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 삼각산 안전시설 정비 '시급'
난간.보행매트 등 훼손된 채 방치, 區, 수차례 민원에도 보수 하세월
정상시설 보수 등 과잉시공 의혹 “수천개 시설에 담당직원 1명”

14일 광주광역시 북구 삼각산 한 산행로에 설치된 나무 난간이 쓰러진 채 방치돼 있다. /독자 제공

광주 북구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삼각산 산행에 나섰다가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A씨는 지난 주말 휴일을 맞아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친구와 함께 삼각산 등산에 나섰다. 산을 한참 오르던 A씨는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손을 뻗어 산행로 난간을 잡았다. 하지만 난간은 A씨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옆으로 고꾸라졌다. 다행히 동행한 친구가 재빠르게 A씨를 잡아줘 큰 사고는 면했지만, 불과 1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가파른 절벽이 있었기에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A씨는 “난간이 힘없이 무너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등산하면서 방치돼 제기능을 잃은 시설이 곳곳에 눈에 띄는데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이렇게 관리를 안 하려면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최근 코로나블루를 해소하기 위해 산책·등산이 각광받고 있지만, 지역 등산로 안전시설 상당수가 훼손된 채 방치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광주 5개 구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광주에서 접수된 산책·등산로 민원건수는 총 823건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8년 245건, 2019년 165건, 2020년 413건으로 코로나가 발생한 지난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늘어난 등산객 만큼 시민들의 안전사고 위험도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민원해결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광주 북구 한 시민은 절벽에 위치한 전망대 데크의 난간이 부숴져 지난 2018년부터 수차례 보수요청 민원을 넣었지만 최초 민원 접수 3년이 지난 이달께 민원이 해결되기도 했다.

특히 전담공무원의 판단 하에 훼손 시설을 선정하고 개·보수 진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정상시설 억지 보수’, ‘과잉 시공’ 등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자치구 관계자들은 인력 및 예산 부족에 따른 한계를 호소했다.

광주 한 자치구 관계자는 “관내 산책로와 등산로에 설치된 편의시설이 많게는 1천여 개까지 있는데, 이를 전담해 관리하는 직원은 1명 뿐”이라며 “더욱이 관리를 위해 책정되는 예산도 매년 2~3억여 원에 불과해 즉시 보수하는데 한계가 따른다”고 설명했다.

과잉시공 의혹에 대해서는 “담당 공무원들이 관련 자격증이 있기 때문에 대체로 판단이 틀리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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