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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28> 뒷청띠큰밤나방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28> 뒷청띠큰밤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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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 특유 ‘징그러움’ 넘어 ‘카리스마’마저 느껴
무시무시하게 생긴 모양새 외에 자료 없어 난감
도감·곤충 카페 등 찾아 연구 끝에 이름 찾아내
처음 조우했던 백마산 찾아 관찰 실패 ‘아쉬움’

뒷청띠큰밤나방애벌레1 2015-09-04 백마산
사진-1 뒷청띠큰나방애벌레 (2015년 9월 4일, 백마산)
뒷청띠큰밤나방애벌레4 2015-09-04 백마산
사진-2 뒷청띠큰밤나방애벌레 (2015년 9월 4일, 백마산)
뒷청띠큰밤나방번데기1 2015-10-02
사진-3 뒷청띠큰밤나방번데기 (2015년 10월 2일)
뒷청띠큰밤나방1 2015-10-02
사진-4 뒷청띠큰밤나방 (2015년 10월 2일)
뒷청띠큰밤나방 우화후 번데기 2015-10-02
사진-5 뒷청띠큰밤나방 우화 후 번데기(2015년 10월 2일)

지금까지 수많은 애벌레들을 만나왔지만 이 녀석만큼 무섭다고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징그럽다는 애벌레들이지만 내겐 더없이 멋진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 녀석은 선뜻 다가서지 못했던 유일한 애벌레였다.

2015년 9월 4일, 백마산에서 숲해설가로 활동중이시던 회원 두분으로부터 희한하게 생긴 애벌레를 만났다며 연락이 왔다. 당연히 채집을 부탁드렸고, 퇴근후 서구청 1층에서 만나기로 약속.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서둘러 달려간다.

어떻게 생긴 녀석일까? 많은 상상을 했었다. 헌데 녀석을 대하는 순간, “이렇게 생긴 녀석도 있네.”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징그럽다는 생각을 넘어 뭔가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무슨 나방의 애벌레인지는 감히 짐작도 못하겠다. 배다리가 4개인걸로 봐 밤나방종류인 것 밖에는….

이미 거의 종령인 것으로 보여 곧 번데기가 될 것 같다.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다. 어떤 나방의 애벌레인지 알아 보려면 특징을 잘 담아야 한다. 그래야 전문가에게 물어 볼수 있으니까.

녀석을 데려온 숲해설가 선생께서 샬레와 먹이가 담긴 봉다리를 내민다. 잘 키워서 무슨 나방인지 알려달라고…. 참으로 난감했다. 그 때는 집에서 사육을 하지 않았던 시절이다. 유난히 벌레를 싫어하는 집사람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강했고, 자연상태에서의 관찰을 선호하는 내 생각이 컸었다.

그래서 완강히 사양을 했고 어쩔수 없이 다른 한 분께서 수고해 주시기로 했다. 먹이식물은 싸리였는데 백마산에 아주 흔한 나무다. 그곳에서 해설을 하시니 먹이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나마 다행이다.

까맣게 잊고 지내던 2015년 10월 2일, 드디어 우화했다는 연락이 왔다. 이젠 녀석의 이름을 알수 있겠구나 했는데 어른벌레도 처음 보는 녀석이다. 정말로 큰 숙제가 생긴 것이다. 이제부터는 나의 몫이다. 몇 컷을 날린후 집으로 데려와 더 자세히 촬영한 후 녀석의 정체를 찾아 나선다. 나방에 대한 관심도 적고 연구하는 사람도 거의 없을 때인만큼 물어 볼 곳도 마땅치 않다. 나비, 나방 등에 관심이 많은 분들의 카페를 뒤져 녀석과 비슷한 나방들을 찾아 비교하기를 몇시간째. 안구가 뻑뻑해진다. 포기하고 싶다. 불현 듯 무사히 우화시켜 준 회원 얼굴이 떠오른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찾았다. 뒷청띠큰밤나방.

얼마전까지는 밤나방과의 나방이었으나 지금은 태극나방과 나방이다. 애벌레 크기는 80mm 정도이며, 어른벌레는 100mm 정도로 상당히 크다. 날려주기 위해 녀석이 태어난 백마산에 도착하니 마치 아는 것처럼 샬레안에서 힘찬 날개짓을 한다. 뚜껑을 열어주니 한바퀴 선회하더니 이내 멀리 사라져간다.

이후 뒷청띠큰밤나방의 애벌레를 다시 만나기 위해 여러 번 백마산을 찾았으나 다시는 볼수 없었다. 초령부터 종령까지, 탈피 과정도 관찰해보고 싶었는데 자세한 과정을 알수 없어서 너무 아쉽다.

요즘 얼마 전 소개한 적이 있는 유리산누에나방애벌레를 키우고 있다. 알에서 막 깨어난 녀석을 데려왔는데 벌써 4령이 되었다. 매일 똥을 치우고 싱싱한 먹이를 주면서 녀석의 전 과정을 관찰한다. 뒷청띠큰밤나방의 초령애벌레부터 우화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알려드리지 못해 독자 여러분들게 많이 죄송스럽다.

더욱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새로운 녀석들을 찾아 나설 것을 다짐해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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