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가 만난 사람>이승원 광주대 축구부 감독
전국 최강 대학팀 키워낸 ‘미다스의 손’
광주대, 춘계대학축구연맹전 한산대첩기 결승전서
제주국제대 5-1 대파…전국대회 8년 만에 왕좌 탈환
선진 축구 흐름에 맞춰 선수 개개인 ‘생각하는 축구’
창조적 플레이 펼치는 이론·실전 강한 팀으로 우뚝

이승원 광주대 축구부 감독이 전국 춘계대학축구연맹전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임문철 기자
광주대학교는 경남 통영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바다의 땅 통영 제57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한산대첩기 결승에서 제주국제대를 5대 1로 대파하고 전국 최강팀으로 우뚝 섰다. /광주대 제공

올해 우리나라 축구계에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광주대학교가 지난 6일 경남 통영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바다의 땅 통영 제57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한산대첩기 결승에서 제주국제대를 5-1으로 대파하고 정상에 오른 것. 우승을 일궈낸 2013년에 이은 8년 만의 왕좌 탈환이었다. 무엇보다 ‘전통강호’ 대학들과 치열한 경쟁 속에 공·수 조직력과 전술 완성도로 승부수를 띄우고 거둔 성과여서 그 의미가 더해지고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뛰어난 성적을 이뤄낸 광주대의 중심에는 이승원(47) 감독의 지도력을 빼놓을 수 없다.

이 감독은 금호고와 경희대, 프로축구단에서 미드필더로 선수생활을 한 뒤 고교축구명문 금호고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 감독은 지난 2013년 조선이공대 감독으로 부임해 1·2학년이 주전인 열악한 상황에서도 상위권 전력으로 끌어 올려 축구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9월 열린 제3회 아시아 대학축구선수권대회 대학선발팀 코치로도 활약했다.

지난 2016년 광주대 사령탑에 오른 이 감독은 선진 축구의 흐름에 맞춰 선수 개개인이 스스로 생각하며 창조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이론과 실전에 강한 팀으로 만들어 냈다.

남도일보는 이 감독과 만나 그의 축구철학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감독 부임 이후 첫 우승 소감은.

▶올해로 부임한지 5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권역대회나 협회장 대회 등에서는 많은 우승을 차지했지만 전국대회에서는 16강, 8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는 지방대학의 단점 때문이다. 좋은 선수들은 학기를 마치기 전에 다른 팀으로 빠지면서 전력 공백이 생겼다. 이 때문에 전국대회에서 8강에 올라가더라도 승부차기 끝에 진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 빠진 선수가 많지 않았고 부상자들도 복귀했다. 이로 인해 전력이 크게 강화됐다. 그것이 우승의 도움이 됐다. 그 선수들 덕분에 우승할 수 있어 기쁘다. 또 고맙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결정적인 경기는 무엇인가.

▶예선전에서 만난 중앙대나 고려대 경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잘 이겨내 광주대는 조 1위를 기록하며 토너먼트에 올랐다.

토너먼트에서는 16강에서 만난 숭실대가 가장 큰 고비라고 생각했다. 숭실대는 매년 우승 후보로 꼽힌다. 강팀이고 피지컬도 좋은 팀이기 때문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역시나 숭실대와의 경기에서 고전했다. 힘들었던 경기였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준 덕분에 1-0으로 이겼다. 이어 8강에서 한남대(4-0 승), 4강에서 청주대(2-1 승)를 연달아 꺾고 결승까지 올랐다. 결승 상대인 제주국제대도 경희대, 연세대 등을 꺾고 올라온 강팀이었다. 결승전에서 광주대는 전반 1분 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경기를 손쉽게 풀어갔다. 설현진이 상대방 수비실수를 틈타 골을 기록했다. 전반전을 2-0으로 마친 광주대는 후반 3분 설현진의 두 번째 골과 후반 20분 김명순의 득점으로 4-0 일방적인 경기를 펼쳐나갔다. 후반 30분 제주국제대가 만회골을 넣었지만, 후반 35분 안재선의 골로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6일 통영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주국제대와의 한산대첩기 제57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결승전에서 후반 35분 광주대 안재선이 골을 넣은 뒤 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광주대 제공

-이번 대회의 수훈 선수를 꼽는다면.
▶최우수 선수상을 받은 김태민, 득점상 박규민(5골), 수비상 김재홍, 골키퍼상 문상준이다.

