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배출조작 공론화 허송세월 2년…다시 원점

산단기업, 민관협력 거버넌스 합의 권고안 거부

주변지역 환경피해 연구용역 절차적 문제 삼아

전남도 “권고안 수용 거부 사회적 합의 거부한 것”

2019년 4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입주 대기업들의 배출 조작 사건이 터지자 산단 곳곳에 내걸린 규탄 현수막/장봉현 기자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장봉현 기자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기업들이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사건 이후, 사회적합의체인 민관협력거버넌스가 마련한 권고안을 사실상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9년 4월 조작 사건 이후 22차례의 회의를 걸쳐 어렵게 마련된 권고 합의안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여수산단환경협의회는 지난 25일 입장문을 내고 “일부 단체가 주도하고 전문가 입장이 결여된 민관협력거버넌스가 확정한 권고안 연구과제 용역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산단환경협의회는 “여수산단 환경관리 종합대책 수립을 논의하기 위해 출범한 민관협력거버넌스는 시민사회단체 측 위원들의 반대로 1차 회의부터 산단 회원사들을 위원이 아닌 참고인으로서 참석만 허용했다”며 “용역과제 방향 제시 및 내용 등에 대한 의견 표명 등이 현격하게 제한돼 달리 의견을 개진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민관거버넌스에서 책정한 산단 인근 환경조사 연구 용역비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꼬집었다. 당초 57억1천만원이었던 용역비는 산단 기업들의 이의 제기로 53억3천300만원으로 줄었지만 이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여수산단과 비슷한 환경인 대산산단의 경우 공장장협의회 26개사가 용역비 6억7천만원을 분담해 대기환경영향조사를 실시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연구과제 용역비 분담과 관련해, 전남도 등 관계기관은 거버넌스에 전체 산단 회원사들과 협의가 완료된 것으로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회원사들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거나 진의가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도와 민관환경협력거버넌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산단기업들의 연구과제 분담금 납부와 합의안 서명식 참여 문제도 전혀 협의되지 않았을 뿐더러, 산단 기업들이 동의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산단환경협의회는 “거버넌스에서 논의된 연구과제 용역의 내용은 시민단체 위원들의 일방적인 요구 사항에 치중돼 가장 중요한 전문가 의견 개진도 차단됐다”며 “이는 당사자 간 자발적인 참여와 합의를 전제로 의사결정을 하고자 하는 거버넌스의 근본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산단 회원사들은 자발적으로 대기 환경 분야에 공신력 높은 기관을 통해 연구용역의 진행 경과와 결과물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겠다”며 “회원사들은 누구나 용역 진행과정을 참관하고 내용을 열람할 수 있게 용역비를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용역 과정과 결과 등 제반 사항에 대해서도 지역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민·관협력거버넌스는 지난달 23일 제22차 회회를 열고 여수산단 환경관리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거버넌스 권고안을 최종 합의했다.

합의된 권고안 주요 내용은 ▲위반사업장에 대한 민·관 합동조사 ▲여수산단 주변 환경오염실태조사 연구과제 ▲여수산단 주변 주민건강역학조사 및 위해성 평가 연구과제 등이다.

▲여수산단 환경감시활동 강화 및 감시센터 설치·운영 ▲유해대기물질 측정망 설치 및 섬진강유역환경청 신설 건의 ▲환경오염물질 배출시설 및 방지시설 현장 공개 ▲여수산단 위반업체 환경개선대책 추진 ▲환경지도점검 공무원 충원 및 장비 확보 ▲행정기관 역할 강화 ▲행정사항도 담겼다.

여수산단 주변 주민건강 역학조사 및 위해성 평가 연구과제는 민·관협력 거버넌스위원회에서 총괄하고 행정기관이 대행키로 했다. 소요 예산은 위반업체가 공동 부담키로 합의했다.

전남도는 합의안 도출에 따라 용역비 분담 등의 기업 설명회를 거쳐 4월 중 이행주체인 기업체와 행정기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명식을 갖는다는 계획이었다.

이 같은 일정에 따라 전남도는 지난 26일 여수산단 1~5종 배출사업장을 대상으로 기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이날 진행된 설명회에는 전남도가 관리하는 1~3종 사업장 가운데 공장장협의회 소속 회원사들은 보이콧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기업들의 반발로 2년간 이어져 온 무거운 숙제는 다시 전남도로 넘어갔다.

전남도는 여수산단 기업들이 사회적 합의안에 대해 사실상 수용 거부의사를 밝힌 만큼 우선은 설득과정을 거친다는 입장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배출조작 문제가 불거졌을 때부터 여수산단 공장장들은 민관거버넌스 권고안이 나오면 따르겠다는 입장이었다”면서 “이번 수용거부 이의 문제는 전남도의회 증인출석을 비롯한 그동안 여러 차례 나왔던 말들이었고, 여수산단의 수용거부는 사회적 합의, 시민과의 약속을 팽개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도출된 거버넌스 합의안을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에 우선 산단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득과정과 의견 조율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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