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발견 뒤 5년만에 찾아낸 나방 이름 ‘뿌듯’
전남도산림자원연구소 청미래덩굴서 첫 조우
밤새 샬레 뚜껑 열고 탈출하는 바람에 관찰 실패
허운홍 선생 펴낸 나방애벌레도감서 이름 확인
마치 어린시절 숙제 끝내 뒤의 ‘후련함’에 감사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37> 왕흰줄태극나방

사진-1 왕흰줄태극나방애벌레(2016년 8월 4일, 나주 전남도산림자원연구소)
사진-2 왕흰줄태극나방애벌레(2016년 8월 4일, 나주 전남도산림자원연구소)
사진-3 왕흰줄태극나방애벌레(2016년 8월 4일, 나주 전남도산림자원연구소)
사진-4 왕흰줄태극나방(2014년 8월 2일, 병풍산 임도)
사진-5 왕흰줄태극나방(2014년 8월 2일, 병풍산 임도)
사진-5 왕흰줄태극나방(2014년 8월 9일, 오도재)

 

애벌레를 키우다 보면 별의 별 녀석이 다 있다. 이렇게 생긴 녀석도 있나 싶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게 했던 애벌레 이야기를 하려 한다.

2016년 8월 4일, 나주 산림자원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던 숲해설가로부터 한 장의 사진을 받았다. 무슨 애벌레인지 궁금하다며 확인해보라는 글과 함께. 전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이렇게 생긴 녀석도 있나?

전화로 포획이 가능한지 물으니 먹이식물인 청미래덩굴과 함께 사무실에 데려다 놓았다는 답을 듣고 즉시 나주 산림자원연구소로 향한다. 마음이 급하다. 점심을 먹는둥 마는둥 대충 때우고 달렸다. 좁은 샬레에 갇힌 녀석이 조금은 안쓰럽지만 처음 보는 녀석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배다리가 3쌍인걸로 봐서는 밤나방 종류 같은데 더 이상 알아볼 방법이 없다.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녀석을 챙겨 사무실로 돌아와 계속 쳐다봐도 참 희한하게 생겼다. 일단 미동정 애벌레로 컴퓨터에 저장하고 시원한 창가쪽에 녀석을 둔채 퇴근했다. 먹이도 충분히 주고.

다음날 아침, 출근해서 샬레를 보니 녀석이 없다. 샬레 뚜껑이 살짝 열어져 있다. 밤새 뚜껑을 열고 탈출해버린 것이다. 사무실을 샅샅히 뒤져도 흔적이 없다. 샬레에서 벗어나 탈출에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그것으로 녀석의 생명도 끝이리라. 하찮은 미물이지만 녀석에게 미안함이 밀려온다.

2016년 7월 22일, 순천에서 허운홍 선생님을 만났을 때 미동정 애벌레에 대해 물어봐도 좋을지 문의하니 흔쾌히 정보를 주고 받자 하신다. 이후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녀석에 대한 것만은 알수 없었다. 허운홍 선생님도 순천에서 녀석을 데려와 키웠었는데 실패하고 다시 찾고 있다 하신다. 청미래덩굴을 볼때마다 녀석이 생각나 유심히 살피고 있지만 아직까지 만나질 못했다. 작년 8월 광양에 있는 지인이 녀석의 사진을 보내왔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하여 채집할수 있는지 물으니 지나친지 한참이라 불가능하다는 답변이다. 인연이 없는 것일까?

1배 마디에 갈색과 검은색 눈알 무늬가 있고 5, 6배 마디에는 청미래덩굴 줄기 마디와 생김새가 유사한 삼각무늬가 있다. 방해를 받으면 배를 부풀려 눈알 무늬를 드러낸다.

2021년 5월초, 허운홍 선생의 나방애벌레도감 3권이 출간되었다. 주로 남부지역의 나방들 위주로 나왔는데 녀석이 보인다. 드디어 이름을 붙여 줄수 있다. 왕흰줄태극나방.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던가? 애벌레의 이름을 붙여주니 어른벌레도 자연스럽게 찾아진다. 앞 날개와 뒷 날개에 걸쳐 넓은 흰띠가 있고, 이 흰 띠에 접하는 가늘고 흰 직선 띠가 있으며, 앞날개에는 넓고 흰 띠 안쪽에 큰 눈알 무늬가 선명하게 보인다.

어른벌레를 처음 만난 것은 2014년 8월 2일 병풍산 임도에서다. 심한 비바람이 몰아친뒤 한쪽 날개가 조금 꺾인 녀석을 담을 수 있었다. 전체 모습을 담을 수 없어 아쉬움이 있었지만 눈과 입을 관찰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일주일 뒤 함양 오도재에서 왕흰줄태극나방을 다시 만났다. 어둠이 내리고 조금씩 밤이 깊어가니 많은 나방들이 모여든다. 눈에 익은 녀석이라 반갑다. 멋진 모습을 담을 수 있어 너무 좋다.

오랫동안 못했던 숙제를 끝낸 뒤의 뿌뜻함이 이런 것일까! 아직 이름표를 달아주지 못한 미동정 애벌레들도 이렇게 어른벌레와 짝짓기 해 줄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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