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91) 숨은 은인(恩人)

<제4화>기생 소백주 (91) 숨은 은인(恩人)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아무래도 이정승에게 벼슬을 사기 위하여 바친 돈이 되돌아온 것이 아니라면 그 수상한 돈의 정체를 반드시 밝혀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으 으음!……그 그랬구나. 아범아! 너 건강하고 우리가 이렇게 건강하게 잘살고 있으니 괜찮다.”

어머니가 말했다. 김선비는 부끄러움으로 어머니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그때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아내가 말했다.

“그래요. 생각해보니 3년 전 돈궤미를 지게에 짊어지고 온 젊은 짐꾼이 돈궤미의 사연을 묻자 수원에서 나리가 새 집 지으라고 보낸 것이라고 말했지요.”

“부부 부인, 부....... 분명 그 짐꾼이 수원에서 나리가 보낸 것이라고 했단 말인가요?”

김선비는 놀라 소리쳤다.

“정말이다. 아범아! 그 소리는 나도 들었단다. 그 돈 때문에 우리가 굶어죽지 않고 대궐 같은 새 집을 짓고 이렇게 잘 살아왔단다.”

어머니가 김선비를 빤히 쳐다보고 말했다.

“아아! 그것은 필시 그 소백주가 보내온 것입니다! 어머니!…… 이 이렇게 내 가정사까지 샅샅이 신경을 써주다니…… 으음!……”

김선비는 속 깊은 소백주를 떠올리며 벌린 입을 닫지 못했다. 그해 봄 낙향하는 쓸쓸한 길에 수원에서 한편의 시를 쓰고 그녀를 만나 호사하며 지내던 어느 날밤 어디에 사느냐며 가족 사항을 자세하게 묻던 그녀가 김선비의 눈에 불꽃처럼 환하게 떠올랐다. ‘아아! 우리 가족을 은밀히 보살펴 준 숨은 은인(恩人)이 소백주였다니!’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 가족들은 얼마나 힘든 생활을 했겠는가!

“지금까지 3년째 봄마다 그렇게 살림살이에 쓸 돈을 수원에서 나리가 보냈다며 젊은 짐꾼에게 거금을 지게에 짊어 보내왔지요. 서방님! 오늘은 그만 늦었으니 이 집에서 쉬시고 내일 그리로 다시 가세요. 어찌 사람으로서 은혜(恩惠)를 저 버릴 수 있겠습니까! 그 사람은 우리 가족의 은인이자 이제 우리와 같은 한 가족입니다.”

김선비의 아내가 김선비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김선비는 놀라 벌렸던 입을 닫고는 점잔을 빼며 말했다.

“어흠! 부인, 고맙소! 우리가 이렇게 여러 해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금방 날 더러 그곳으로 가라고 내쫓으려 하는 건가요? 그새 그렇게 투기(妬忌)를 부리면 되나요.”

“투기라뇨? 서방님! 생각해 보세요. 소백주라는 사람이 당신 하나를 보고 이렇게 많은 돈을 해마다 보내 왔던 게 아닌가요. 그 돈이 아니었다면 우리 식구는 아마도 굶어 죽었을 것입니다. 여기 어머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렇게 새로 지은 좋은 집에서 따뜻한 밥을 먹고 아이들 잘 기른 덕이 모두 소백주 그 사람의 은덕인데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의 은혜를 모르면 아니 되겠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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