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천 재해공사 나방 기생 조건 열악 ‘안타까움’
지난해 8월 집중호우 탓 담쟁이덩굴 대폭 감소
곤충들 보금자리 점점 잃어 아쉬움만 가득 남아
배노랑물결자나방·애기잔물결자나방과 같이 발견
어른벌레 몸·날개 곳곳 광택 나면서 검정선 뚜렷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38> 검은선두리알락나방

사진-1 검은선두리알락나방애벌레(2020년 4월 26일, 용산동)

 

사진-2 검은선두리알락나방애벌레(2020년 4월 26일, 용산동)
사진-3 검은선두리알락나방번데기(2020년 6월 10일, 용산동)
사진-4 검은선두리알락나방번데기(2020년 6월 10일, 용산동)
사진-5 검은선두리알락나방(2021년 6월 7일, 용산동)
사진-6 검은선두리알락나방(2021년 6월 7일, 용산동)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심 주변의 담장이나 구조물 그리고 나무 등에서 흔히 볼수 있는 담쟁이덩굴. 얼핏보면 아무것도 없는 듯 하지만 몸을 낮춰 자세히 들여보다면 수많은 곤충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만 말이다. 수많은 광주시민이 즐기는 광주천, 오른쪽은 보행자 전용이며 왼쪽은 자전거도로인데 선교마을입구에서 세월교까지는 양쪽이 거의 구조물로 되어 있다.

그 안쪽은 어김없이 담쟁이덩굴이 커다란 잎을 바람에 흩날리며 자리를 잡고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일부 구간은 구조물에 지장이 있어서 그런지 말끔이 제거된 곳도 더러 있다. 작년 8월 집중호우로 곳곳에 생채기가 난 광주천 재해복구 공사로 점점 없어져 가는 담쟁이덩굴을 보면서 곤충들의 보금자리가 하나 둘씩 사라져 가는 것 같이 아쉽다.

2020년 4월 26일, 용산교 다리 밑에서 머리는 주황색, 몸은 적자색에 흰색 털을 가진 녀석을 만났다. 고개를 한껏 쳐들고 담쟁이덩굴 줄기를 따라 눈길을 돌리니 여기 저기 많이 보인다. 이미 소개한적이 있는 배노랑물결자나방과 애기잔물결자나방 등과 같이 봄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검은선두리알락나방애벌레다.

유충길이는 18mm 정도니 매우 작은 편이다. 먹이활동을 할때는 잎에 붙어서 먹지만 보통은 담쟁이덩굴 줄기에 바짝 붙어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형태나 습성을 알면 어렵지 않게 녀석과 눈맞춤할수 있다.

작은 몸뚱이지만 부지런히 먹고 몸집을 불린 녀석들은 넓고 둥글게 흰 막을 치고 다시 그 속에 긴 방추형 흰색 고치를 만들고 번데기가 된다. 하지만 번데기는 많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만큼 생존하기가 힘들다는 방증이리라. 약 27일이 지나면 우화하는데 무사히 번데기가 되었더라도 온전히 우화하여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계속 관찰해 봤지만 어른벌레를 보기가 쉽지않다. 물론 다른 곳으로 날아갔을 경우도 있겠지만 주로 먹이식물에 알을 낳는 속성으로 미루어 봤을 때 녀석들의 삶도 팍팍한가 보다.

2020년 6월 10일, 번데기의 흔적을 발견했다. 천천히 열어본다. 깨끗하게 우화하고 남은 번데기와 흰 막이 선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어른벌레는 여전히 찾을수가 없다. 애벌레도 많고 번데기의 흔적도 많아 쉽게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잘못 판단한 것 같다. 결국 어른벌레를 보려면 이곳에서 사육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담쟁이덩굴이 많이 없어져 버린 탓인지 올핸 애벌레들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이곳 뿐만이 아닌 것 같다. 다른 곳들도 애벌레 보기가 정말 힘들다. 아마도 기후변화 탓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2021년 6월 7일, 드디어 어른벌레를 만났다. 청색으로 광택이 나는 몸통 그리고 광택이 나면서 투명한 앞뒤 날개. 둘레에는 검은선이 뚜렷하다. 그래서 검은선두리알락나방이라 이름 붙였나보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름을 기억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담쟁이덩굴 잎에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 필요한 사진을 다 찍은후 일어나는데 뭔가 대롱대롱 메달려 있는 것 같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또 다른 검은선두리알락나방이다. 그런데 이미 죽은 목숨이다. 거미에게 붙잡혀 맛있는 한끼 먹거리가 되었다. 그렇게도 안보이던 녀석이었는데 산 놈과 죽은 놈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인가 보다. 먹고 먹히는 현상을 말이다. 이렇게 또 한 종의 애벌레와 어른벌레를 짝지우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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