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90) 죽을죄

<제4화>기생 소백주 (90) 죽을죄

그림/정경도(한국화가)
그림/정경도(한국화가)
김선비는 이정승에게 바친 돈 삼천 냥이 그대로 되돌아왔느냐고 궁금하던 것을 얼른 확인해 물었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인가요? 이정승집에서는 지금껏 코빼기도 비친 일이 없습니다요.”

아내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느냐고 김선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뭐! 뭐라? 그렇다면 부인, 이렇게 큰집을 지을 돈을 도대체 누가 보내주었단 말인가요?”

김선비는 자신의 예측이 빗나간 것을 알고는 펄쩍 뛰며 깜짝 놀란 얼굴로 말하는 것이었다.

“서방님이 한양에서 크게 사업을 일으켜 대 성공을 해서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벌어 보낸 것이 아니었던가요?”

아내는 되려 김선비에게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느냐고 되묻는 것이었다. “이 이런?……”

김선비는 어안이 벙벙했다. 김선비 자신이 지금까지 했던 일이라고는 고작 집안 전답 죄다 팔아 벼슬 살 돈 삼천 냥을 마련해 이정승에게 고스란히 다 바치고 그 집 사랑방에서 식객 노릇을 하며 기다리기를 삼년, 식구들이 굶어 죽게 생겼다고 해서 집으로 급히 내려오다 수원에 사는 조선 최고의 기생 소백주 집에서 꿈결 같은 나날을 지내기를 삼년 그러다가 지금에야 고향으로 내려 온 것, 그것이 전부가 아닌가!

“그렇다면 서방님이 큰 사업을 일으켜 돈을 벌어 새 집을 지으라고 돈궤미를 보낸 것이 아니란 말씀인가요?”

아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김선비를 바라보았다.

“으음!…… 그 그러니까, 그 그게 말이요……”

김선비는 순간 속으로 끙! 앓으며 입을 열지 못했다. 벼슬을 사려고 집안 전답을 모조리 팔아 삼천 냥을 이정승에게 바치고 벼슬도 얻지 못하고 늙은 어머니가 병이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부랴부랴 노자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탈탈 굶고 돌아오다가 수원 기생 소백주에게 빠져 꿈결 같은 나날들을 흠뻑 누리다 왔으니 사람의 탈을 쓴 모양으로 그 사실을 차마 입 밖에 곧이곧대로 실토하기가 김선비는 영 부끄럽고 낯이 서지 않아 저어되었던 것이다. 늙은 어머니와 처자식을 나 몰라라 팽개친 사실에 김선비는 사람으로서 해서는 아니 될 짓을 했다고 깊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김선비가 무슨 중대한 결심이라도 했는지 벌떡 일어나 어머니 방으로 가서 아내며 아이들을 다 모이게 해놓고 고개를 깊이 조아리며 찬찬이 입을 열었다.

“실은 어머니, 제가 어머니나 처자식에게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사실은.......”

김선비는 그간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온 가족들에게 솔직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벼슬 사러 가서 삼년, 그리고 수원에서 기생 소백주와 함께 살다가 온 삼년을 숨김없이 낱낱이 이야기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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