이 선수들은 모두 고학년들이다. 또 부상에서 복귀한 선수들이기도 하다. 물론 다른 선수들 모두 고맙지만, 이 선수들의 활약 덕분에 우승을 차지했다.

-광주대를 강팀으로 만든 비결은 무엇인가.

▶지방대학은 선수층도 얕은데다 환경도 좋지 않다. 제가 부임 당시에도 낙후된 시설과 시스템 미비 등으로 어려움이 컸다. 학교에서 많은 지원이 이뤄졌다. 선수들의 기숙사비, 장학금 혜택 등이다. 지방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김혁종 총장님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도 크게 작용했다. 부임 이후 축구부의 모든 권한을 감독에게 줬다. 관섭도 없었다. 이러한 점이 우승의 밑바탕이 됐다.

숙소 환경이나 웨이트 시설, 운동장 사정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꿨다. 지금은 학교의 훈련 환경이 상당히 많이 좋아졌다. 이전보다 좋은 환경이 조성돼 좋은 선수들이 학교를 찾아줬고 좋은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부임 이후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래도 꼽자면 조규성 등 팀의 핵심선수의 이탈이다. 이런 선수들이 중간에 학사취득을 못하고 팀을 떠난 것은 마이너스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수들이 버텨줬고 우승이라는 성적도 뒤따랐다.

광주대 설현진.

-김 감독의 축구 철학은 무엇인가.

▶아주 간단하다.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숫자로 보면 1을 빼고 5부터 시작하는 것은 무리수가 있는 법이다. 선수들에게도 이런 부분을 강조한다. 생각하는 축구와 기본적인 자세를 중요시하고 있다.

인성교육도 많이 시킨다. 생활습관이나 복장 등이다. 또 학생 선수들이다보니 수업도 모두 들어야 한다.

수업날에는 주로 새벽에 메인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오전, 오후에는 수업을 듣게 한다. 선수들이 학생 본분을 지키고 보람찬 대학생활을 이어 나가길 바란다.

-올해 목표는.

▶왕중왕전에 올라가서 결승에 진출하는 것이다. 팀이 3년 연속 권역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지만 지난해에는 승점 1점 차로 아쉽게 권역 2위에 머물렀다. 올해는 권역 우승을 차지하고 왕중왕전에 올라가 결승전을 치르는 게 최종 목표다.
-지도자이자 축구인으로서 지역 축구발전 방향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투자다. 바탕에 자원이 없으면 어떤 시스템이 갖춰진다고 해도 좋은 팀이 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자원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좋은 팀과 좋은 선수들이 나올 수 있다. 투자가 이뤄지면 투명성도 필요하다. 어떻게 운용하느냐, 어떻게 수익성을 보이느냐 등의 체계적 방법, 시스템 등이 중요하다.

또한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신입생 미달 사태가 지속되면서 학생들이 학교측과 마찬가지로 학교 자체의 존폐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많은 대학들이 축구부 창단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축구를 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안 봤으면 한다.

-끝으로 축구 꿈나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이들은 그냥 놀면 된다. ‘축구는 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목적을 갖고 주입식 교육을 하게 되면 축구를 싫어하게 된다. 유·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어려운 자리인 줄은 안다. 나도 7, 8세 반에서 가르친 경험이 있다. 아이들을 다루기 어렵다. 선생님들이 성적보다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부모 역시 축구를 즐겼으면 좋겠다.
정리/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이승원 감독이 걸어온 길
전남 나주 출생
광주 금호고·경희대 졸업
관동대 교육대학원 체육교육학과 석사
조선대 일반대학원 체육학과 이학박사
한일은행 축구단(실업) 입단
부천SK 축구단(프로)·강릉시청 축구단(실업) 활동
광주 금호고 축구 코치
조선이공대 축구팀 감독
제3회 아시아 대학축구선수권대회 대학선발팀 코치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