들어가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사내 손길 끊어지고 아이들 기르랴, 어머니 봉양하랴 6년을 홀로 궂은 집안 일 헤쳐 오며 살아왔으니 고단한 나날을 보냈을 것이었다.

“먼 길 오셨으니 따뜻한 아랫목에서 한잠 푹 주무시지 그러세요. 소식 한 장 없던 서방님이 이렇게 돌아 오셨으니 소식 궁금해 하던 일가친척 어르신들을 모두 불러 모아 인사를 드려야하지 않겠어요.”

“그 그건, 그래야지요....... 그 그런데 부인, 그 이정승집에서 돌려보내온 돈이 삼천 냥이었나요?” <계속>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희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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