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대책 없는 마을공동체사업, 잡초만 무성
광주 마을공동체사업 현주소(中)
화단 잡초 잠식하거나 쓰레기
구절초 체험관 운영도 엉터리
사업시행 이후 관리 부재 여실
소액 예산에 지자체도 시큰둥

7일 오전 10시께 광주 북구 운암동 한 마을에 지난 2019년 조성된 ‘희망이 꽃 피는 무지개 화단’이 방치돼 식재 꽃·나무가 사라지고 폐가전 등이 버려져 있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지난 7일 오전 10시께 찾은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 한 마을 중심엔 지난 2019년 마을공동체 활성화지원사업을 통해 조성된 ‘희망이 꽃 피는 무지개 화단’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 찾은 화단에는 그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식재된 꽃과 나무가 턱없이 부족해 황량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꽃과 나무들은 버려진 쓰레기와 뒤엉켜 있었으며, 언제 버려졌는지 모를 녹슨 폐냉장고도 화단 한켠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화단 조성에 혈세 700만원이 투입됐으나, 화단 조성 효과는 2년을 채 못 넘긴 듯했다.

같은 날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조성된 정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정원도 2019년 마을공동체 활성화지원사업 선정됨에 따라 사업비 300만원을 들여 조성됐다. 당시 ‘힐링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아파트 곳곳에 다양한 꽃들을 심었으나, 얼마가지 않아 관리 미비로 잡초들에게 잠식됐고 남은 꽃들도 행인들에 의해 꺾여졌다. 해당 장소가 정원이었다는 것도 주변에 둘러진 돌 담으로 추측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이 때문에 사업을 진행했던 일부 인원을 제외하면 상당수 아파트 주민들은 이곳에 정원이 조성됐는지 조차 모르는 실정이었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마을환경 개선 관련 사업에만 그치지 않았다.

같은해 사업비 1천만원을 들여 광주 남구 월산동 달빛어린마을에 들어선 구절초 전시 체험관은 찾는이 없이 방치되고 있다.

8일 오후 방문한 구절초 전시 체험관 내부는 썰렁했으며 한쪽엔 악보 보면대와 플라스틱 조각들이 널부러져 있는 등 전혀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더욱이 본 기자가 10여분간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자 체험관 관계자들도 서둘러 문을 닫고 운영을 중단했다.

이처럼 상당수 마을공동체활성화사업들이 사후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약 1주일간 본보가 현황 파악을 위해 2019년 사업지 수십여 곳을 현장점검한 결과 정상운영되는 곳은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등 사업시행 이후 관리 계획 부재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사후 관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지자체와 참여단체들은 관리를 놓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일부 지자체 관계자들은 사업비 자체가 비교적 소액이라는 이유로 관리 소홀 문제 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광주 서구 한 관계자는 “마을공동체사업이 수십여 곳에 이르는데 행정에서 다 관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몇몇 사업지는 세대수가 적고 예산도 200만원 밖에 안되는데 공적금액 없이 어떻게 운영을 하겠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양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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