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각예술로 풀어낸 역사적 사건
亞문화전당, ‘공감본능’展
5월29일까지 복합 6관서
‘공감’…3개국 작가 7명 참여
역사에 대한 기억·기념 방식 탐구

김진남 作 ‘붉은눈물’

누구나 한번쯤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어록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민족의 잘못된 과거를 잊지 말고 되풀이 하지 말자’라는 의미인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신채호 선생을 비롯해 박은식·윈스턴 처칠·미국의 작가 데이비드 매컬러 등 역시 역사에 대한 기억을 강조하면서 이 같은 문구를 강조한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와 우리세대, 그리고 다음세대는 역사적 사고 후유 정신 장애(트라우마)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걸까.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시각예술로 응답한 전시가 예향의 도시 광주에서 열려 눈길을 끈다.

치아웨이 수作 ‘The Story of Hoping Island’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은 2021 지역연계 우수전시기획‘공감본능 Empathy Instinct’을 문화창조원 복합6관에서 오는 5월 29일까지 개최한다.

‘공감’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역사적 사건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남기는 다양한 이야기를 동시대 미술로 풀어낸다. 특히 기억과 기념 방식의 탐구이자 현재적 의미를 발견하는 소통과 사유를 나누는 자리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41주년이 되는 5·18민주화운동의 기억과 기념, 재현의 방식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민주화운동을 비슷한 시기에 경험한 한국·대만·필리핀 등 7인의 작가가 참여했다. 지역 기획(프로젝트) 작가 그룹 강수지·이하영과 김진남 작가를 비롯해 신재은(서울), 이상헌(경북 의성), 조말(경기 파주), 키리 달레나(Kiri Dalena, 필리핀 마닐라), 치아웨이 수(Chia-Wei Hsu, 대만 타이베이) 가 바로 그들이다.

참여작가들은 전시작품을 통해 자국의 역사적·사회적 상황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는 방식과 과거와 현재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발견하고 구성한다.

조말作 ‘하얀광기’

김진남 작가의 ‘붉은 눈물’은 위안부 기획 작업 중 하나다. 이는위안부 할머니들의 한과 상처를 형상화시킨 작품으로, 치유되지 않은 아픈 기억과 헤아릴 수 없는 아픔과 한을 물의 이미지에 반영해 표현했다. 안면부의 깨진 자국이나 붉은 계열이 흘러내리는 이미지들은 할머니의 아픈 상처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들이다.

키리 달레나 작가의 ‘Black Book of Slogans’는 정부의 폭압적 정치에 대한 시위에 상용된 슬로건을 기록하고 있다. 작가는 강압적인 통제와 불안정한 시스템, 인권과 자유를 향한 외침을 기록한다.

이상헌 작가는 가슴에 큰 대목을 박은 채 둔중한 대형 망치를 끌고 있는 인물상을 한 작품 ‘못을 박다’를 선보인다. 이는 나무로 표현한 작가 자신을 나타내는데 불안한 현실적 삶을 나무 표면에 전기 톱날로 만들어낸 거친 궤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낸다.

신재은 작가는 생명의 구도화에 대한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 ‘머리, 어깨, 무릎, 발’은 역사 속 뿐 아니라 현대 경제 시스템 속에서 개인의 자유의지와 행복과는 무관하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육체를 갈아넣고 있는 현실을 조형화 한다.

조말 작가의 ‘하얀광기’는 단두대가 등장한다. 단두대의 칼끝은 수많은 사연을 쌓아놓은 형태로 표현하며, 존재의 핵심인 정체성이자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기 위한 과거에 대한 과거, 구체적의 붕괴를 위한 도구로 표현한다. 죽음을 통해 또 다른 탄생으로 거듭남을 암시하는데 이는 무고한 생명이 억울하게 희생당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새로운 정신적 자각을 불러일으키는 근본적 성찰을 상기시킨다.

전시장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메시지 뿐만 아니라 비경험 세대로서 우리가 어떻게, 무엇을, 왜 기억하고 기념해야 하는지를 인식하고 사고 후유 정신 장애의 틈새를 메우는 기회의 공간이 된다.

한편 ACC는 매년 지역연계 우수전시기획안을 공모한다. 지역-아시아-세계를 잇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통해 지역문화의 동반성장을 견인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기획자의 역량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번‘공감본능’展은 지난해 공모에서 독립큐레이터 그룹‘오버랩(OverLab)’의 전시 기획안이 선정돼 마련됐다.

우수전시기획‘공감본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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