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07) 유혹(誘惑)

<제4화>기생 소백주 (107) 유혹(誘惑)

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며칠 후 소백주는 한양으로 올라가 한적한 곳에 아담한 집을 한 칸 마련하였다. 멀리 천하를 호령하는 임금이 들어 산다는 구중궁궐(九重宮闕) 대궐이 내다보이고 바로 길을 건너면 이 나라의 내로라는 정승 판서들이 줄줄이 들어 사는 곳이었다. 이정승의 대궐 같은 집도 바로 길 건너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정승이라는 천하의 대어(大魚)를 낚기 위하여서는 소백주 자신이 직접 미끼가 되어 치열한 전투에 출전해야 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모두가 사랑하는 서방님 김선비를 위하여 아낌없이 자신을 던지려는 소백주의 지극한 사랑의 발로였던 것이다.

그 집에 들어 살림을 차려 살며 보름 쯤 지난 바람 없는 맑은 어느 늦은 봄날 해 저물녘 소백주는 나비 날개같이 눈부시게 화려한 옷을 차려입고 이정승이 퇴궐할 즈음 홀로 그 집으로 찾아갔다. 소백주는 집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퇴궐하는 이정승의 행차를 보고는 얼른 대문 안으로 들어가 서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려던 이정승은 막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은 소백주가 마당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저 빼어난 미모의 여인이 이 저녁에 홀로 무슨 일로 왔을까?’ 하고 잔뜩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소백주는 앞으로 나서서 공손히 인사를 하고는 눈가에 교태어린 유혹(誘惑)의 미소를 잔뜩 흘리면서 이정승에게 말했다.

“정승 나리! 이제 퇴궐 하셨습니까? 제가 수일 전 저의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승나리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입고 장사 밑천을 얻어 지금 멀리 장삿길을 나갔는데, 사실은 벌써부터 그 은혜에 대한 보답을 드리고자 하였으나 그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밤은 그 기회를 얻어 제 집으로 정승나리를 모시고 조촐한 저녁이라도 대접해 올리고 싶어 이렇게 왔습니다.”

“엥!”

이정승은 전에 소백주를 보고 속으로 마른 침을 잔뜩 다셨던 터였는데 남편이 장사를 나가고 아녀자가 혼자 있는 집에 그것도 밤에 초대를 한다는 느닷없는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대번 알딸딸해져서 자신도 모르게 입을 ‘헤!’ 벌리고 ‘얼씨구나! 이게 웬 떡이란 말이냐!’ 하고 깜짝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헛기침을 하며 점잔은 척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어 어흠! 뭐 그 그렇다고 그럴 것까지야……”

“아이! 그래도 정승 나리, 날이 이리 맑고 청명한데 한잔 술을 나누면서 시 한수 읊조리면서 달구경이라도 같이 하면 정말 좋지 않겠어요. 남편은 장삿길 나간 지 오래고 집에는 저 혼자뿐인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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