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행복해야 농촌이 산다”
내부 소수 의견도 수렴·효율적 운영 긍정 평가
지역 특성 맞춤 특작물 생산·판매 지원 확대
유통환경 변화 맞춰 안정적 소비 판로 확보
경제·신용·교육 사업 비율 안정적 추진도

 

화순 능주농협 전경.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노종진 화순 능주농협 조합장.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원래도 사람좋기로 소문난 노종진 능주농협 조합장. 그의 얼굴에는 늘 웃음꽃이 끊이질 않는다. 능주농협이 최근 큰 상을 받은데다, 코로나 19 위기 속에서도 최근 농협 내 실적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농사일로 따지면 그 해 날씨가 안 좋았는데도 나름 농작물 수확은 괜찮았다는 의미일 터. 여타 조합장들 같으면 자신의 공인냥 어깨 한번 들썩일만도 한데 어찌된 일인지 노 조합장은 직원들에게 공을 넘기기 바쁘다.

“모든 영광은 처절할 만큼 농촌을 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직원들이 있어 가능했다”는 것이 그의 답변. 겸손이 묻어나는 그의 한마디 말 속에는 위기에 처한 농촌 현실에 관한 깊은 고민도 짙게 드리운다. 노 조합장을 통해 지역 농촌 현실에 대해 허심탄회한 심정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최근 화순 능주농협이 2020년 농축협 종합업적평가서 1위를 차지하면서 화제다. 능주농협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정말 경사다. 능주농협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지만 이 상은 사실 처음 받았다. 종합업적평가는 농협중앙회에서 실시하는 가장 권위 있는 평가 지표다. 경제·신용·교육지원사업과 조합원 복지증진 및 지역사회 공헌활동 등 농협이 운영하는 사업들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 선정하는 만큼 의미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능주농협은 조합원만 1천 700여명(1천 680명)에 자산규모는 1천 650억 정도 된다. 능주·춘양·한천면 등 지역 3개면을 합병해 전체 58개 마을에 200여개 영농회로 구성돼 있다. 주요 경작은 쌀 농사가 중심이며 토마토 등 시설하우스 및 복숭아 재배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경지면적(전·답 합계)은 약 2천159㏊ 규모다. 능주농협은 이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운영중이다.

-외부에서의 좋은 평가는 그만큼 능주농협의 내실이 단단하다는 의미로 풀이되는데.

▶능주농협의 경영 철학은 ‘소통과 투명성’이다. 모든 것을 공개하고 문제가 있으면 이를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리고 개선점을 찾는다. 물론 이는 전 조합원과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농협 직원들의 한결같은 마음이 더해진 결과다. 한 예로 단순히 직원 내부회의 뿐 아니라 이사회나 대의원 등 임원 회의가 있을 경우에도 모든 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다. 소수의 의견일지라도 일단은 겸허하게 수용한다. 최대한 민주적인 방식을 적용하는 셈이다. 작은 갈등의 고리 조차 만들지 않기 위함이다. 이러한 의사결정 방식은 최종적으론 조합원들에게 농협이 운영 중인 경제 및 신용사업들 전반에 신뢰를 쌓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이는 능주농협이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화순 능주농협 방울토마토 선별장.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화순이 농업 중심지역이라 보기는 어렵다. 조합장이란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는.

▶정확한 지적이다. 사실 화순이 타 지역에 비해 농지 등이 넉넉하지 않다. 화순군 전체 면적 대비 20~30% 정도의 토지만 농작물 생산 목적으로의 이용이 가능하다. 실제 화순 지역 순 쌀 생산면적은 1천 310㏊, 밭은 849㏊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소작농이 많은 이유다. 다만 광주라는 큰 소비구역이 있다보니 면적 대비 효율성과 수익구조가 좋은 대추토마토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시설하우스(50개 농가·10만평 규모)가 점차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능주농협도 이를 더욱 증진시키기 위한 중장기 계획안을 마련, 현장에 적용시키고 있다. 지난 2017년 방울토마토 공선출하회 육성에 나섰으며, 2018년부터는 생산 및 선별 판매 등 농작업대행을 지원하고 있다. 농작물의 판로 다양성 확보를 위해 오는 2022년 완공 목표로 로컬푸드복합문화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이같은 계획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12월 ‘미니 로컬푸드’를 개장,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중이다.
 

