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반지

김용표(전 백제고등학교 교장)

‘지금은 격변의 시기다’라는 말은 아마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세대가 평생 듣고 살아 온 말일 것이다. 단기에 경제적으로 압축 성장을 한 우리나라는 경제·사회·문화 등 어떤 영역에서든지 변화는 그저 일상이었다. 그것이 우리의 근·현대사이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변화는 가벼운 잔물결에 불과한 지도 모른다. 앞으로 몇 년 사이에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자간에 넘어설 수 없는 간격이 생기는 ‘초격차’사회가 된다는 전망도 있다. 변화의 대처방식에 따라 발전과 후퇴가 아닌 생존과 사망의 문제가 된다고 한다.

예컨대 코로나를 계기로 일부 전통적 자영업은 새로운 사업패러다임을 고안하지 않으면 도저히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거라고 한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특별한 메리트가 없는 대학들을 불과 3-4년 사이에 존폐의 운명을 극명하게 갈리게 할 것이다. 수많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자동차 관련산업은 전기자동차 시대가 본격화되는 10년 안에 어마어마한 해고의 바람이 불 것이다. 전통적 제조업은 수년 내에 산업 내에 AI 공정이 더 확대됨에 따라 고용단절 시대를 맞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론 세상의 변화에 맞춰가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계속 생겨남으로써 인력의 대체와 교환 또한 일부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예상 속에서 살아남는 길은 무엇인가? 우선은 변화를 ‘수용’하는 마인드를 갖는 수밖에 없다. 변화를 거부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옛날 인도의 한 부자가 죽으면서 두 아들에게 장롱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반지를 남겼다. 하나는 엄청난 크기의 다이아몬드반지이고 다른 하나는 평범한 은반지였다. 큰 아들은 자신이 집안의 장자이니 다이아반지를 갖겠다고 하였고 동생은 군말 없이 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세월이 지나 형제는 각자 삶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형은 큰 사업을 벌여서 한때 큰돈을 벌기도 하였지만, 삶의 굴곡이 생길 때마다 엄청난 돈이 되는 다이아몬드반지만 믿고 늘 마음의 균형을 잃었다. 결국은 값비싼 반지를 팔고도 사업에 실패해 인생의 후반기를 힘들게 보냈다. 반면 동생은 은반지를 받아들고 떠나면서 반지 안에 새겨진 글을 읽게 되었다. “이것도 또한 하나의 변화이다.” 그것은 아버지의 평생 좌우명이었다. 동생은 인생의 고비마다 반지에 새겨진 글을 주문처럼 외우면서 마음의 평상심을 잃지 않았다. 그가 성공했는지 여부는 모르겠다. 다만 그는 늘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변화에 적응하여 살며 삶을 괴로워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청년들이 바뀌는 세상에 적응하게 하는 교육설계에는 정당의 진영논리를 넘어 협조해야 한다. 힘들어진 변화를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 열린 마인드도 갖게 해야 한다. 심리적 정서적인 부분이 중요하다. 세상이 위험해졌으니 더 많은 보호와 양육의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은 과거보다 결코 더 위험해지지 않았다. 위험에 대한 뉴스와 정보가 늘어나고 신속해졌을 뿐이다. 그들을 가녀린 촛불로 여겨 가두고 보호하는 것만이 지혜로운 양육이 아니다. 촛불은 누가 문을 열어놔도 혹은 누가 재채기만 해도 쉽게 꺼진다. 그들을 쉽게 꺼질 수 없는 횃불같은 존재로 키우려면, 모두가 힘든 이 상황에서 그 이유로 누군가를 지목하고 모든 것을 그 탓으로만 돌리는 것보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모습을 격려해야 한다. 남탓은 왜곡된 사고를 부추기는 동력으로만 작동할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사회도 2013년 이후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 인종 갈등, 소수자 등 젠더문제 등으로 서로가 탓하며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파괴적 대립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어느 사회이든지 자기가 믿는 것만 옳다는 확증편향심리는 상처를 이겨내는 회복탄력성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낸다.

코로나도 힘들고 경제형태의 변화도 힘들지만 분명히 인류사회는 좋아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 변화는 모든 것의 자연스러운 섭리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에 국가가 다시 지원해 회생시키는 것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과거와는 달리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을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