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목포대도서문화연구원 공동기획 = 전남 희망 아이콘 ‘섬·바다’이야기
<12> 유네스코 세계복합문화유산 가능성

전남 섬 고유한 생물문화 다양성·정체성 풍부
경남과 함께 세계적 학술 가치 높아 유네스코 등재 노력해야
난대림·온대림 혼합 특성에 해양경관 독특 ‘가치 충분’평가
‘복합 유산’ 등재 조건 까다로워 한국·일본 아직 지정되지 않아
지난 2012년 제주 세계자연보전 총회서 처음 제기 ‘관심’ 상승

전남과 경남지역의 섬은 우리나라 전체 섬의 8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자연 상태와 인간의 문화유산이 잘 보전되어 있어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신안 섬 일대. /위직량 기자 jrwie@hanmail.net

2018년도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섬 통계를 볼 때, 우리나라 3,348개 섬 중에서 전라남도와 경상남도가 차례로 많은 섬(유인도, 무인도)을 보유하고 있다. 두 지역의 섬은 우리나라 전체 섬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남도에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과 한려해상국립공원 등 아름다운 해안선과 섬 생태계 보호구역이 펼쳐있다. 갯벌이 발달한 서해와 서남해 지역의 바다와는 차별된 해양환경을 갖고 있어서 오래전부터 해조류, 어패류의 양식을 비롯하여 다양한 어업과 양식 산업이 발달해 왔다.

특히 아름다운 해안선으로 구성된 섬과 연안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해수욕장 존재한다. 우리나라에는 403개의 해수욕장이 존재하며 그 중에서 섬에 있는 해수욕장이 133개, 그 중 51개가 전라남도에 있다. 또한 남해안권 해수욕장은 지질의 종류에 따라서 모래해수욕장, 갯벌해수욕장, 몽돌해수욕장이 있어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전라남도와 경상남도는 오래전부터 남해안 공동 번영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지자체장이 바뀌어도 해상교통의 협력, 지상 철도의 개량, 도로의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서 두 지역의 접근성이 향상되고 있고, 바다와 육지 모든 측면에서의 교류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제 이러한 지역 간 협의도 지구적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바다를 끼고 인접하는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도서 지역은 해수면 상승이나 기후변화에 의한 새로운 농어업기반 조성 등 기후적응 전략을 비롯하여 양식 산업과 에너지, 생태관광 관련 새로운 국가정책 등 도서생태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대해서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사람들은 지역에서 생성되는 생물자원을 이용하고, 생태계 환경에 적응하면서 나름의 생활문화를 일으켜 오고 있다. 우리나라 섬 지역도 인근 바다와 뭍의 생물자원을 이용하고, 자연에 의존하면서 고유한 지역 문화를 일으켜 왔다.

최근 생물다양성 보전과 관리를 위해서는 주민의 문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즉,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서는 문화의 측면, 즉 문화다양성을 함께 고려하고, 생태계 건강성을 위한 평가지표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합의로 인하여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의 두 패러다임을 융합하는 차원의 생물문화다양성(biocultural diversity)이라는 용어가 생겼다(UNESCO Declaration on Cultural Diversity 참조).

2012년 9월 제주에서 개최된 제5차 IUCN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섬-연안 전통생태지식 보전을 통한 생물문화다양성의 확산”이라는 발의안이 제출되어 IUCN 결의안으로 채택되었다. 이처럼 섬 지역의 생활과 문화, 사회경제에 미치는 생물다양성의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남도의 섬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이다. 특히 낙엽수림과 상록활엽수림 등 난대림과 온대림이 혼합하는 식생 기후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지역이고, 바다생태계 또한 갯벌, 모래, 자갈 등 기질 다양성으로 인하여 독특한 해양경관을 형성하고 있으며,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한다.

섬과 바다의 자연경관과 생태계는 고유한 생물문화다양성, 전통생태지식, 어업양식 등 생태계와 문화를 접목해 온 섬 주민의 생태문화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섬과 바다를 통해 이어지는 생물문화다양성의 스펙트럼은 상호 굴절되고 섞여서 새로운 생물문화를 창출해 낸다.

필자는 이러한 남도의 생물문화다양성과 정체성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섬 자원들은 세계적으로 학술 가치가 있고, 생태학적, 문화적으로 고유성이 있다고 평가하여 유네스코 복합유산(Mixed Property of UNESCO World Heritage)으로 지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자연 상태와 인간의 문화유산이 잘 보전되어 있다는 충족 조건으로 유네스코는 세계복합유산을 지정하고 있다. 2019년 7월 현재 세계유산은 전 세계 167개국에 분포되어 있으며, 총 1,121점(2019년 등재기준) 가운데 문화유산이 869점, 자연유산 213점, 복합유산이 39점이다.

이처럼 세계자연유산, 문화유산에 비하여 복합유산의 지정 숫자가 매우 적은 것으로 봐서 조건의 까다로움은 있다고 본다. 섬 지역으로는 팔라우의 록아일랜드, 스페인 이비자, 호주 태즈메이니아, 영국령 세인트 킬다 군도가 있다. 이웃 중국의 경우, 섬은 아니지만, 태산, 황산, 우이산 등 산지가 지정되었고, 일본은 아직 지정된 곳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안동 도산구곡, 지리산, 오대산, 가야산, 백두대간 등 산간지역이 복합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으나 이후 성과가 없다. 이처럼 복합유산의 지정은 세계적 자연성을 강조하는 자연유산과 보편적 가치가 있는 고유문화에 방점을 두고 있는 문화유산 등 모두의 장점을 갖춰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사 측면에서 혹은 역사 문화적으로 바다와 섬의 생물자원을 이용하여 발전시킨 섬의 생태문화, 바다를 통한 본토와의 인적, 물질적 문화 소통, 동아시아 교류와 문화의 확산, 섬 방언 등은 남도의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넘어 생물문화다양성을 구체화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문화자산이며, 이것이 세계의 바다와 섬 문화를 연결하여 복합유산 지정을 위한 요건으로써 손색이 없는‘탁월하며 보편적인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글/홍선기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교수·생태학)

정리/박지훈 기자 jhp9900@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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