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홍주송씨(洪州宋氏) 이요당파 송광길종가 / 하심당
한류콘텐츠 보물창고 광주·전남 종가 재발견

종가 사랑채 하심당.

세상에 맑은 향기 퍼뜨리는 매화 닮은 선비 가문
양녕·효령 두 대군과 겹사돈
조선 성리학 학맥 잇는 가학 전승
조선 여류문인 송덕봉 명시 남겨
하심당 홍매화 담긴 정신 계승

전남 담양군 창평면 창평천 상류에는 조선 초부터 대대로 맑은 선비로서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며 세거하고 있는 홍주송씨(洪州宋氏)의 화양촌이 있다. 국혼을 맺은 명문가로서 깊은 학문과 탁월한 문장의 가통에도 불구하고 중앙권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군자다운 자세를 지켜온 담양 홍주송씨 이요당파 송광길 종가를 찾아 가문의 내력을 살펴본다.

◇고려충신 송계 시조
홍주송씨는 고려말 문하시중을 지낸 송계(?~?)를 시조로 추모한다. 그가 조선 건국에 불참하고 충청도 홍주(현재 홍성)에 낙향해 홍주를 본관으로 하는 송씨가 세대를 잇고 있다. 2세 송문중(?~?)은 학문이 높아 ‘5경박사’라는 별칭을 얻은 문무겸장으로, 응거시에 급제하고 나주목사·사헌부집의를 거쳐 대사성을 지냈으며 풍해도관찰사로 왜구를 물리치는 공을 세웠다. 4세 송평(?~?)은 조지서별제와 세자익위사 익위를 지내고, 담양에 입향한 홍주송씨 중조다. 그는 두번이나 왕가와 국혼을 맺어 가문을 명문가의 반열에 올렸다. 그의 둘째딸은 양녕대군 손자 이사성과 혼인했고, 아들 송기손을 효령대군 손녀 전주이씨와 혼인했다. 송평의 사위와 며느리가 세종대왕 형제 가문 사람이고 재종남매 간이다.

◇사림 탄압에 귀향한 송준
5세 송기손(?~?)은 사헌부감찰, 구례·남평 현감을 지내고 전중시어사를 역임했다. 그의 아들 4형제가 송준(호는 이요당), 송숙(우유당), 송구(청심헌), 송화(참봉훈도)로서 가문 부흥을 맞아 분파했다. 6세 송준(1477~?)은 사마생원시에 합격하고 사헌부감찰을 역임하고 단성현감에 부임했다. 부임 3개월만에 귀거래사를 읊으며 관직을 내려놓고 낙향해 이요당파를 열었다. 그는 대사헌 이인형의 딸 함안이씨와 혼인했었다. 장인 이인형(1436~1503)은 김종직의 문인이라는 이유로 갑자사화에 부관참시 당했으나 중종반정 후 신원이 회복돼 고성 위계서원에 배향됐으며, 가사작품 ‘매창월가’가 유명하다. 찬바람을 뚫고 꽃을 피워 세상에 맑은 향기를 가득 퍼뜨리는 매화의 모습이 고결한 인품의 군자의 풍모와 닮았다고 해 이인형의 호는 매헌(梅軒)이다.

◇여류시인 송덕봉 ‘덕봉집’ 전승
송준과 함안이씨의 둘째 딸이 조선 3대 여류문인 송덕봉(1521~1578)이다. 그녀는 학덕과 행실이 선비처럼 어진 여성으로 뛰어난 한시와 한글 편지를 덕봉집에 남겼다. 그녀는 송씨집안 여성교육(권필  해광집, 송씨여성은 열살 때 소학·효경·열녀전을 반드시 읽는다고기록)을 받고 어머니 함안이씨에게서 성장해 미암 류희춘과 혼인했다. 류희춘은 김종직 문인인 최부의 외손이고, 김굉필 문인인 류계린의 아들이며, 호남3걸로 불리는 류성춘의 동생이다. 그가 유배된 19년 동안 아들 류경렴을 하서 김인후의 딸과 혼인시키는 등 부인 송덕봉이 가정경영을 도맡았고, 이때 부부가 주고받은 한시 등이 미암일기(보물 제260호)에 전한다.

◇다시 살아나는 홍매화
10세 송광길(1546~1619)은 평생 의리를 지키고 실용 학문에 전념했다고 알려졌으며 그가 종가를 열어 13대를 잇고 있다. 그의 아들 송동구(1581~1641)는 주경야독하는 선비로서 존경을 받았다. 17세 송성묵(1822~1908)은 학덕이 호남의 본보기라며 중추원 의관 직책을 받았다. 종가는 재능있는 부인들의 길쌈솜씨를 바탕으로 창평에서 부를 일으켰으며 단발과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민족문화를 고수했다. 송성묵의 아들 송재호(1847~1931)가 하심당을 세워 현재에 이른다. 종가는 죽은 줄 알았던 초당터 앞 400년 고목 홍매화(대명매)의 뿌리에서 애기매화가 솟아나 정성으로 가꾸고 있다. 종가는 한옥스테이를 시작했고, 전통주인 석탄주(惜呑酒·삼키기 아까운 술) 복원을 통해 문화 계승에 나섰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종가 안채
제다실
종가 전경
종가 보존 추성지 필사본
종가 가전 음식요리서. 석탄주 제조법 등이 기록돼 있다.
종가 장독대.
종가 제다실의 차덖음솥
담양 하심당 홍매화. 제다실 뒤 언덕의 초당터 앞에 있는 홍매화는 400년 된 고목으로 죽은 듯 썩어가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뿌리에서 애기매화가 자라고 있어 머지않아 다시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고경명 장군의 손자 고부천(1578~1636)이 명나라 서장관으로 다녀 올때 선물받아 온 매화를 대명매라 하는데, 고부천이 창평 유천리에 심었고, 곁가지를 취목해 키운 홍매화가 하심당에서 자라고 있어 전남대 대명매와 동일한 대명매라고 전해진다. 벼슬에 나가지 않고 군자를 지향했던 선비들이 매화를 감상하며 시를 논하던 초당에 지금은 고목만 쓸쓸히 남아 있다. 애기매화가 꽃핀다면 어느 시인이 시한수를 남길만한 스토리가 하심당을 휘감고 있다. 하심당 앞에 있는 하심쌍매는 매년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으며 홍매 고유의 아름다운 빛으로 꽃잎을 흩뿌리고 있다.
연리목. 종가 산책로 입구에 있는 사랑나무로, 100년 된 박달나무와 80년 된 푸조나무가 서로다른 뿌리에서 줄기가 이어져 자라고 있는 연리목이 되었다.
하심당 현판
종가 연못과 하심당 주인인 종손 송영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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