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들끓는 전남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지역경제 붕괴 ‘우려’
양식업 12만 697㏊ 전국서 면적 가장 많아
수산·관광 동반 추락 …규탄대회 잇따라
방사능 노출 시 DNA 변형 등 부작용 커

지난달19일 여수 어업인들이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 일본 규탄 대회 후 연·근해 어선 150여척을 동원해 오염수 방출 반대 해상퍼레이드를 전개하고 있다./여수시 제공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한 것을 두고 지역민들의 분노가 높다. 서남해를 둘러싼 수산물 등 해양 자원을 활용한 지역 주력산업들은 물론 섬과 섬 사이 연도교·연륙교 사업을 추진 등 대규모 관광벨트의 도미노 붕괴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멈추지 않는 분노 목소리

최근 지역에선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 비난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특히 바다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은 물론 지역 정치권, 민간단체까지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지난 13일에는 완도항 1부두에서 완도군의 수산 관련 18개 단체가 모여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지난달 30일 목포 북항(수협 이전부지)에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해상시위 및 규탄대회’가 열렸다. 수협중앙회 지원으로 전국 9개권역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목포수협이 주관해 어업인, 수협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규탄대회에선 지역 어업인들이 어선 100여척을 이용, 북항에서 장자도 인근 해상으로 선회하는 해상시위를 벌였다.

이밖에도 진도군, 신안군, 완도군 등 지방의회 의원들까지 나서 일본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결정을 규탄했다. 전남 22개 시·군서 일본의 예고된 만행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큰 피해가 예측돼서다.
 

진도군의회는 최근‘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결정에 대해 즉각 철회를 요청했다. /진도군의회 제공

◇오염수 방류 피해 어디까지

일본 정부가 현재의 주장대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 했을 때 저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짧게는 7~8개월에서 길게는 3년안에는 국내 바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기간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전문가들마다 해류의 예측 정도가 달라서다.

실제 방류시 오염수의 이동경로는 북태평양의 가장 큰 해류인 ‘쿠로시오 해류’의 흐름에 따라 확산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서해안을 따라 남진한 후에 적도를 동에서 서로 흘러 다시 일본 열도에 도달하고, 이후 제주도를 지나 대한해협을 가로질러 동해로 유입되는 것으로 잠정 추정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해류라는 특정 요인만을 기준으로 한 것일뿐 문제는 다른 데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어류의 특징은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것. 어류의 경우 사실상 경계구분이 없이 이동한다. 수온에 따라 하루 수십킬로미터를 이동하기도 한다.

후쿠시마방사능 오염수가 방류 돼 방사능에 노출된 어류 등이 날짜나 기간에 상관없이 당장 며칠 후라도 지역을 포함한 한반도 수산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다. 해양 양식업이 발달한 전남 지역의 경우 ‘먹거리=관광’이란 컨셉의 맞춘 인프라가 단단하게 구축돼 있는데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셈이다.

전남도 및 광주전남연구원이 분석한 전남지역 양식어업권(면허)현황 자료를 보면 김, 다시마 등 해조류 및 어류, 전복 등 양식업 운영 면적은 12만 697㏊로 전국에서 가장 넓다. 부산, 인천 등 전국 11개 시도 전체 양식 면적이 16만 1천428㏊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독점적 위치에 있다. 수산물 생산량 또한 1천 869t으로 전국 최고수준이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전남 영광군 홍농읍에 자리한 한빛원전 전경.

◇방사능 피폭 왜 무섭나

일본이 방류를 결정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는 삼중수소(트리튬), 세슘 134·세슘 137, 스트론튬 90등의 방사성 핵종 물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은 이 물질들을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처리하고, 처리수를 또 물로 희석해 바다로 내보내겠단 계획이다.

문제는 해당 물질들이 쉽게 처리되지 않을 뿐더러 동식물에 흡수될 경우 DNA 변형 등을 일으킬수 있다는 것. 특히 스트론튬90은 화학적 성질이 칼슘과 유사해 식물이나 체내에 흡수되면 뼈에 모인 채 좀처럼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우에 따라 골수암과 백혈병과 같은 불치병에 걸리게 되며 유전적 돌연변이 등 동식물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황은 다른지만 과거 영광한빛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선 후 초창기 무렵인 1990년 초 중반 지역에서 소 등 포유류에서 기형동물이 출산하거나, 발전소 노동자 아이가 무뇌아로 출산하는 등 피해가 보고된 사례와도 유사하다. 일본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큰 까닭이다.

지역 전문가들은 일본의 이같은 결정이 실현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한데 집중해야 한다는 견해다. 필요할 경우 타 국가들과의 연대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실제 이뤄질 경우 지역 수산업 및 관광 인프라 붕괴는 불 보듯 뻔하다. 그 부작용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IAEA 등 외부에서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결국 이러한 분위기를 뒤집기 위해서는 지역 지자체 등과 연계한 해외 타 자매도시들과 연대해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고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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