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광양항 정책, 이대론 안된다

김태균 전남도의원(광양2)

1986년 개항한 광양항은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단지, LNG 터미널 등 에너지 산업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에너지 허브 항만으로 발전하는데 유리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배후부지가 넓어 성장 잠재력이 클 뿐만 아니라, 미주ㆍ유럽ㆍ아시아를 잇는 세계 교역 항로의 중심에 있다는 지리적인 이점도 가지고 있다.

국제무역항으로서 천혜의 입지조건을 갖춘 광양항은 과거 정부 시절 부산ㆍ광양 투포트(Two-Port) 정책에 따라 부산항과 광양항을 균형 있게 개발을 추진하는 듯 했으나, 2006년 부산 신항이 개항하고 작년에 해양수산부가 추가로 부산항 진해 신항 개발을 추진하면서 광양항의 개발과 활성화는 저만치 밀려나고 있다.

부산항 진해 신항 개발이 2032년까지 계획대로 완공되면 최대 3만 TEU급 컨테이너선이 접안 할 수 있는 15선석의 초대형 컨테이너 부두가 완공되어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광양항은 경쟁력에 밀려 항만운영에 큰 타격을 받고 고사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광양항은 물동량 부족 등의 이유로 당초 컨테이너부두로 건설했던 20선석 중 현재 8선석만 컨테이너부두로 운영 중인 반면 부산항은 신항에 21선석, 북항에 24선석으로 총 45선석을 컨테이너부두로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2020년 12월 말에 해양수산부가 고시한 제4차 전국항만기본계획에 광양항은 총 17선석(컨 선석 0), 부산항에는 총 30선석(컨 선석 20)을 반영하였다. 광양항의 컨테이너부두 및 배후단지, 도로 등 항만 인프라 개발 계획은 부산항에 비하면 약 3분의 1 수준 밖에 미치지 않는다. 이러한 치우쳐진 항만 개발로 인해 머지않아 인천항과 부산항에 물동량이 잠식될 것이며 광양항 활성화와 항만발전은 큰 위기에 처하여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할 것이다.

2020년 해양수산부가 전국 27개 항만에 대해 항만업계 관계자와 일반인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광양항은 100점 만점에 64.1점으로 최하 점수를 받았다. 항만시설의 노후, 안내표지 미비, 도로포장 상태 불량 등으로 항만 자체의 낙후와 항만을 연결하고 지원하는 기반시설 등이 전반적으로 불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중국 톈진, 상하이 등에 컨테이너 자동화 부두가 연달아 생기면서 광양항에서 환적하여 전 세계의 항만으로 가던 컨테이너선들의 광양항 입항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HMM(옛 현대상선)의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세계 3대 해운동맹) 가입에 따른 항로 통폐합으로 중동노선이 폐지되고, 최대 환적물량을 차지하던 머스크사의 중남미 항로가 폐지되면서 광양항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그 결과 광양항의 2020년 컨테이너 물동량은 215만TEU로 전년 대비 9.4%나 감소하였다.

이런 광양항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각은 어떨까? 지역민들은 광양항 개발과 수출ㆍ입 컨테이너들의 이동에 따른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광양항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심지어 삶의 터전을 내주고 이주를 하면서까지 말이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지역민들이 원하는 방향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광양항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점점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4월 세계 최대 규모인 2만 4천톤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가 “문재인 정부의 해운산업 재건 노력의 첫 결실”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축하와 함께 힘차게 부산항을 출발했고, 덕분에 HMM은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와의 협력이 개시되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광양항은 HMM의 해운동맹 가입으로 인해 중동노선이 폐지되면서 침체의 긴 터널에 접어들었다.

이제 정부는 부산ㆍ광양 투포트 정책의 가치를 뒤돌아보고 광양항의 개발과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을 추진하여야 한다. 또한 현시점에서 국가기관인 해양수산부와 여수광양항만공사, 그리고 항만운영사 등은 광양항 물동량을 창출하는데 모든 역량을 모으고, 그 이익을 통해 국가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며 지역민들의 시각에서 그들이 만족할 수 있는 항만의 역할이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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