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할때만 펼치는 빗살무늬 같은 더듬이 ‘매력적’
필자, 나방 매료에 빠지게 했던 ‘운명’의 주인공
오랜 기억 속 찾아 떠난 지리산 제일문서 조우
날개엔 4개 눈모양 무늬…천적에 보호본능 역할
참나무류잎 먹이식물로 45 ~ 55일 지나면 우화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25> 참나무산누에나방

 

사진-1 참나무산누에나방애벌레 (2019년 5월 12일, 뱀사골)
사진-2 참나무산누에나방애벌레 (2019년 5월 12일, 뱀사골)
사진-3 참나무산누에나방 (2014년 8월 10일, 오도재)
사진-4 참나무산누에나방 (2012년 7월 29일, 오도재)
사진-5 참나무산누에나방 (2012년 7월 29일, 오도재)

보통 나비의 주요한 감각기관은 시각이고, 나방은 후각이 발달하였는데 머리에 솟은 더듬이가 후각을 맡는다. 시각이 발달한 나비는 더듬이의 역할이 축소하여 끝이 통통하고 단순한 곤봉 모양이지만 나방의 더듬이는 매우 다양하게 생겼다.

나방의 더듬이가 복잡한 하나의 이유는 암컷이 냄새(페르몬)를 피우면 수컷이 더듬이로 냄새를 맡고 암컷에 달려들어 짝짓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복잡한 더듬이는 수컷에만 있다.

풍경사진에 몰두하다가 야생화를 쫓아 봄부터 이산 저산으로 망나니처럼 돌아다니던 필자를 나방에 푹 빠지게 했던 녀석이 있다. 첫 연재를 시작하면서 언급했던 멋진 빗살무늬의 더듬이를 가진 녀석, 바로 참나무산누에나방이다.

별 생각없이 참여한 밤에 불을 켜고 나방을 관찰하는 야간등화. 그때 처음 접한 나방의 더듬이가 항상 뇌리를 강하게 자극한다. 언제쯤 멋진 더듬이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을까?

수많은 나방들을 만났지만 내가 원하는 더듬이는 보여주지 않는다. 2012년 9월 29일, 불을 켜지 않아도 가로등 불빛에 다양한 나방들이 찾아오는 함양 오도재를 찾았다. 밤새 켜져있는 가로등과 지리산 제일문에 설치된 조명등에 수많은 나방들이 달려든다.

가까이 사는 녀석은 이른 시간에, 멀리서 오는 녀석은 아주 깊은 밤에 나타난다. 그래서 시간대별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 다른 종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그토록 보고 싶었던 녀석이 드디어 나타났다. 지리산 제일문 처마 밑 대리석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녀석의 더듬이에 그만 넋을 잃고 만다. 필요한때만 쫙 펼쳐지는 빗살무늬같은 더듬이. 드디어 참나무산누에나방의 진면목을 본 것이다.

다른곳에서도 몇 번 만난적이 있지만 이렇게 선명한 더듬이는 처음 본 것이다. 얼마나 오래 녀석을 보고 있었는지 모른다.

2년정도 지난 2014년 8월, 다시 찾은 함양 오도재에서 참나무산누에나방을 또 만날 수 있었다. 밤새 주차장과 지리산 제일문을 오르내리며 나방을 관찰하고 있었는데 새벽이 다 되어 녀석이 등장한다.

가만히 손가락을 내미니 살짜기 손 끝에 앉는다. 이른바 손가락 신공이다. 사진으로 담기위해 같이 한 일행의 손으로 옮겨본다. 멋진 포즈를 취해준다. 더듬이를 활짝 폈으면 더 좋았을텐데 조금 아쉽다. 그래도 이 정도도 까지 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날개에는 4개의 눈모양을 한 무늬가 있는데 아마도 천적들에게 무섭게 보이려는 것이 아닐까?

참나무산누에나방의 애벌레는 어떻게 생겼을까? 무던히도 찾아 다녔지만 쉽게 찾을수 없었다. 어른벌레가 보인다는 것은 분명 애벌레가 있다는 것인데 내 눈에만 안보이나?

2019년 5월 12일, 뱀사골에서 드디어 애벌레를 만났다. 먹이식물인 참나무류잎을 맛나게 먹고 있는 중령애벌레다. 몸은 녹색이고, 배 윗면에 있는 털받침은 노란색이지만 숨구멍 아래에 있는 털받침은 코발트색에 검은 털이 듬성듬성 있다. 잎을 대강 붙이고 노란 고치를 만든후 45~55일이 지나면 우화한다.

어른벌레를 만난후 애벌레를 찾아서 정리해놓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물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쉽겠지만 그러긴 싫다. 직접 찾아봐야 더 값어치가 있으니까…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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