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도끼는 잊어도 도끼에 찍힌 나무는 잊지 못한다
조현우(광주광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광주 광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학교전담팀은 최근 모든 대한민국 사회가 학교폭력 이슈로 덮여 가는 지금, 신학기 학교폭력 예방에 총력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및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학교전담경찰관 6인을 2인 3개조로 구성, 소규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가 급격하게 대한민국 구석까지 전파된 이후 학교와 놀이터, 주변 상가 등으로 나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전반적인 패러다임을 바꿨다. 최근 학교폭력이 이루어지는 방식은 때리거나, 욕하거나, 돈을 뺏는 등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교묘한 방법을 이용해 친구에게 큰 상처를 남기는 직·간접적인 학교폭력으로 바뀌었는데, 일명 ‘조용한 학폭’ 가해자인 듯 아닌 듯 정체를 알기 힘든 교묘한 학교폭력이 등장한 것이다.

말 만하면 정색하거나 어이없다면서 싸늘하게 반응하는 ‘꼽주기’, 팀 활동 때 나도 모르게 버려져 홀로 남은 ‘은따’, 앞에서는 잘 지내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SNS로 ‘뒷담화’하기, 촌스럽거나 머리가 나쁘다는 비방글을 게시 공유해 친구들 사이에서 무시해도 된다는 ‘여론몰이’, 단체 대화방에 강제 초대해 원하지 않는 메시지를 받게 하는 ‘카톡감옥’, 위치추적 앱 강제 설치 및 초대 후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365일내내 감시당하는 ‘사생활침해’ 생일파티 약속 후 장소 알려주지 않기 등 학교폭력은 중국의 전통 연극 경극(京劇)과 같이 가면을 바꿔가며 스스로 다양하고 아주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마음의 상처가 더 큰 ‘조용한 학폭’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친구들의 눈치를 보면서 관계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하며 스스로를 더욱 더 깊은 마음의 어둠 속으로 가두게 돼 결국 사람에 대한 조그마한 신뢰조차 사라진다.

오늘도 연예계, 프로스포츠 등 학교폭력 피해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어린 시절 힘이 없어서 저항하지 못했고 일방적으로 당했던 피해는 성인이 돼도 잊지 못한다. 그 아픔은 쉽게 아물지 않는 깊은 상처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어떤 연유이든 상대방에게 아픔과 상처를 줬다면 지금이라도 회복적 대화를 시도해 진정한 사과를 해야한다.

우리 사회가 학교폭력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가해자의 항변보다는 피해자의 상처에 같이 아파하며 학교폭력에 대한 상처를 함께 극복해주기 위해 더 공감하고 귀 기울이고 있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이제 더이상 국가대표, 연예인, 공무원 등이 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도끼는 잊어도 도끼에 찍힌 나무는 잊지 못한다’는 아프리카 스와힐리족의 속담이 있다. 학교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는 지금 이 글을 보는 순간이라도 피해자가 겪었을 정말 끔찍하고 힘들었을 심적 고통을 위로하고 스스로를 옥죄일 수 있는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매듭과 ‘학교폭력 피해자’라는 상처로 얼룩져 수도 없이 엉켜버린 마음의 실타래를 풀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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