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오치남의 우다방편지-‘민주적 모델’ 광주시 민관협치, 무등산에도 적용하자
<오치남 상무/정치·편집데스크>

같은 사안이라도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반대를 위한 반대. 정반합(正反合·하나의 주장인 정에 모순되는 다른 주장인 반이, 더 높은 종합적인 주장인 합에 통합되는 과정)도 인정하지 않는 세상. 단체장 치적쌓기용 보여주기식 행정에 치우치는 지방자치단체…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할 병폐들이다.

이런 일부 사회 분위기속에서도 민선 7기 광주광역시의 민관협치 행정은 또 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찬반이 첨예하게 갈린 난제들을 공론화 등을 통해 풀어 크고 작은 성과를 내면서 민주적인 모델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명분쌓기용 ‘면피 행정’이란 지적도 없지 않지만 민관협치는 시민의 뜻에 따라 결정한다는 점에서 가장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이다. 정책표류에 따른 사업지연, 지역갈등 및 분열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다.

광주시는 장기 표류하고 있거나 정책 결정이 쉽지 않은 핵심 현안에 대해 시민의 뜻을 묻는 방식의 정공법으로 현안들을 해결하고 있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비롯해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한 광주형일자리 ▲민간공원 특례사업 민관거버넌스 운영 ▲병상연대 결정 ▲공론화를 통한 장록습지 도심 국가습지 지정 ▲무등산 난개발 방지 민·관·정·학 협의회 운영 ▲RE100추진위원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가운데 신호탄은 도시철도 2호선 건설. 광주시는 16년동안 찬반 논란만 빚은 지역의 대표적 갈등 사업에 시민 주도의 공론화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다양한 방식의 토론과 학습을 거쳐 시민의 뜻을 물은 결과 78.6%가 찬성해 얽힌 실타래를 풀었다. 대화와 합리로 지난 2018년 11월 결실을 본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방식은 협치행정의 성공 모델로 전국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공론화를 통해 진정한 종지부를 찍음으로써 광주형 협치행정의 성공모델을 만들었고 생활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는 그 해 12월 제7회 한국정책대상 광역단체 부문 ‘정책대상’을 받기도 했다.

세계 최초로 시도된 지자체 주도의 노사민정 대타협의 광주형 일자리도 민관협치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노사민정협의회 등 다양한 틀에서 논의를 이어가며 이견을 좁혀 23년 만에 국내에 완성차 공장을 건설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지난해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5·18단체 등이 “대구지역 확진자를 광주에서 치료하겠다”는 이른바 ‘병상연대’제안은 전국에 진한 감동을 줬다. 대구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많은 확진자들이 병상 부족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으나 다른 지자체들이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주저했기 때문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광주시는 ‘병상연대’제안에 앞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민관협치를 보여줬다.

2.70㎢에 이르는 황룡강 장록습지의 국내 최초 도심 국가습지 지정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개발과 보호 주장이 엇갈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지난 2019년 지역민, 시·구의회,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중앙·지방정부 관계자 등이 실무위원회를 꾸려 총 19차례의 토론·간담회 등을 거친 뒤 시민 여론조사를 통해 추진의사를 확인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국내 26번째 국가습지 지정이란 결론을 이끌어냈다.

지난 1월 무등산 신양파크호텔 부지의 개발과 관련해서도 무등산 난개발 방지 민·관·정·학 협의회를 통해 ‘공유화’란 결실이 이뤄졌다.

‘2045 탄소중립 에너지 자립도시’라는 거대한 목표도 시민들과 함께 실현시킨다는 방침 아래 탄소중립도시추진위원회 등 다양한 협치 기구들을 중심으로 실행되고 있다.

광주시는 민관 협치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민관협치협의회를 구성, 시정현안과 지역발전 방향에 대한 의제 합의 등에 나설 계획이다.

이제 민관협치 행정은 국립공원 무등산의 보호와 활용 방안에도 적용돼야 한다. 이용섭 시장의 소신처럼 무등산의 생태·문화자원을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주는 것은 우리의 책무다. 동시에 무등산의 고유하고 독특한 매력을 브랜드화 해 국민은 물론 세계인이 즐겨 찾는 세계적 명소로 가꾸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우리 곁에 있는 무등산을 평생 한번도 밟지 못하고 떠나는 시민들이 부지기수란 사실이 안타깝다.

광주시의 민관협치 행정이 공론화 과정과 여론조사 등을 바탕으로 무등산을 끼고 있는 전남 화순군과 담양군, 국립공원 관리 주무부처인 환경부 등과 함께 큰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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