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너머 학교를 기대하며
김 홍 식(전 광주서부교육장)

무등산 원효계곡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담양의 너른 들녘을 향해 북진하다가 그 방향을 서쪽으로 바꾸고, 두 개의 다리가 있어서 ‘쌍교(雙橋)’라는 지명이 더욱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 가까이에 의미 있는 학교 하나가 새롭게 문을 열었으니 S고등학교다.

이 학교가 들어선 곳은 원래 봉산남초등학교였다. 언제부터인지 학생수가 점점 줄어듦에 따라 양지분교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다가 몇 년 전에는 아예 학교 문을 닫고 수년 동안 비어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전라남도교육청이 지자체와 협력해서 민관협업형 공립 대안학교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이곳은 마을명이 ‘월전’이지만 ‘독서골’이라고 더 알려져 있다. 그러니 이곳이 다시 학생들의 배움터가 된 것만으로도 이 학교 출신들의 서운함이 조금은 덜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한편으로는 아쉽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공립형 대안고교라고 하니 더욱 반갑고 그 진지한 정책적 의도와 배려가 돋보인다. 사실 대안학교라고 하면 지금까지 뜻 있는 민간인들이 스스로 무거운 짐을 감당하려 했던 영역 아니었던가. 지금 학교 밖에는 공교육의 틀 안에서 제대로 마음 두지 못하고 학교를 떠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실제로 전체 학생수는 감소하고 있는데도 학업중단학생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물론 해외유학으로 학업이 계속되는 경우도 상당하지만 40% 정도의 아이들은 학교부적응 등의 사유로 분류되고 있다. 이 용어대로라면 귀책 사유는 고스란히 아이들의 몫이다. 스스로 뛰쳐나갔다고 규정하고 있으니까 그렇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과연 이게 모두 이들만의 책임일까? 학교에서 이 아이들이 마음 두고 다닐 만한 여건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꼭 아이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 끝 모르는 경쟁교육과 함께 이들을 제대로 끌어안지 못한 공교육의 책임 또한 크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별로 먹고 싶지 않은 음식만 가득 차려놓고 몸에 좋으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마음껏 배불리 먹으라고 강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존재에 감사하라! 다르게 상상하라! 인류에 기여하라!’ 이 학교의 교훈이다. 아이들에게 제공하려는 교육의 내용과 그 지향점을 잘 드러내고 있어서 다른 학교에서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래서인지 학교장도 ‘학교 너머의 학교’를 강조한다. 최소한 부실한 공교육을 대신할 수 있는 학교다운 학교 그 이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다짐이 읽혀진다.

세상은 사람의 따뜻한 체온과 감성, 유능한 지성이 더욱 채워지고 단단해지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곳에서 이 아이들이 보란 듯이 잘 성장하고 우리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키워간다면 공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학교를 떠난 학생들의 대안학교가 아니라 공교육의 부족함을 채우고 보완하고 개선할 수 있는 교육적 가능성과 시사점을 제공하는 학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학교가 반가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은 교육의 혁명적인 시대전환을 꿈꾸고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 않은가?

지금부터 학교 교육은 철저히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개인맞춤형 교육이 다각도로 연구되고 담보되어야 한다. 몇 년 전 동료들과 이우학교를 방문했을 때가 생각난다. 공교육을 믿지 못한 학부모들이 자신들의 자녀를 위해 뜻을 모아 세운 학교 아닌가.

이제 광주교육도 공립형대안학교 하나쯤 서둘러 준비했으면 좋겠다. 특히 예체능 분야까지 아우를 수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겠다. 오직 학생을 중심에 두고 이들을 살리는 교육 기관인 학교가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학교를 뛰쳐나가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의 의지와 선의에만 의존하지 말고 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학교 공간과 함께 이들에게 맞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내 고향에서 문을 연 S고의 교육에 크게 주목한다. 주변에 있는 소나무의 당찬 기운과 대나무의 푸른 기운을 안고 흐르는 학교 앞 죽록천! 그 물살이 영산강의 본류와 합류해 점점 세력을 키워서 남도의 들녘을 골고루 적시며 바다로 가듯이 이 학교가 우리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교육의 질적 변화를 마련해 가는 하나의 좋은 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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