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특별기고-권리주체로서의 자연

신익순(호남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혹자는 인간들의 과도한 자연 파괴 현상으로 인한 지구 생태계의 교란을 독성 바이러스로 파악한 조물주가 생태계 평형을 이루려는 고육지책으로 인간들에게 코로나라는 백신을 처방하여 자연을 맑게 유지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조금씩은 증가하고 있는 듯도 하다. 인간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다툼 없이 조화롭게 지내야 한다고 강조한 2천300여 년 전 노자 도덕경의 ‘인법자연’ 정신을 산 중턱을 파헤쳐 벌건 깎기비탈면의 고속도로를 만들고 있는 현대인들이 한 번 쯤은 생각해 볼 필요성이 절실하다.

자연보호를 강조한 중국 고대 법률인 진률에 의하면 봄철 두 달 동안은 저수지의 물을 막아서는 아니 되며, 여름철이 오기 전에 풀을 태워 비료를 만드는 행위, 어린 짐승·새알·어린 새를 잡거나 줍는 행위, 물속의 고기나 자라를 독살하는 행위 및 함정을 파거나 그물을 쳐서 새나 짐승을 포획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구약성서 신명기 22장 8절의 ‘네가 새집을 건축할 때 지붕에 난간을 만들어 사람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라. 그 피 흐른 죄가 네 집에 돌아갈까 하노라’라는 구절은 새집 건축을 개발행위로 볼 때 난간 설치는 기본적인 보전책이라고 볼 수 있으며, 보전을 무시한 일방적인 개발 위주의 사업에 따른 재앙의 초래에 관한 경고적 구절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선언들은 지구 생태계가 자체의 자정 작업에 의해 인간 삶의 터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이며 그 생태계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즉 한계 수용력(carrying capacity)을 초과하는 인간들의 편익 추구를 위한 과도한 자연 파괴 현상에 대해서는 조물주가 반드시 단죄하는 것이 우주의 질서라고 볼 수 있겠다. 그 단죄의 하나로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일정한 이익을 누리게 하도록 법이 인정하는 힘이 ‘권리’이므로 현재까지의 ‘법’의 개념이 모두 인간의 행위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권리의 주체는 자연인이나 법인과 같은 인간이나 인간단체에 한정되며, 인간을 지구상 구성원의 일부분으로 인정할 경우 또 다른 구성원인 주변 경관과 환경을 포함하는 자연도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학설이 새로이 정립되지 않는 한, 지역·지형·사물 및 현상 등 그 자연 자체가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인간 권리의 객체인 각종 대상물 그 자체들도 권리의 주체 역할을 담당하여 인간과 동등한 법적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즉 인간이 자연을 대상으로 각종 규제법을 제정했듯이 처지를 바꾸어 자연이 인간을 대상으로 제정할 수 있는 각종 규제 장치를 인간이 그들의 입장에 서서 대신 제정해 줌으로써 인간이 자연에 끼친 지금까지의 손상행위에 대해 속죄함과 동시에 인간과 자연의 충돌을 미리 방지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법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 현재의 인간이 처해 있는 개발과 보존의 조화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될 수 있다.

권리주체로서의 자연이 그 권리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인간의 행위 중 개발행위는 제한요소(constraint factor)로, 보존행위는 기회요소(opportunity factor)로 대두될 것이며, 엄밀히 말하면 권리주체로서의 인간이 사용하고 있는 ‘법’이란 용어도 예컨대 ‘밥’이나 ‘봅’과 같은 새로운 용어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인간을 권리객체로 보는 권리주체로서의 자연의 가능성 유무와 그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의 내용을 인간의 권리들과 비교해서 예상해 볼 수 있겠다. 인간과 자연의 상관관계에서 현재의 권리주체(인간)와 권리객체(자연)의 대상이 권리주체(자연)와 권리객체(인간)로 서로 뒤바뀌어져야만 마스크 없는 일상의 온전한 삶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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