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북스-절반의 한국사
여호규 외 9명 저 /위즈덤하우스
한반도 남쪽만의 좁은 역사를 넘어
대륙까지 뻗어 있던 ‘통 큰 역사’를 만난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북방 중심 한국사’ 최초 시도
시대 따라 180도 달랐던 삶 통해
역사 바라보는 인식과 지평 넓혀
가로막힌 땅들도 역사의 한축 강조

“고조선사에서 가장 논란이 많지만 아직 해결이 되지 않은 것이 영역과 중심지 문제이다. 고조선과 한나라의 경계였던 패수의 위치에 대해 난하(중국 허베성에 있는 롼허강), 대릉하(중국 랴오닝성 서부를 흐르는 다링허강), 요하(중국 랴오닝성 중앙부에 있는 랴오허강), 혼하(랴오허강의 지류인 훈허강), 압록강, 청천강 등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었다. (pp.24~25-북녘 최초의 나라, 고조선 중에서)

역사는 시간과 공간이 만나는 곳에서 무수한 인간이 만들어 내는 것들의 총집합이다. 책은 역사를 바라보고 서술하는 다양한 시도 중에서 공간을 중심으로, 그것도 한반도 북쪽이라는 공간에 초점을 맞춘, 최초로 시도되는 북방 중심 통사이다.

북쪽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사를 다시 본다고 뭐가 다를까? 물론 그렇다. 대륙과 이어진 북쪽의 역사는 섬처럼 고립된 남쪽의 역사와는 달리 줄곧 세계사의 거대한 흐름과 연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배포 크게 전쟁을 벌여 주변을 평정하기도 하고, 외교적으로 수세에 몰렸을 때에는 자세를 낮춰 유연하게 대처하기도 했던 ‘북쪽’ 지역 국가들의 역사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우리 안에 갇혀 있던 좁은 시각이 훤하게 트이며 거대한 역사와 시대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그런데 왜 우리 역사는 반 토막일까? 1950년 휴전과 함께 남과 북의 경계를 확정한 이후, 북한의 역사뿐 아니라 휴전선 이북의 역사 전체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갔다. 그 결과 신라와 백제, 조선의 역사에 대해서는 세세한 정치사까지 꿰고 있으면서 고구려의 수도가 어디쯤인지, 발해의 생활상은 어떠했는지는 모르는 상태가 됐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면서 우리 역사에 이토록 무지해도 괜찮은 걸까?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각 분야 전문가 10인이 나서 책을 집필했다. 고조선에서 남북 분단기까지,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북쪽의 역사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핵심적이고 흥미로운 주제들을 뽑아 쉽고 명료하게 서술했다. 또 지금은 직접 찾아볼 수 없는 유물과 역사 공간의 도판, 지도 자료 등을 다양하게 배치해 북쪽의 역사를 보다 생동감 넘치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한반도 북쪽은 강대국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우리 역사의 숙명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지역이다. 이곳 북쪽 사람들은 가장 먼저 대륙의 문물을 받아들였고, 가장 많은 전란을 겪으며 용맹을 보이고 고통을 겪었다.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가장 먼저 자신들의 역사를 개척해나간 것이다.

이런 시각으로 책을 읽으면, 개성상인들의 활발한 활동과 평안감사의 호화로운 행차에서 북쪽의 풍요로움이 묻어나고, 홍경래 난의 배경에는 정치적으로 차별받는 북쪽의 아픔이 느껴진다. 북방을 노래한 북쪽 시인들의 시에서는 일제강점기에 힘든 삶을 버티지 못해 고향을 떠나 두만강, 압록강을 넘어 간도로 떠난 이들의 행렬이 보인다. 남북한 정권의 수립 과정에서 북쪽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주도 세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기독교와 신문물을 재빨리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쪽 사람들의 질곡 많은 삶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복잡하고 어렵기만 했던 역사가 한층 더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남북 분단 이후 우리는 마치 역사마저 나눠 가진 듯 북방의 역사를 멀리해 왔다. 그러나 한반도의 북쪽 지역은 우리나라 최초의 나라인 고조선이 들어선 곳이자 가장 광대한 영토를 경영한 고구려와 발해의 발판이 된 지역이다. 고려와 조선이 외세의 침입을 막고 무역을 하던 역사의 현장이었다.

따라서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반도 북쪽은 물론 그 너머 만주에서 펼쳐졌던 ‘절반의 한국사’에 다시금 숨을 불어 넣어 한국사를 보는 인식과 지평을 넓혀주기에 충분하다. 가로막힌 북쪽 땅을 우리 역사의 한 축으로 바라보게 한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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