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09) 환락(歡樂)의 밤
<제4화>기생 소백주 (109) 환락(歡樂)의 밤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그럼 그렇지! 그런 놈 주제에 무슨 저 같은 천하미색이 어울리겠나! 나같이 이 나라를 한 손아귀에 틀어쥐고 좌지우지하는 돈 많고 머리 최고로 좋은 권력가 정승 나리 정도는 되어야지. 어! 어흠, 흠! 필시 저 계집도 내 돈과 권세가 탐이 나서 두고두고 가까이 지내려고 나에게 이렇게 은밀히 서방 놈 몰래 술밥에 허흠! 그 그것을 대접하려는 게지……으히히히히! 못난 서방 놈이 장사를 나가 매일 밤 홀로 지내다보니 사내 생각도 날게고, 실실 눈웃음을 짓는 꼴이 분명 오늘밤 내게 몸을 내주려는 것이야! 아암! 그렇고말고……아니야! 오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입에 꿀꺽 삼켜버려야겠지! 어 어흠! 아까운 내 돈 삼천 냥을 너 그 눈빛에 홀려 정신이 나가 떡하니 빌려주고 마음이 편치 못했는데 바로 오늘이 있었구나! 내 그럴 줄 알고 으히히히히! 돈을 내준 것이었지! 우으히히히히히! 세상에 널려있는 죽은 송장 같은 흙속에 나뒹구는 땅강아지 같은 필부 놈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천하의 권력의 맛이라는 게 바로 이런 맛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어어어……어험! 우으히히히히히!’

이정승은 ‘우으히히히히히!’ 자꾸 터져 오르는 웃음을 꾹 눌러 참으며 점잔을 빼고 거들먹거리며 소백주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갔다. 은은한 호롱불이 켜진 소백주의 한적한 집 방안에는 벌써 진수성찬이 커다란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저녁밥을 곁들여 이정승과 함께 마실 좋은 술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절세가인 소백주에 맛있는 음식에 술을 본 이정승의 후끈 달아오른 마음은 금방 홀딱 젖어드는 것이었다. 아니 소백주 같은 천하미색이 과거에 급제도 못하고 벼슬도 없는 일개 시골뜨기 김선비의 아내라는 것을 보고는 ‘저 인사가 벼슬복은 없어도 계집복은 있나보다’ 하고 은근히 시기가 났던 것인데 이렇게 아름다운 소백주와 단둘이 함께 할 기회를 갖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았던 것이다.

“정승나리, 아랫목으로 앉으세요. 차린 것은 없지만 많이 드세요.”

이정승에게 자리를 권하며 소백주가 말했다. 이정승은 갓과 두루마기를 벗고 자리에 앉았다.

“이만하면 아주 잘 차린 것입니다. 아주 좋군요.”

이정승이 수저를 들며 말했다.

“정승나리, 자! 제 술 한 잔 받으세요. 여기에는 우리 단 둘뿐이옵니다. 마음 놓고 많이 드세요.”

소백주가 술잔을 올렸다. 이정승은 점잖게 술잔을 받더니 그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캬! 내 처음 볼 때부터 그대 미색이 뛰어나다 했는데 오늘밤 뜻하지 않는 환대를 받아 기쁘기 한량없소. 그대도 한잔 드시구려!”

이정승이 마음을 탁 풀고 말하며 소백주에게 한잔 술을 권하는 것이었다.

“정승나리, 감사합니다. 술을 마시고 노래를 해 올리겠습니다.”

소백주는 조심스럽게 술을 받아 마시고는 일어서서 춤을 추고 장구를 치며 노래를 하는 것이었다. 이정승에게 바야흐로 환락(歡樂)의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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