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05) 삼천 냥
<제4화>기생 소백주 (105) 삼천 냥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그로부터 열흘 후 김선비는 다시 소백주가 이르는 대로 이정승을 찾아갔다. 퇴궐 후 집에 돌아온 이정승은 김선비를 바라보고는 흠칫 놀란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어흠! 장사 하러 갔다 두어 달 뒤에 돌아온다더니 이 어찌된 일로 이리 일찍 왔는가?”

“아이고! 정승나리, 제 목숨이 살아온 것만도 천만다행입니다. 꼭 죽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눈 아래로까지 갓을 질끈 눌러 쓴 김선비는 눈물을 질금거리며 넋 나간 사람처럼 가슴을 치며 말했다.

그래, 이번에는 또 무슨 사연이란 말인가?”

이정승이 말하며 김선비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었다. 김선비는 끙 신음을 토하며 말했다.

“평안도 대동강에 가서 중국에서 들어온 비단을 사다 팔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기에 그리로 가서 막 흥정을 하고 있는데 상여 하나가 장안을 가로질러 다가오더군요. 그저 상여려니 생각하고 흥정을 하고 있는데 그 상여가 다가와 저를 가로 막는데 보니 상여 안에 숨어있던 칼을 든 건장한 장정 여럿이 제 목을 겨누고 달려드는 것이었어요. 아아! 이젠 꼼짝없이 죽었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제 머리를 무엇인가 번쩍 스치더군요. 저는 그만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 사람들이 마구 흔드는 소리에 깨어나 보니 돈을 몽땅 그놈들이 훔쳐가 버렸더군요. 그래 이렇게 홀딱 당하고 말았습니다. 정승나리. 으흐흐흐……헉!”

눈가에 눈물을 달고 구구절절 애절하게 읊어대던 김선비가 흐느끼며 지금껏 방안에서 까지 둘러쓰고 있던 갓을 벗어 슬그머니 이마 위쪽을 이정승에게 드러내 내보였다. 소백주가 먹물과 붉은 물감을 발라 다친 피딱지 상처 자국을 일부러 험하게 만든 것이었다.

“어이! 흉측 하이! 에구! 그래서 갓을 둘러쓰고 있었던 것이었구먼!”

이정승이 흘끔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예, 정승나리, 하마터면 죽을 뻔 했습니다.”

김선비는 갓을 얼른 다시 둘러쓰며 말했다.

“큰일 날 뻔 했구먼! 그만 한 게 천만다행이로구먼!”

“예, 목숨만이라도 부지해 온 게 참으로 다행이옵니다.”

김선비는 이정승을 흘깃거리며 그렇게 말하고는 물러나와 사랑채에 몸을 묵었다. 그리고는 이틀 후 다시 이정승을 찾아갔다.

“정승나리, 딱 천 냥만 더 빌려 주셔야겠습니다.”

“뭐! 또 천 냥을 빌려 달라고? 두 번이나 장사를 한다고 빌려가더니 다 도둑놈에게 당하고 거덜이 났으면서 그게 또 무슨 소리인가?”

“그렇더라도 장사를 해야 노모며 처자식을 먹여 살리고 또 정승나리 은혜도 갚고 빚진 것을 해결할 터인데 이대로 눌러 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소인의 딱한 처지를 생각하여 한번만 더 마음을 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승나리.”

김선비는 머리가 방바닥에 닿도록 넙죽 조아리며 말했다. 한참 만에 이정승이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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