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부에게 권하는 책
김용표(전 백제고 교장)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에게 권하고 싶은 한 권의 책이 있다. 2019년 국내에 발간된 책으로 조너선 하이트와 그레그 루키아노프 공저의 ‘나쁜 교육’이다. 번역이 깔끔하고 사례가 많아 읽는 재미도 있다. 21C MZ세대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갖는 심리에 대해 꽤 스마트한 진단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미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인생에서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리적 태도는 부지불식간에 자녀양육 방식에도 반영이 된다. 부모에게 아이는 인생의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의 원천이면서 한편으로는 가장 큰 책임감의 대상이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깊이 투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The coddling of American mind’이다. 의역하자면 ‘미국인의 지극정성 돌봄’이다. 이 책은 최근 몇 년 새 미국 사회에 두루 만연한 자녀 교육관에 관한 ‘대단한 비진실(Great Untruth)’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미국 사회가 아니라 마치 한국 사회에서의 교육 문제를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래서 읽어 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부모들의 교육관념 속에 자리한 ‘대단한 비진실’ 세 가지를 인출하고 이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고 있다.

첫째는 ‘유약함의 비진실’이다. 21C들어 부모들은 고통은 우리를 강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죽지 않을 만큼 고된 일은 우리를 더 약해지게 한다’ 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옳지 않은 믿음이며 진실도 아니라는 것이다. 매사 안전! 안전! 하면서 과보호하는 것이 과연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가? 양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 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모는 아이들의 자연스런 성장양육을 믿고, ‘아이들을 위해 길을 내줄 게 아니라 길을 갈 수 있도록 아이들을 준비시키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가 작은 리스크들을 더 많이 겪을 수 있게 하라고 조언한다. “구덩이에 한 번 빠져야, 지혜 하나가 더 는다.” 라는 동양의 속담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둘째는 ‘감정적 추론의 비진실’이다. 20C 인지행동심리학의 대두이후 가정과 학교, 사회 모두가 ‘늘 너의 느낌을 믿어라’라고만 가르친다고 한다. 이것도 옳지 않다는 것이다. 감정은 정말로 흔하게 그리고 쉽게 왜곡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느낌만을 강하게 믿고 그 안에 갇히기 쉽다. 나중에는 자신의 그 느낌을 정당화하기 위해 미세한 도발에도 타인이 자신을 상대로 공격행위를 저질렀다고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다. 이것은 감정추론의 왜곡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자비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상대방의 발언을 가능한 한 가장 좋은 방향으로 가장 이치에 맞는 형태로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폭발적인 감정 반응보다 늘 의도에 초점을 맞출 줄 알아야 하고, 사려깊게 행동하라고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우리 대 그들’의 비진실이다. ‘삶은 선한 사람들과 악한 사람들 사이의 투쟁이다.’ 이것이야 말로 병적인 이분법이라는 것이다. 세상에서 결코 나만 옳을 수 없다. 세상을 ‘우리 대 그들’로 편가르기를 하면 진실과 존중은 딴 세상의 일이 된다. ‘우리 대 그들’이란 구분은 전쟁의 세계관이다. 최근 현실 정치판이나, 유트브 등 온라인상에서 말도 안 되는 논리나 혐오발언으로 상대방을 도발함으로써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들은 비꼬기, 욕설, 패륜적 언행 등은 기본이고 사실이 아닌 내용도 거리낌 없이 유포한다. 일부 언론들은 어뷰징기사를 통해 이들을 은근히 교사하고 이용한다. 이런 일들은 앞으로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참으로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선과 악’, ‘내 편과 네 편’을 넘어 사고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세 개의 비진실을 거슬러 가면 과거 전통주의 교육만이 옳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것은 이 책의 의도가 전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성공·성취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성장·가치중심의 교육으로 나아가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지금의 어린 세대들은 기존 세대와는 많이 다른 환경에서 살아갈 것이다. 아마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한 멘탈이 요구되는 세상일지 모른다. 그러니 과보호가 오히려 위험하다는 것이다. 서로 존중하도록 가르쳐야 하고, ‘해야 할 일’ 이전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자신과 상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또한 아직도 조기영어교육이니 선행교육이니 하면서 지식중심 경쟁교육이 앞으로의 삶에 도움이 된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는 교육은 이미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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