노종진 화순 능주농협 조합장은 “능주농협의 경영 철학은 ‘소통과 투명성’이다. 모든 것을 공개하고 문제가 있으면 이를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리고 개선점을 찾는다”며 “앞으로도 행정기관과 연계한 사회 공헌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전남 지역 어느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고령화에 따른 인력감소 문제는 심각하다.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농촌 현장에 실제 젊은 인력들이 없다. 능주농협 전체 조합원 중 50대 비율은 40%가 채 되지 않는다. 특히 20대는 10명 뿐이다. 문제는 농촌 현실상 새로운 인력들이 진입하는 것도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농촌에선 대농이 시대적 흐름처럼 정착되고 있다. IOT를 접목한 스마트 팜 등 기술 및 기계의 발전으로 소규모 인력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새로운 인력들이 들어오기 위해서 토지 확보가 우선돼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농촌에 관심을 갖고 농산업에 뛰어들려는 젊은층들도 있긴 하지만 이러한 벽에 부딪친다. 농협에서 창업자금 지원, 기술 경영 교육, 컨설팅 영농정착 등 나름 방안을 강구하곤 있지만 효과는 미비한 수준이다. 지역 농협 자체가 영세하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현실적인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결국 농촌이 살아남기 위해선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기술 적용은 농촌 현장에서의 고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 대안이 됐다고 보면 된다. 스마트 팜과 같은 기술 중심의 생산시설 구축은 향후 6차 산업의 대변혁기의 농촌에서의 거스를 수 없는 숙명이 될 것이다. 이미 준비 작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 농협 중앙회에서 시범 모델을 통해 중소 농청년 스마트 팜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맞춰 능주농협도 기능성 고소득작물의 생육과 수확량을 측정하는 여러 스마트팜 기술을 농가에 접목시키고 있다.

노종진 화순 능주농협 조합장이 모내기철을 앞두고 이양기로 모판을 옮기고 있는 지역 한 농민을 돕고 있다. /능주농협 제공

-기술혁신의 최종 목표는 결국 농민들의 수익성 향상과 직결된다. 농협의 주요 역할도 결국 이와 맥을 같이 하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농협의 존재 가치는 농민들이 잘 살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 물론 수익을 많이 발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농민들의 삶의 질 자체를 높아지게 만드는 것이다. 즉 성장 위주 정책보다는 농민들의 만족도를 얼마큼 향상 시킬 수 있는지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능주농협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목적이자 방향이다. 이를 위해 우리 농협에선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우선 유통환경변화에 능동적 대응과 출하조절을 통한 농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산지 유통시설 및 유통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유통시스템의 선진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농산물의 산지 유통률을 높이고 출하물량 수급 조절을 통해 제품 가격 향상을 이끌 계획이다. 안정된 소비 판로를 확보 소비자에게는 건강한 지역 농산물을, 농가에는 경제적 내실을 탄탄히 조성할 방침이다. 쿠팡 등 외부 유통망을 도입해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를 확대하고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역 경제 컨트롤 타워인 농협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다. 지역 상생을 위한 준비 작업은.

▶농촌사회에서 농협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다시말해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이 동반된다. 능주농협은 지역 경제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협이 추진하는 사업은 크게 일반 경제사업(농산물 생산 및 판매 마트 운영 등),신용사업(예금·대출 및 보험), 교육 지원사업으로 구분된다.

올해는 이 사업들의 비중을 어느 한 곳 부족함 없이 5:5로 비율로 맞출 생각이다. 경제부분에선 농민들이 온전히 생산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포장 및 납품, 판매까지 사실상 전 분야에 걸쳐 지원을 할 생각이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출하농업인 육성에 집중할 예정이다. 신용사업의 경우 코로나 등 여파로 관련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현재 대출 사업의 확장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약 100억 정도 대출실적을 기록 중인데 이를 더 확대·집중할 방침이다. 직원 교육은 물론 매주 관련 회의도 하고 있다. 지역을 넘어 타 기관 등 외부로의 대출 확대도 고민중이다. 재해보험 가입을 유도해 농민들의 근심을 낮출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농업인이 없는 농협은 있을 수 없다. 기존 내 소신과 방식대로 밀고 나가겠다. 조합원들과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농협 본연에 역할을 다 하겠다. 농업인과 고객의 입장에서 신뢰받는 능주농협이 되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위축된 농산물 소비 회복을 위해 비대면 판매 채널 확대 및 언택트 마케팅 강화에도 힘쓰겠다. 또 행정기관과 연계한 사회 공헌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해 나갈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귀 기울이겠다. 모든 조합원들과 화합해 100년 후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 조합원이 우선인 능주농협이 되겠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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