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광주비엔날레 둘러보기
(4)돌연변이에 관해-4전시실
새로운 사고·질서 통한 인류 공존·공생 강조
생명체·우리 사회 돌연변이 현상 주목
서구중심·자본주의 문제 극복 메시지
김실비·안젤로 플레사스 등 16개 작품
‘돌연변이적 인식’ 전환 필요성 담아

광주비엔날레 제4전시실은 서구중심의 사고와 질서, 자본주의 탐욕을 극복하기 위해선‘돌연변이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16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왼쪽 엑스선 폐 사진 작품은 티샨 수의 ‘더블바인드’, 오른쪽 그림자 설치 작품은 괴즈데 일킨의 ‘뿌리가 말하는 사이 깊어지는 균열’.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돌연변이’란 생물체에서 어버이의 계통에 없던 새로운 형질이 나타나 유전하는 현상을 말한다. 유전자를 이루는 염기서열의 변화로 유전정보가 변하면서 유전형질이 달라지는 변이현상이다. 4전시실의 소주제 ‘돌연변이에 관해’는 ‘돌연변이적 인식 전환’을 통해 미술계와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서구 중심 사고와 질서를 벗어나려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작품들은 자본주의 가속화로 인간사회 내부에서 고통스런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을 새로운 사고와 질서로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즉 작가들은 서구중심의 인종과 자연,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들을 신속하게 대체할 ‘돌연변이’임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 탐욕과 이로 인해 발생한 오염 및 감염, 억압과 착취, 인간을 포함한 생명의 신체와 기술에서 발견되는 돌연변이의 모습을 통해 인류의 공존과 공생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4전시실에는 세실리아 벵골리아, 티샨 수, 괴즈데 일킨, 김실비, 곽덕준, 문경원&전주혼, 안젤로 플레사스, 라즈니 페레라 작가 등의16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전시실 입구에서 만나는 티샨 수 ‘더블바인드’는 엑스선 촬영된 폐의 사진을 두 부분으로 된 이동식 진열장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신체를 치료하고 규제하는 기계는 우리의 지식을 확장시키지만 반대로 우리의 인식을 통계적이고 제도적인 패턴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걸 말한다. 엑스선 촬영 사진을 모티브로 인간을 이롭게 하는 기술이, 한편으로는 인간을 특정한 틀에 안에 가둬놓고 있다는 ‘기술 진보의 이중성’을 고찰한다.

괴즈데 일킨의 ‘뿌리가 말하는 사이 깊어지는 균열’ 작품은 가정에서 사용되는 섬유를 수집해 그것을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 대한 기억과 아카이브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작품에는 천정에 메달린 식물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식물의 지성과 공감하고 다른 종들이 공존하는 공생형식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는 지 보여준다.

디모테우스 앙가완 쿠스노 작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 식민화의 오랜 그늘을 비롯 억압하는 세력과 그 먹잇감 사이의 권력을 둘러싼 역학 관계를 다루고 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종이로 만든 등불들이 폭포수처럼 늘어져 있고, 까마귀들이 그 주위를 배회하는 디모테우스 앙가완 쿠스노의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 설치 작품은 식민화의 오랜 그늘을 비롯 억압하는 세력과 그 먹잇감 사이의 권력을 둘러싼 역학 관계를 다루고 있다. 작품에서 ‘보이지 않는 것’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살고 있는 곳이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모두 수용하는 공간, 그리고 묻힌 것들에 대한 환경이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등불은 ‘보이지 않는 것’과 만나기 위해 신령과 기도를 외치는 사람들을 위한 푸닥거리 의식이다.

페드로 네베스 마르케스의 시각적 시 문학 작품 ‘바이럴 시’는 생명체를 규제·제한하는 정치·생명공학적 체제에 질문을 던짐으로써 언어가 마치 군림하고 군대화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심한다. 1960년 제작된 곽덕준의 추상작품 ‘심연2’는 다른 세계의 지도학을 펼쳐 보이듯 트라우마와 질병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복합적인 정신세계를 시각화했다.

문경원&전준호의 ‘빚는 달, 항아리 안의 삶’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재해석한 영상작품이다. 달항아리의 윤기나는 표면, 괴물스럽게 변하는 영혼의 이야기를 통해 미적인 불완전함과 인간의 끊임없는 완벽함 추구를 다룬다.

안젤로 플레사스 작 ‘테크노샤머니즘 예술선언 읽기’. 특수섬유로 만들어져 만다라 형상인 작품은 새로운 공동체 지식과 정신 진보 구축을 강조한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또 특수섬유로 만들어져 만다라 형상을 하고 있는 안젤로 플레사스의 ‘테크노샤머니즘 예술선언 읽기’ 작품은 새로운 공동체 지식과 정신 진보를 구축함과 동시에 무제한으로 연결되고 모든 정보를 가상화, 데이터화 하는 게 이상적이라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작품은 작가가 광주에 체류하며 지역 누비공방을 방문하고, 용접공이자 무속의식을 독학한 무당 도담과 협업해서 만들어졌다.

우아타라 와츠의 ‘팰라로’는 재즈, 아프로비트, 레게의 리듬을 통해 범아프리카주의라는 신화짓기 주제를 다루고 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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