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11) 야수(野獸)

<제4화>기생 소백주 (111) 야수(野獸)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오호! 그 그렇다면, 어 어흠!”

그 말을 들은 산 도적 같은 이정승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흘렀다. 소백주는 이정승에게 붙잡힌 손을 슬그머니 빼내더니 방 가운데 차려진 술상을 부엌으로 가지고 나갔다. 그리고는 곧장 들어와서는 방을 대강 치우더니 방 윗목에 놓여 있는 커다란 장롱을 열어 비단이불을 꺼내 아랫목에 깔았다. 푹신한 요를 깔고 베개를 두 개 놓고 그 위로 붉은 모란꽃과 나비가 수놓아진 부드러운 비단 이불을 덮어 잠자리를 마련했다. 이제 이정승과 소백주는 그 안으로 들어가면 되었다.

“어서 잠자리에 드세요. 정승나리.”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방 가운데 엉거주춤 앉아있는 이정승에게 얼굴을 붉히며 소백주가 말했다.

“그 그래야지. 으음!”

이정승이 일어나 멈칫거렸다.

“자 잠자리에 드시려거든 옷을 죄다 벗어야지요. 정승나리……”

소백주가 조그맣게 속삭이듯 말했다.

“어 어흠!……그 그렇군!”

이정승이 기쁨에 들뜬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한 겹 한 겹 입었던 옷을 발가벗기 시작했다. 이정승이 마지막 속옷 바지까지 죄다 벗어버리자 불빛에 곰처럼 살이 찐 커다란 알몸이 드러났다. 이정승이 재빨리 이불 속으로 푹 파고 들어가며 말했다.

“그 그대도 어서 들어오시구려.”

“아! 아이! 차암!……부 부끄럽게……자 잠시만요.”

수줍게 말을 하며 눈웃음을 치는 소백주가 방문고리를 잡아 걸어 잠그고는 호롱불을 확 입김을 불어 꺼버리더니 겉저고리와 치마를 벗고 슬그머니 이불을 비집고 들어가 이정승 옆에 누웠다. 순간 이정승이 소백주를 와락 끌어안더니 성난 멧돼지처럼 달려들어 속치마며 속저고리를 사정없이 벗겨 내는 것이었다.

“어! 어윽! 왜 이리 성급하신가요!”

마치 붙잡은 닭 털 뽑듯 무참하게 덤벼들어 옷을 발가벗겨 내는 이정승의 엄청난 손길의 완력을 어쩌지 못하고 소백주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으음!……그대의 미모는 이 조선에서 가장 최고요. 이 길로 삼수갑산을 간대도 내 어찌 참을 수가 있겠소.”

이정승이 그렇게 말하며 덮고 있는 비단 이불을 발로 확 차버리더니 숙달된 솜씨로 마지막 남은 소백주의 속 고쟁이를 사납게 훌렁 벗겨버렸다. 이정승은 역시 탐욕의 세상사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탁월한 야수(野獸)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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