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특별기고 - 자치조례, ‘평가시스템’ 구축해야

이혁제(전남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모두가 알고 있듯이, 조례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에 관해 지방의회가 의결을 통해 제정하는 자치법규이다. 조례의 제·개정안을 제안할 수 있는 경우는 세 가지인데,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조례의 제출, 주민의 조례제정 청구 그리고 지방의원들의 의원발의가 있다.

제11대 전남도의회 후 의결된 교육청 관련 조례는 총 138건 인데, 이중에 의원발의 조례는 97건이다. 조례를 제정하기 까지는 보통 6개월에서 1년 넘게 간담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많은 논의와 협의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협의 과정을 거친 의원조례가 제정된 후에 유명무실해지는 경우가 있다. 교육청에서 발의한 조례는 대부분 상위법에 위임한 사항이나 정책의 법률적 근거로 제정되기 때문에 바로 정책으로 시행된다. 반면에 의원발의 조례는 대부분 강제 조항이 아닌 임의규정이기에 정책으로 연결돼 실질적인 실행은 미진했었다.

필자는 이러한 의원발의 조례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전남도교육청 조례 사후 입법평가 조례안’을 제정하게 됐고 이달 조례가 공표됐다.

이 조례의 핵심인 ‘사후 입법평가’는 조례를 제정한 후 조례의 시행효과와 목표달성도, 제·개정에 따른 후속조치 시행유무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례가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실효성을 높이고 실질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했다. 모든 의원발의 조례가 평가 대상이며 업무분장, 문서관리, 기관설치, 조직운영 등 단순하고 기술적인 내용의 조례는 평가에서 제외했다.

또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해 교육청, 의회, 법조인, 사회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입법평가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입법평가위에서는 조례를 평가하고 개선 권고 사항을 담은 종합결과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제출하면 교육위원회에서 보고서를 최종 검토해 규정의 준수여부를 포함해 미흡한 점은 이행하도록 독려하고 필요하다면 조례의 개정이나 폐지를 결정한다.

의원은 예산 심의뿐만 아니라 조례를 통한 정책추진으로 도민의 복지향상을 위한 의정활동을 한다. 선언적 의미의 조례가 아닌 도민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실질적인 조례로 교육 발전에 이바지한다. 필자는 ‘전남도 학생 도박 예방교육 및 치유 지원 조례’를 제정해 예산확보와 도박 예방 시범학교를 지정해 학생들의 도박예방교육에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이렇듯 조례가 정책으로 연결돼 도민의 삶이 행복해 지면 의원이 된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정된 의원발의 조례들이 현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일부에서는 조례의 제정이나 개정 건수가 의정 활동을 평가하는 잣대로 변질돼 조례들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을 한다. 경쟁적인 조례입안으로 행정력이 낭비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도 조례의 제정 이후 집행 효과 또는 미비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통제적 장치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시대 변화에 맞춰 상충되거나 모순되는 조례를 정비하고 예산이나 정책의 상황을 고려해 조례를 끊임없이 개선하고 정비해야한다. 일례로 학교 밖 청소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존 시행중인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사업들이 대체로 낮은 참여율과 저조한 사업성과로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를 조례 개정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 교육참여 수당’지원을 새롭게 추가했고 학교 밖 청소년의 진로개발과 학습 활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평가를 통해 기존의 조례를 ‘더 좋은 조례’로 거듭나도록 제도적 장치마련을 하는 것이다.

조례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면 지방자치의 입법역량이 높아지게 돼 좋은 조례를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평가·분석을 통해 즉흥적으로 발의된 조례나 단순히 성과를 내기 위한 조례들을 사전에 방지 할 수 있다. 조례의 목적 달성 여부와 실효성을 평가해 과학적인 분석을 할 수 있어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과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입법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의회의 입법권은 집행부를 견제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특히 지방자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만큼 전남도의회는 조례 제정과 개정에 신중을 기하고 책임을 다해야한다. 도민에게 정말 필요한 정책과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하고 이를 제도적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 조례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가야할 것이다. 예측 가능한 행정을 위해서 그리고 체계적 시스템이 행정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조례는 신중하게 제·개정하고 사후 입법평가도 철저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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