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을 실천하는 도시 ‘광주’
이민철((사)광주마당 이사장)

광주마당에서는 매달 두 번째 토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혁명의 도시 광주순례길’을 걷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실천하고 도전했던 사람과 현장을 연결해 걸으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순례인데 1차로 2030년까지 10년을 걸을 계획이다. ‘백범과 오방의 길’, ‘장록습지길’, ‘무등산 의병길’, ‘근대 산업혁명길’ 등 이름을 붙여가며 현재 열아홉 번을 진행했다.

올해 3월엔 ‘3·1 만세운동길’을 걸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지역의 역사를 잘 모른다. 이 날도 50여명이 참여했는데, 1919년 3월 10일 진행되었던 광주 독립 만세운동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는 분들이 많았다. 길 안내를 맡은 남도역사연구원 노성태 원장은 광주를 ‘시대정신을 실천하는 도시’로 설명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시대정신을 실천하는 도시, 광주 역사문화순례길’ 앱을 제작해 더 많은 사람들이 광주를 순례하며 새로운 길을 찾도록 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지금 세계는 새로운 기준을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와 기후위기, 기술과 산업혁명, 극단적 빈부격차, 공동체와 민주주의의 위기 등 인류가 해법을 찾아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UN이나 국가 차원의 노력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점점 도시와 지역 차원의 해법과 혁신 모델이 중요해지고 있다. ‘시대 정신을 실천하는 도시’ 광주는 어떤 해법과 혁신 모델을 인류 앞에 내놓을 것인가?

매력적인 도시들은 활력과 도전이 넘치고 창의적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동력과 공동체의 회복력이 강하다. 문제없는 인생이 없듯 문제없는 도시도 없다. 우리는 늘 문제를 안고 산다. 중요한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할 역량과 회복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느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도시의 문제해결역량과 회복력을 키울 것인가? 광주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1년 넘게 ‘그린뉴딜’이라는 주제로 씨름하고 있는데, 기후위기와 기술혁명이 그린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의 변화를 밀어가고 있다. 싫든 좋든 인류 문명의 대전환으로 진행될 것이다. 건축, 교통, 식량, 에너지, 쓰레기, 교육, 산업 시스템 전체가 바뀔 수밖에 없다. 혁신적인 도시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며 살길을 찾고 있는데, 2050년까지 앞으로의 30년이 인류는 물론이고 도시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광주도 그린뉴딜의 대열에 합류했다. 분산형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 발전소를 시민과 도시의 자산으로 만들면서 2045년까지 에너지 자립도시를 만드는 비전을 세웠다. 스마트 그리드라는 새로운 전력망을 깔아서 지금보다 작은 규모의 발전소들로도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도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렇듯 2045년 탄소중립도시 광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의 힘과 시민의 힘이 핵심 동력이다. 전환마을 추진과정에서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한 팀을 이루어 문제해결에 필요한 기술을 토론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런 장면이 많아질수록 도시의 문제해결역량과 회복력이 커질 것이다.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앞으로 1년 넘게 전국이 선거 열기로 요동칠 것이다. 광주도 곳곳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출마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고, 술자리에서 선거 이야기도 많아진다. 여전히 토건 공약들이 난무할 것도 걱정이고, 공동체의 적대적 분열도 걱정된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독이 되고있는 것 같아 생각도 복잡해진다.

최근 읽은 책 ‘휴먼카인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가 믿는 것이 우리를 만든다. 우리는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고, 우리가 예측하는 일은 일어나게 된다. 만일 우리가 대부분의 사람을 믿을 수 없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대할 것이다. 우리의 진정한 본성은 친절하고 배려심이 있으며 협력적이다. 우리는 과거에도 그래왔고 앞으로 그렇게 될 수 있다”

아무쪼록 후보들과 정치세력들이 저마다 시대정신을 고민하고 나름의 해법을 내놓으면서 출마하면 좋겠다. 그래서 광주공동체가 무엇이 과제이고 어떻게 해결할지 방향을 함께 토론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선거가 끝나면 토론의 결과로 더 나은 해법을 만들고, 경쟁했던 힘을 통합해 문제해결에 함께 매진하면 좋겠다. ‘시대정신을 실천하는 도시’라면 이 정도는 가능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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